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진의 청호칼럼

[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박근혜 대통령이 5월초 이란을 국빈 방문해 최대 52조원 규모의 경제협력 관계를 맺은 것은 경제외교의 큰 수확이다. 여기에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물론 최고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와 면담했다.

1973년 수교한 북한의 입장에서는 전통 우방의 변화를 감지케 하는 신호로도 느껴질 만했다.

▲ 남영진 논설고문

하메네이는 이란의 사실상 최고 지도자다. 1979년 이슬람혁명 후 신설된 직위인 최고지도자는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 혁명수비대 등 국정 전반에 걸친 최종 결정권을 가진다. 이란 헌법수호위원회 위원 절반과 대법원장 등 주요인사도 임명하는 이란 최고 권력자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이란의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로 37년 만에 빗장을 푼 이란과의 정서적 연결이다.

북한보다 11년 앞선 62년 수교한 우리로서는 히잡을 쓴 박 대통령의 첫 이란 방문에서 페르시아어로 인사한 “두스트 바 함러헤 쿱”(친구이자 좋은 동반자)임을 내외에 알리기에 충분했다.

대기업 총수 등 최대 규모의 경제계가 방문해 석유개발, 자원개발, 철도와 발전소 건설, 도로 항만개발, IT협력 분야에서 양국간 협정·양해각서 66건 체결, 371억 달러 규모 이란 인프라 프로젝트 참여추진 등 경제성과를 거두었다.

이란에 동행한 236명 경제사절단의 5억4000만 달러 수출 MOU를 체결하는 성과도 거두었다. 2010년 핵문제로 서방의 경제제재가 시작된 지 거의 6년만의 일이다.

한국 건설기업들은 73년 중동전쟁 이후 아랍 현지의 도로와 교량, 항만을 건설하기 시작하면서 중동붐을 일으켰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74년 열린 제7회 아시안게임에 중국 북한 몽골 등 공산진영 7개국이 처음 참가했다. 당시에는 마라톤 경기가 열리지 않았다.

기원전 페르시아의 대군이 보스포러스 해협을 넘어 그리스를 침략했을 때 아테네군에 대패한 곳이 마라톤이고 이 승전보를 전하러 뛰어간 거리가 42.195㎞에 달하는 마라톤 경기의 거리가 된 연유다. 이후 축구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호주 이스라엘 이라크와 함께 우리의 발목을 잡은 나라였다.

77년에는 서울과 테헤란이 자매도시가 되면서 강남의 테헤란로가 생기고 테헤란에도 서울로와 서울공원이 조성됐다.

그러나 79년 팔레비왕이 실각하면서 친미 국가였던 이란은 아야톨라 호메이니라는 종교지도자를 정점으로 한 신정국가가 되어 반미노선을 걸어 우리와도 멀어졌다.

특히 2010년부터 핵개발 의혹을 받아 미국 등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았지만 우리는 한글학교와 대장금, 주몽 등 TV 드라마로 양국간의 정서적 연결을 이어온 셈이었다. 당시 이란은 전세계 원유의 10% 정도를 수출하고 해외건설에서 수주액이 6위였던 큰 시장이었다.

▲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오전 사드아바드 좀후리궁에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뉴시스

이 테헤란로가 이번 박 대통령 방문으로 다시 이란의 서울로 연결된 것이다. 서울 강북에서 한남대교를 넘어오면 첫 가로길이 압구정로 논현로 도산대로 학동로 언주로, 둘째길이 반포로, 봉은사로 그 다음이 테헤란로, 이어 양재대로 남부순환로 등이 나온다.

남북으로는 강남대로, 영동대로 등이 있지만 다 한글 이름이어서 연유를 알 수 있다. 언주로는 조선시대 광주군 언주면에서 연유됐다.

영동 지역은 영등포 동쪽 지역 전체를 일컬었다. 박정희 대통령 때인 69년 강북에서 제3한강교를 넘어 신사동을 기점으로 해서 경부고속도로가 생겨 강남개발이 시작됐다.

72년 한남대교로 이어지는 강남대로가 생겼고 76년 봉은사가 있는 논현 청담 지역에 영동대교로 이어지는 영동대로가 생겼다. 영동대로와 연결된 동서길인 삼릉로가 77년 서울-테헤란 자매도시 협정으로 테헤란로로 바뀌었다. 강남역에서 삼성역까지 고층 빌딩가가 이어지는 ‘한국의 실리콘밸리’다.

박 대통령은 귀국 길에 오르면서 "이번에 제2의 중동붐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 이란과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해 협력해 나갈 여지를 만든 것도 이번 방문의 의미"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돌아보면 한참 우리 경제가 어려울 때 열사의 나라, 중동에 진출해 경제를 다시 살린 저력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각 문화공연 행사는 물론 한복·한식·한지를 주제로 한 기획전인 '전통문화 콘텐츠 전시·체험전'을 참관했고 한·이란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했으며, 동포 대표 접견, 이란 국립박물관을 둘러보았다.

이미 이란에는 전통 우방인 러시아를 비롯 핵 제재를 푸는데 앞장섰던 독일, 프랑스, 영국등이 자원과 금융 등을 선점하고 있다.

뒤늦은 우리로서는 안정적인 석유, 자원 공급선 확보와 함께 장기적 건설 수요를 찾아야 한다.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올해 초 이란을 방문, 10년내 양국 교역액을 6,000억 달러까지 늘리기로 합의했다.

그나마 구마모토(熊本) 지진과 헌법개정 등 국내문제 때문에 7월에야 이란을 방문할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보다 앞서 방문한 것은 다행이다.

※ 남영진 상임고문은 한국일보 기자와 한국기자협회 회장, 미디어오늘 사장, 방송광고공사 감사를 지내는 등 30년 넘게 신문·방송계에 종사한 중견 언론인입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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