3개월 연체한 해외선주 시스펜 실력행사 나서...한진 엎친데 덮친 악재에 당혹

[이코노뉴스=조희제 기자] 한진해운이 운용 중인 8만2158DWT(재화중량톤수)급 벌크선 ‘한진파라딥(HANJIN PARADIP)’호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억류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 한진해운소속 벌크선 한척이 26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억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한진해운의 벌크선 모습.(사진=한진해운 제공)

자율협약을 추진중인 한진해운으로서는 엎친데 덮친 격의 악재일 수 밖에 없다.

한진해운이 유동성 문제로 용선료 지급을 제때 못하자 해외 선주들이 선박을 담보로 잡고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다. 한진해운 사상 처음이다.

한진해운은 1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7척을 빌린 캐나다 해운업체 시스팬(Seaspan)에 3개월 동안 용선료 1160만달러(138억원)를 연체한 상황이다. 1만TEU급 컨테이너선 3척에 하루 4만3000만달러의 용선료를 내야 한다.

선박 억류는 선주가 상대방에게 해당 내용을 통보하고 선박이 지나거나 정박한 나라의 현지 법원에 중재를 요청해 이뤄진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유동성 문제로 용선료 지급에 차질이 생겨 발생한 일"이라고 당혹해하며 "원만한 해결을 위해 선주 측과 협상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진해운은 컨테이너선 95척, 벌크선 56척 등 151척을 운영 중이다. 컨테이너선 95척 가운데 빌려 쓰고 있는 선박은 58척이고, 벌크선 56척 가운데 빌려 쓰고 있는 선박은 33척이다. 이번에 억류된 선박은 용선 중인 벌크선 33척 가운데 한 척이다.

한진해운 전체 매출에서 벌크선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5.9%다. 해운업계는 억류된 한진해운 선박이 벌크선이기 때문에 주력 사업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용선료 연체로 컨테이너선이 억류되면 상황은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해운사는 세계 모든 노선에 선박을 투입할 수 없기 때문에 업체간 해운 동맹을 맺고 화물을 공동 운반한다.

한진해운은 최근 제3의 해운동맹 ‘디(THE) 얼라이언스’ 합류하기로 했지만, 2017년 3월까지 현 동맹 ‘CKYHE' 소속으로 영업을 해야 한다.

한진해운이 운영 중인 컨테이너선에는 'CKYHE' 소속 해운사들의 화물도 실린다.한진해운이 용선료 등을 내지 못해 컨테이너선이 억류될 경우 화주, 해운사 여러 곳과 법적 분쟁에 휘말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선사와 화주간의 신뢰가 가장 중요한 해운업계에서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한진해운은 1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7척을 빌린 캐나다 해운업체 시스팬(Seaspan)에 3개월 동안 용선료 1160만달러(138억원)를 연체한 상황이다. 1만TEU급 컨테이너선 3척에 하루 4만3000만달러의 용선료를 내야 한다.

한진해운은 당장 용선료를 납부할 현금이 없다. 에이치라인해운 지분 매각대금 340억원이 이번 달 말 유입될 예정이지만,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진해운은 사상 최저 수준의 운임이 계속되면서 올해 1분기 1157억원의 영업 손실을 내고 적자 전환한 상태다. 실적이 급감한 상황에서 터미널 유동화, 사옥 유동화, 자산 매각 등으로 4112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채권단은 5월 초 한진해운에 대해 조건부 자율협약을 의결했다.

한진해운이 용선료 인하, 사채권 만기 연장, 해운동맹 유지 등 세 가지 조건 가운데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채권단 지원은 없다는 내용이다.

채권단은 자율협약에 들어가 채무 재조정이 진행되면 대출 채권 금리인하, 출자전환, 유동성 지원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채권단은 자율협약 전까지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한진해운은 자율협약 신청으로 채무상환 유예조치를 받았지만, 당분간 회사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한진해운은 5월 13일 해운 동맹 ‘디 얼라이언스’에 합류한 데 이어 5월 19일 사채권자들의 동의로 제78회 무보증 신주인수권부사채(BW) 만기 연장에 성공하면서 용선료 협상을 제외한 두 가지 조건을 충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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