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남경우 대기자] 동아시아의 국제질서가 요동치는 가운데 한국 사회는 거대한 변화에 직면해 있다.

새로운 정치생태계가 태동하고 있으며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 대한 모색이 활발해지고 있다.우리는 이러한 변화 혹은 전환을 이해하고 해석하는데 익숙해져야 한다.

이 시점에서 ‘변화의 패턴’에 대해 수없이 많은 모형을 제공하고 있는 전통고전 주역(周易)을 소개하는 것도 의미 있는 기획이라고 판단했다.

이 코너를 통해 수 회에 걸쳐 주역 읽기에 필요한 몇 가지 배경지식을 소개할 예정이다./편집자 주

주역의 ABC – 부호를 이해하면 주역이 보인다

주역은 어렵다고 말한다. 왜일까? 부호와 글이 같이 나오기 때문이다. 부호에 대한 기초상식과 부호를 해석하는 기본 논리를 모르면 아무리 주역을 이해하려 해도 도로아무타불이다. 대부분의 책은 글로만 쓰여져 있다.

가령 논어는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자왈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이렇게 시작한다.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子는 공자를 말하며 그 뒤의 문장은 공자가 말한 것이다. 子자가 공자라는 것과 이어지는 문장은 공자가 말한 것이라는 점만 알면 계속 읽으면서 스스로 이해할 수 있다. 논어에 나오는 수많은 인물들과 그들이 처했던 환경을 이해하고 한문을 익혀가면 혼자라도 글읽기가 가능하다.

반면 주역의 원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周 易

乾 ☰ 天 健 父 西北

兌 ☱ 澤 悅 小女 西

離 ☲ 火 麗 中女 南

震 ☳ 雷 動 長男 東

巽 ☴ 風 入 長女 東南

坎 ☵ 水 陷 中男 北

艮 ☶ 山 止 小男 東北

坤 ☷ 地 順 母 西南

아…. 어렵다.

이상은 복희씨가 B.C. 2000 년대에 그렸다는 여덟 개 부호(☰ ☱ ☲ ☳ ☴ ☵ ☶ ☷)에 대한 설명이다. 이렇게 시작한 주역은 본격적인 64괘에 대한 해설에 들어가면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아래는 64괘에 대한 해설 중 열 한 번째에 해당하는 <지천태地天泰> 괘를 발췌한 것이다.

泰卦 第十一

☷

☰

泰, 小往大來, 吉, 亨.

初九, 拔茅茹, 以其彙, 征吉.

九二, 包荒, 用馮河, 不遐遺, 朋亡, 得尙于中行.

九三, 无平不陂, 无往不復, 艱貞无咎, 勿 用馮河 恤其孚, 于食有福.

六四, 翩翩, 不富, 以其鄰不戒以孚.

六五, 帝乙以祉元吉.

上六, 城復于隍, 勿用師, 自邑告命, 貞吝.

泰卦 第十一 밑의 그림은 泰라는 이름의 괘이며 64괘중 열 한 번째의 괘라는 의미다.

주역이 처음으로 소개하는 여덟 개의 괘를 단괘單卦 혹은 소성괘小成卦라고 한다.

☰ ☱ ☲ ☳ ☴ ☵ ☶ ☷ 가 여덟 개의 소성괘다.

그 뒤에 이어지는 64개의 괘를 중괘重卦 또는 대성괘大成卦라고 한다. 단괘가 단어라고 한다면 중괘는 문장이다.

이 도해는 여덟 개의 괘가 중첩하여 만들어 낸 64개의 괘를 나열한 것이다. 즉 소성괘가 겹쳐져 대성괘가 된 것이다.

8괘 외우기가 주역의 나들목이다

주역은 일단 부호에 익수해져야 한다. 우선은 여덟개의 소성괘에 익숙해져야 한다. 소성괘는 주역의 알파벳이다. 무조건 외워야 한다.

☰ 1乾天 健 父 西北

☱ 2兌澤 悅 小女 西

☲ 3離火 麗 中女 南

☳ 4震雷 動 長男 東

☴ 5巽風 入 長女 東南

☵ 6坎水 陷 中男 北

☶ 7艮山 止 小男 東北

☷ 8坤地 順 母 西南

일건천이태택삼리화사진뢰오손풍육감수칠간산팔곤지... 이런식으로 입과 머리에 즉시 떠올려지도록 외워야 한다. 물론 상징부호와 함께다.

☰ 은 여덟 개의 소성괘 중 하나다. 이어진 막대기(bar)가 세 개가 겹쳐져 있다.

☰ 1乾天 健 父 西北

☰는 순서는 제 1번이고, 괘 이름은 乾이다. 대표적으로 天을 상징한다. 뜻은 강건하다는 의미다.가족관계로는 아버지를 의미하고 방향은 서북이다.

☷ 8坤地 順 母 西南

마찬가지로

☷는 순서는 제 8번이고, 괘 이름은 坤이다. 대표적으로 地를 상징한다. 뜻은 순하다라는 의미다.가족관계로는 어머니를 의미하고 방향은 서남이다.

나머지 여섯 개의 괘도 동일하다.

이 여덟 개의 소성괘를 외운 순간 여러분은 ‘기초영문법’과 ‘사칙연산법’을 뗀 것이다. 여러분은 이 여덟 개의 괘를 익히면서 각각의 부호가 왜 산이며 못이며 불이며 우뢰며 바람이며 물이며 산이며 땅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또 온갖 상상력을 동원하여 각각이 빚어내는 현란한 변화를 기억해 내야 한다. 가령 뇌성벽력이 치면 왜 커다란 움직임이 있고 산이 있으면 멈춤이 있는지를 말이다. 이제 여러분은 빛과 어둠이 만드는 장대한 드라마에 들어왔다.

※ 남경우 대기자는 내일신문 경제팀장과 상무, 뉴스1 전무를 지냈으며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연구 모임인 북촌학당에 참여,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의 해법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