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진의 청호칼럼

[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지난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자 우리민족에게 훈민정음을 만들어준 세종대왕의 탄신일이다.

각급 학교에서는 간단한 사은행사를 하기도하고 학생들이 교탁에 예쁜 꽃을 선물하기도 한다.

▲ 남영진 논설고문

그런데 학교에서는 공식적으로는 교사, 교수라 하고 성을 붙여 ‘선생님’ ‘교수님’이라 부르면서 왜 이 날만 ‘스승의 날’이라 할까?

스승의 날 유래는 1963년 5월 26일 청소년적십자 학생들의 ‘은사의 날’행사부터다. 2년 뒤인 65년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로 바뀌었고 73년 유신정부의 서정쇄신 방침에 따라 사은 행사를 폐지했다가 신군부 전두환의 집권직후인 82년 ‘스승을 공경하는 풍토조성’을 위해 ‘옛 스승 찾아뵙기 운동’ 등으로 부활했다.

남을 가르치는 사람의 호칭은 선생, 서당 훈장 등에서 교사, 교원, 교수, 멘토 등 다양하다. 요즘은 남과 다툴 때 ‘선생’이라 부르면 비칭으로 들리기도 하고 학생들은 고루한 선생이나 자신의 아버지를 일본식인 ‘꼰데‘라고 부를 만치 권위가 추락했다. 매 맞는 교사들을 비롯해 교권침해 사례가 하루에 10건 가까이 보고된다.

그러나 직업으로서의 여교사는 남성이 제1의 결혼 상대자로 꼽을 만치 인기가 있다. 취업이 어려운 상태인지라 공무원과 교사가 결혼 적령기 여성들이 선망하는 예비 남편의 직업이기도 하다.

교권이 추락하고 입시지도에 시달리면서도 노후에 안정된 연금을 받을 수 있어 교사들의 직업 만족도가 꽤 높게 나타난다. 지난 12일 교사들은 “다시 교사라는 직업을 택할 것인지”에 대해 절반 이상이 '그렇다'라고 대답해, 힘들지만 교직을 천직으로 여기는 교사들이 많다는 설문결과가 발표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2일부터 11일까지 전국 각지 초·중·고교 및 유치원들에 근무하는 회원교사 3,632명에게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뒤 결과를 내놓았다.

교사들은 다시 태어날 경우 교직을 선택하겠냐는 질문에 절반 이상이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교직 만족도에서는 '매우 만족'(16.5%)과 '대체로 만족'(53.7%)을 합한 비율이 70.2%로 10년 전 수치(67.8%)보다 조금 높았다. 만족하지 않는다는 9.3%로 나타나 10년 전 4.3%보다 높아졌다.

교직 생활에서 스트레스가 심할 때로 '학교폭력과 문제행동 학생 등 학생들에 대한 생활지도가 어려울 때'(23.9%)의 경우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교사들은 '학부모와 갈등 및 무고한 지역사회 민원이 생길 때'(21.4%)’. '일부 부정적 사례가 확대돼 교직 사회 전체가 비난받을 때'(18.1%) 힘들어했다.

학부모에게 가장 고마울 때는 '말없이 믿어줄 때'(34.6%) '애 쓰신다’는 감사의 말을 전할 때'(27.9%), ‘자녀 졸업 후에 감사연락 등이 올 때’(26.3%) 등 응답들이 이어졌다.

선생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사람을 특정적으로 지칭한 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윗사람을 부르는 말과 혼용되기도 하였다.

다시 말해, 선생이라는 용어가 모든 교사에게 붙여지는 높임말이자, 지식이나 인격면에서 모범이 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여졌던 것이다.

▲ 스승의날을 이틀 앞둔 13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진여중 강당에서 RCY단원을 포함한 전교생들이 하트 모양을 만든 뒤 스승의 은혜 노래를 합창하고 있다./뉴시스

스승은 원래 불교의 중을 높여 부르는 말이었다. 15세기 훈민정음 초기〈월인석보〉에도 '스승'이 나오고 최세진의 〈훈몽자회〉에서는 불교의 중을 '스승(師)'이라고 기록했다.

옛날에는 중을 존경해서 부를 때 '사승(師僧)' 혹은 '사(師)님'이라는 호칭을 썼다.〈동언교략東言巧略〉에는 사(師)의 중국 발음이 '스'란 점으로 미루어 사승(師僧)이 스승의 어원이라 했다.

이 '사승'이 변해서 '스승'이 되었고, '사(師)님'이 '스님'이 된 것이다. (어원을 찾아 떠나는 세계문화여행(아시아편), 2009, 박문사) 중국무술영화에 나오는 ‘쓰부’(師父)나 ‘따꺼’(大兄)등 자신이 배운 사람이나 따르는 사람의 존칭인 것이다.

선생(先生)은 한자어로 ‘먼저 태어난 사람’이다. 유학의 나이 존중이 경륜이나 지식이 앞선자를 공경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중국 한국 일본 유교 3개국에서는 타인의 존칭으로 보통 쓰인다.

본래 일찍부터 도를 깨달은 자, 덕업(德業)이 있는 자, 성현의 도를 전하고 학업을 가르쳐주는 자, 국왕이 자문할 수 있을 만큼 학식을 가진 자 등을 칭하는 용어다.

그 뒤 국가 체제가 갖추어지면서 교육의 기능이 강화되자, 선생은 ‘남을 가르치는 사람’을 지칭하는 것으로 의미상의 변화를 가져왔다.

신라시대 때 거문고의 백결선생(百結先生)은 유명하고, 신라 중기의 유학자 강수(强首)는 태종무열왕에게 보내온 당의 국서를 명쾌히 해석해주어 왕이 ‘강수(强首)선생’으로 불렀다.

불교 국가인 고려 때는 승려에게 국사, 왕사라는 칭호를 썼고 중기 이후에는 승려 외에 일반인에게도 선생 칭호를 붙였다.

당시 문집과 묘지명에 나오는 용례에는 산림에 은거하여 관작이 없으면서 학덕을 겸비한 처사, 학문적으로 성취한 인물, 학문과 지조가 있는 선비 등을 지칭하지만 이들이 교육을 담당하자 ‘선생’의 칭호가 후세에까지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에는 풍부한 성리학적 학식과 덕망을 갖춘 인물들을 선생이라는 존칭으로 불렀다.

서원과 향교에서 제자 문인들이 스승을 선생으로 존칭하기도 했다. 실학자 박지원은 <호질 虎叱>을 통하여 북곽선생(北郭先生)이라는 표리부동하고 허위에 가득찬 성리학자를 고발했다. <예덕선생전 穢德先生傳>에서는 비록 무식하고 천한 직업을 가지기는 했을 망정 하는 일에 만족하고 나름대로 덕을 갖춘 선생으로 높여 불렀다.

19세기말 개화기에 근대 학교가 나타나면서 ‘가르치는 사람’을 교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일제때 ‘선생’이 남용되면서 비속화의 경향이 나타났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사람만이 아니라 윗사람을 부르는 말과 혼용됐다.

선생이라는 용어가 모든 교사에게 붙여지는 높임말이자, 지식이나 인격 면에서 모범이 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여 졌다. 그 뒤 점차 범위가 좁아지면서 선생은 곧 ‘교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근래에는 스승이 선생님의 높인 말로 느껴진다. 선생은 학교에서 일하는 직업인을 칭하고 사교적으로도 존경의 뜻 없이 쓰인다. ‘선생의 날’이 아니라 ‘스승의 날’이라야 존경과 감사의 뜻이 전해진다. 선생님들이 ‘직장인’을 넘어 진정한 스승으로 대접받을 날을 기대해본다.

※ 남영진 상임고문은 한국일보 기자와 한국기자협회 회장, 미디어오늘 사장, 방송광고공사 감사를 지내는 등 30년 넘게 신문·방송계에 종사한 중견 언론인입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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