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 칼럼=이종수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이 열린 23일 여야 지도부가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직면한 경남 거제와 부산에서 경제인, 노동계와 잇달아 만났다.

이날 오후 추도식이 진행된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가는 길에 여야 지도부는 구조조정 현안을 놓고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두 지역에 들러 민생을 챙긴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 23일 오전 조선업 위기로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의 모습./뉴시스

여야 지도부는 구조조정을 놓고 약간의 인식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안타깝게 일자리를 잃는 근로자들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매우 구체적으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 관계자들이 조선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한 적극적인 투자 등을 요구한 데 대해서는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경영이 잘못되면 시장원리에 의해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자의 희생만 강요해서는 안 되며 경영진과 채권단에도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의당은 구조조정 재원조달 방안으로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힘을 실었다.

정치권의 이같은 대응은 부실 경영 책임 규명과 대량 실업에 대비한 사회안전망 구축 등에 관한 원론적인 입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치권이 개입해 이런저런 빌미를 제공함으로써 채권단 손실, 감원, 부실업체 정리 등 고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기업 구조조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 3'는 최근 자산 매각, 인건비 삭감, 시설 투자 축소 등을 골자로 한 자구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수십조 원에 달하는 부채를 줄이고 경영을 정상화하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다.

정부와 한국은행, 금융권도 아직 국책은행 자본조달 방안을 정리하지 못했고, 구조조정 청사진 마련도 늦어지고 있다.

구조조정이 성공하려면 내년 본격적인 대통령 선거 국면이 도래하기 전에 신속하게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조선 3사의 자구책(自救策)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부채비율이 7308%에 달하는 대우조선해양은 이번주 내 인력 감축, 임금 삭감, 자산 매각을 담은 '추가' 자구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부채비율이 200∼300% 정도로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성장 한계에 이른 조선업 특성상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조선 3사 노조들은 “자구책은 근로자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총력 투쟁에 나설 태세다.

정부도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강조하면서도 국가 산업 개편에 대한 큰 그림과 실행 계획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을 지원하면서 ‘자구책에 노조 동의를 받지 못하면 자금 지원 불가’라는 원칙을 세웠다. 이는 모든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적용돼야 한다.

회사를 살리겠다는 구성원들의 의지가 없는 한 조선 3사에 국민 혈세를 내줄 수 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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