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사태, 쿠바 때와 뭐가 다른가?

남영진의 청호칼럼 남영진 논설고문/행정학 박사l승인2019.02.08l수정2019.02.20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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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한나라 두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사태가 점점 깊은 수렁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 남영진 논설고문

미국은 지난 1월23일 의회에서 임시 대통령으로 추대된 후안 과이도 의장을 지지하지만 러시아는 현 대통령인 니콜라스 마두로를 지지해 유엔에서도 대립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협상에 묶여 베네수엘라 석유에 500억 달러나 투자해 강력한 마두로 지지국이지만 겉으로는 협상과 대화를 촉구하며 중립을 지켜 국제사회의 여론이 분열되어 있다.

미국 국무부의 엘리엇 에이브럼스 베네수엘라 담당 특사는 지난 7일 " 전직 대통령 마두로와 대화할 시간은 지났다"며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은 과이도 뿐"이라며 마두로가 권좌를 떠나는 협상 외에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마두로 정권의 통제 아래에 있는 베네수엘라 국회의원들에 대해 미국 여행을 금지하는 제재를 가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을 선언한 과이도 의장은 자국의 식품·의약품 부족 사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에 인도주의적 원조를 호소해 미국과 캐나다, 유럽연합(EU) 등이 원조를 약속했다. EU의 지원 아래 국제 중재 국가들의 첫 회의가 열려 미국이 지원한 인도주의적 구호 물품 100t을 실은 트럭들이 베네수엘라와 접한 국경 도시인 콜롬비아 쿠쿠타에 도착했다. 하지만 마두로는 해외 원조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히고 실제 국경 다리를 컨테이너로 봉쇄했다.

유엔의 중재도 무산됐다. 미국은 두 대통령 선언 직후인 1월26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과이도를 새 대통령으로 추대하자고 제안했지만 상임이사국중 하나인 러시아가 반대해 공동성명서 채택이 무산됐다. 미국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공동성명채택을 저지한 러시아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바실리 네벤지야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폼페이오 국무부장관이 바른 선택을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 ‘한 나라 두 대통령’ 사태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 사태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사진 왼쪽)과 임시대통령을 선언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카라카스=AP/뉴시스]

국제사회는 미국, EU의 서방과 러시아를 비롯한 좌파국가들로 양분돼있다. 중남미국가도 분열되어 있다. 멕시코를 제외한 이웃 중남미국가인 브라질 칠레 등 리마그룹과 유럽연합(EU)은 과이도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 알바니아, 조지아(그루지아), 스위스등은 미국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 러시아, 쿠바를 비롯한 볼리비아, 중미의 니카라과, 엘살바도르 그리고 터키 등은 마두로를 지지한다고 표명했다.

중국과 벨라루스는 모든 차이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요구하면서 외국의 간섭을 경고했다. 이들은 유엔사무총장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대화할 것을 요구했다. ”이제 공은 미국의 손으로 넘어갔다. 우리는 베네수엘라의 주권을 존중하고, 내정불간섭 원칙과 유엔사무총장의 균형 잡힌 평가에 기초한 그런 성명서를 채택해야한다“고 요구했다.

미국의 ’패권주의‘와 ’내정간섭‘에 강력히 반대해오던 중국이 이렇게 애매한 입장을 취하는 데에는 미중간의 무역분쟁 때문이다. 겨우 휴전을 하고 있는 지금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중국이 2007년 이래 베네수엘라 원유를 확보하기 위해 500억달러 이상의 거액을 투자해 마두로 정권의 몰락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일 ”베네수엘라 위기로 중국이 가장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은 이뿐 아니라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기업인 pdVSA와 합작사업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마두로 현 대통령의 자금줄인 pdVSA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조치로 이 회사가 대중(對中)채무를 변제할 길이 막힐 수도 있다. 또 중국은 베네수엘라에 많은 무기를 수출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에 이어 2위의 무기 수출국이다.

중국이 특히 걱정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과이도정권이 들어서면 마두로 정권의 채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새 정권이 국가 이익의 관점에서 외국과 체결했던 모든 계약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과이도 진영측은 중국에 평화 제스처를 먼저 보냈다.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고 있는 중국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경우 정권 획득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과이도도 지난2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투자는 우리나라의 발전과 미래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집권하면 중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건설적이고 상호이익이 되는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중국 당국자를 조만간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중국도 현재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고 있지만 과이도 진영에도 채널을 구축하려하고 있다.

60년대 카리브해의 쿠바를 두고 미국과 소련이 직접 맞부딪친 게 ‘쿠바 미사일위기’였지만 ‘남미의 베네치아’라는 베네수엘라를 놓고 50여년만에 다시 대립하고 있다. 양 주역이 소련의 해체로 약해진 러시아와 더 강해진 미국으로 바뀐게 다른 점이다.여기에 ‘빅2’로 올라선 중국이 러시아에 가세해 ‘힘의 균형’이 유지돼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고통만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 남영진 논설고문은 한국일보 기자와 한국기자협회 회장, 미디어오늘 사장, 방송광고공사 감사를 지내는 등 30년 넘게 신문·방송계에 종사한 중견 언론인입니다. [이코노뉴스]
남영진 논설고문/행정학 박사  kumbokju03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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