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우의 세상이야기

 

▲ 남경우 대기자

[이코노뉴스=남경우 대기자] 국제질서가 요동치는 가운데 한국 사회는 거대한 변화에 직면해 있다. 20대 총선을 기점으로 새로운 정치생태계가 태동하고 있으며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 대한 모색이 활발해지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 혹은 전환을 이해하고 해석하는데 익숙해져야 한다. 이 시점에서 ‘변화의 패턴’에 대해 수없이 많은 모형을 제공하고 있는 전통고전 주역(周易)을 소개하는 것도 의미 있는 기획이라고 판단했다.

이 코너를 통해 수 회에 걸쳐 주역 읽기에 반드시 필요한 몇 가지 배경지식을 소개할 예정이다./편집자 주

주역 책 고르기

주역읽기를 시작하려면 책을 준비해야 한다. 돈이 허락한다면 여러 권을 한꺼번에 구입하는 것도 좋다. 주역책은 대체로 비싸다. 여러 권을 한꺼번에 사려면 두어 번 맛난 술과 음식을 포기해야 한다. 여러 권을 한꺼번에 읽는 방식을 추천한다.

한 권의 주역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가령 겸손에 관한 장인 15번괘 지산겸(地山謙)과 혁명에 관한 장인 49번괘 택화혁(澤火革)은 겸손과 혁명을 다루는 괘다.

이렇듯 주역에는 각각 다른 범주의 생각을 정돈하는 괘 64개가 연이어 나온다. 이것을 한꺼번에 모조리 훓어내기란 쉽지 않다. 차라리 여러 권을 놓아두고 15번 지산겸괘를 찾아 모조리 읽는 편이 쉽다. 이것이 끝나면 49번 택화혁을 모조리 읽는다. 또 어떤 때는 주영주의 <점수주역>이 눈에 들어오고 어떤 때는 성백효의 <주역전의>가 들어온다.

만일 한 권의 주역책을 고르라면 다음 세 권 중 한 권을 선택해라. 성백효의 <주역전의(전통문화연구회 간)>, 김석진의 <주역강해(대유학당)> 혹은 조영주의 <주역(예학사)>이 이중 하나다. 선택기준은 자신의 입맛이다.

<주역전의>는 주역의 원텍스트에 공자(BC551~BC479)의 십익 그리고 이에 대한 정이(1033~1107)와 주희(1130~1200)의 해설을 동시에 해석한 책이다.

동아시아 유학의 거봉들이 주역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볼 수 있다. 주역에 대한 전통적인 해석이다. 역주를 담당한 성백효는 해동경사연구소 소장으로 정통적인 한학자다. 성 소장은 2014년 제68회 서울대 졸업식에서 축사연사로 나서 주역의 지산겸괘를 소개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출세하여 권력을 잡고 돈을 버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며 “자신이 남들보다 먼저 잘 살겠다는 생각보다는 선우후락(先憂後樂·천하를 먼저 걱정하고 그 뒤 즐거워야 한다)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바 있다.

<주역강해>는 야산 이달의 제자 대산 김석진(88)이 쓴 주역해설서다. 주역의 원텍스트와 공자의 10익이 실려있다. 김석진은 1928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평생 주역을 연구했다.

58세부터 흥사단아카데미에서 주역을 강의한 이후로 전국에서 주역을 강의했다. 2015년 10월 정동의 한 식당에서 미수연을 앞둔 소회를 말하면서 기자들에게 이 같이 밝혔다. “대가는 무슨 대가야. (세상의 이치를) 전달했을 뿐”이라고. 이 책은 경서(經書)로서의 주역과 점서(占書)로서의 주역을 동시에 고려하며 해설한 책이다.

<주역>은 40대 중반의 역학자 조영주가 철저히 점서로서의 주역을 해설한 책이다. 이 책에는 수없이 많은 점단사례(점친 사례)가 나오고 각 괘와 효를 점수화하였다. 네이버 카페 ‘주역 고도역단’의 매니저 조영주는 조주역학회 회원들과 함께 10수만번의 주역점을 친 후 그 진위를 기록하여 검토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그의 책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주역>의 말미에는 수 많은 사례를 통계화하여 만들어 낸 점수표가 있다. 그의 카페명에 등장하는 고도역단은 일본에서 역성(易聖)이라고 불리고 있는 고도탄상(高島呑象)의 점단 원리를 수용한다는 의미이다.

만일 돈이 더 허락한다면 다음과 같은 책을 추천하다.

김승호의 <주역원론> <주역인문학>

서대원의 <주역강의>

임채우의 <주역왕필주>

황준연의 <실사구시로 읽는 주역>

성태용의 주역(EBS 기획시리즈) – 유투브

▲ 맹자와 프로이트 등 동·서양 사상가들의 생애와 철학을 담은 ‘인문고전’ 읽기가 인기다. 전세계 지성인이 주역을 공부했으며, 주역을 통해 만물의 뜻을 이해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돼 있다. /한길사=뉴시스 자료사진

이 중 에세이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김승호의 <주역인문학>과 서대원의 <주역강의>가 있다.

김승호는 주역이 더 이상 중국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닐스 보어, 아인슈타인, 칼 융, 라이프니츠, 유카와 히데키, 존슨 얀(DNA와 주역의 관계를 해석), 헤르만 헤세, 옥타비오 파스(64괘를 활용한 멕시코 시인) 등 전세계 지성인이 주역을 공부했다며, 주역을 통해 만물의 뜻을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주역인문학>은 주역 에세이다. 왕초보자에게도 주역의 의미를 쉽게 전한다. 또 주역 연구가에게도 많은 통찰을 제공한다. 김승호는 50여년간 주역을 연구한 노학자로 현대의 수 많은 과학적 발견과 심리학적 업적 또는 예술적 결과를 주역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주역강의>는 60대 후반의 역학자 서대원의 에세이식 주역해설서다. 최근 주역 분야 베스트셀러다. 부산을 중심으로 직접 역학원을 운영한 직업 술사였다.

그는 주역을 이해하기 위해 천서만독(千書萬讀) 했다고 한다. 그는 주역에 나오는 원형이정 이라는 표현이 다가오지 않아 수 많은 시간을 고심했다. 원형이정의 느낌이 다가오자 서술하기 시작해 완성한 글이 <주역강의>다.

임채우의 <주역왕필주>는 동아시아 주역 해석의 거장 왕필(226~249)이 해석한 왕필본의 최초 국역본이다. 엄정한 그의 국역으로 많은 주역연구가들이 이 책을 참고한다.

특히 그가 부록에서 쓴 ‘주역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는 일독을 권할 만큼 잘 정리된 글이다.

특히 초보자들이 주역에 들어가는데 훌륭한 나침반이다. 왕필은 노자적 관점에서 의(義)와 리(理)를 분석적 사변적으로 해명했다고 한다.

황준연의 <실사구시로 읽는 주역>은 최근 학자들의 현대적 해석을 종합한 해석서다. 1899년 갑골(甲骨) 복사(卜辭)가 세상에 나타나자, 학자들은 이에 근거하여 <주역> 경문의 해석에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 책은 이러한 입장이 반영된 책이다. 주역읽기에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또 확장된 시야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늘 그렇지만 제 입맛에 맞는 책이 제일 좋은 책이다.

※ 남경우 대기자는 내일신문 경제팀장과 상무, 뉴스1 전무를 지냈으며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연구 모임인 북촌학당에 참여,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의 해법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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