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우의 세상이야기

[이코노뉴스=남경우 대기자]

 

 

▲ 남경우 대기자

동아시아의 국제질서가 요동치는 가운데 한국사회는 거대한 변화에 직면해 있다. 20대 총선을 기점으로 새로운 정치생태계가 태동하고 있으며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 대한 모색이 활발해지고 있고 있다. 우리에게는 이러한 변화 혹은 전환을 이해하고 해석하는데 익숙해져 한다. 이 시점에서 ‘변화의 패턴’에 대해 수없이 많은 모형을 제공하고 있는 전통고전 주역(혹은 역경)을 소개하는 것도 의미 있는 기획이라고 판단하였다. 이 코너를 통해 수 회에 걸쳐 주역읽기에 반드시 필요한 몇 가지 배경지식을 소개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왜 주역을 공부하려고 하는가

박찬응 군포평생교육원 본부장은 최근 교육원 인문문화강좌에 주역교실을 개설했다. 박 본부장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라도 주역을 공부하고 싶은 DNA가 있다”는 전제하에 이 반을 개설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주역을 공부하려고 할까? 공부하려고 하는 이유는 기대와도 이어진다. 그렇다면 주역을 공부하는 이유과 기대 혹은 그 효용은 어디에 있을까?

많은 한국인들은 한국인들의 생각이 어디서 흘러 나왔는지 그 뿌리를 이해해보고 싶어한다. 한국인들은 주역을 읽음으로써 그 뿌리에 다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렇다. 조선조 경복궁과 각종보조건물 그리고 사대문의 배치부터 이름까지 음양오행론과 이어지지 않은 것이 없다. 음양오행의 뿌리는 주역에서 찾을 수 있다. 조선조 세종대왕시기 주역은 시험 과목 중 하나였고 여타 과목 중 배점이 가장 높았다. 당시의 관리는 입법 행정 사법 즉 전권을 다뤘다. 그들이  임지에 부임하여 행정을 하려면 여러 복잡한 정황을 다양하게 파악하고 균형있게 판단 하는 능력이 중요했다. 이때 주역은 이러한 역량을 기르는데 중요한 텍스트였다.

이렇게 조선시대 주역읽기의 전통은 이황 서화담 정약용 등으로 이어지고, 끝내는 동학의 동경대전에도 주역적 표현이 나온다. 즉 유불선을 통합하고 서학을 감안하여 동학을 만들었던 수운 최제우도 동경대전에 역易이 만들어내는 변화성과 영원성을 담았다.

과거 선조들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를 이해하려면 주역읽기는 아마 필수적 전제다. 태극기가 주역의 태극과 건곤감리라는 괘로 그려져 있다. 태극은 음양이 상생상극하며 순환하는 이치를 담았다면 건곤감리는 하늘 땅 물 불 등 천지를 이루는 요소를 담은 것이다. 일제하 이전시기까지 선조들이 쓴 수많은 문헌에 담겨있는 그들의 생각을 마주하려면 주역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 주역강의 등 주역에 관한 책/사진 출처=네이버 이미지

한편으로 주역은 점서(占書)이기도 하다. 실제 주역은 점치는 책으로써 널리 활용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철학원에서 풀이하는 사주도 주역이라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역과 사주명리학은 음양이론으로써 사상적 뿌리가 이어져 있다. 주역을 익히고 싶어하는 이유로 주역으로 점을 쳐 보고 싶다는 심정도 있다. 이러한 접근도 주역읽기의 주요한 동력이다. 우리는 사실 매일매일 점치며 산다고 할 수 있다. 판단한다는 것, 이것이 점치는 행위이다.

현대차에 투자할까 삼성전자에 투자할까 부터, 이 사람과 동업을 하는 것이 좋은지 나쁜지, 아이가 이공계로 가야는지 인문계로 가야는지~ 늘 무엇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모든 판단은 이를 위한 관련지식을 모으고 사전에 숙고한 수에 결정한 것이라도 언제나 불완전하다. 과학적 방식을 중시한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삶은 늘 미지의 영역에 노출되어 있다. 점은 이러한 판단을 보완하는 또 다른 방식이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 점친 기록이 많다. 전투와 전쟁에 철저했던 이순신은 늘 마지막 판단에 이르기까지 고심한다. 적아의 군세를 파악하고 바람과 물길과 화공여부를 모두 조사하고 판단자료로 썼지만 전투에 직접 나서길 결정하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잘못된 판단은 수없이 많은 병사와 조선인의 죽음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확실한 미래를 판단하는데 주역은 점서占書로 활용되었다.

지적 유희나 지적 자긍심으로 주역을 읽기도 한다. 주역은 그야말로 동양의 最古 最高 텍스트라 해도 손색이 없다. 주역을 읽으면 다른 사람에게 지적이거나 통찰력이 있거나 심원한 사람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이런 심정으로도 읽는다. 사치스런 생각으로 주역읽기를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읽는 과정에서 읽는 이는 점차 세계와 인생과 흥망성쇠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과 사색으로 들어간다.

인생이 지루하거나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거나 무엇을 할 것인지 망연한 사람들에게도 주역은 훌륭한 벗이 될 수 있다. 일에 실패하여 긴 세월을 견뎌야 하는 이에게도, 심각한 결정이 반복되어 심신이 피로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고 전체를 조망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주역은 훌륭한 벗이 된다.

선조들은 사서삼경(대학 중용 논어 맹자 시경 서경 역경)이라하여 학문의 기본텍스트 중 마지막 텍스트로 역경(주역)을 중시하였다. 과거에는 사서삼경이 기본텍스트로 중시되었던 관계로 그 중 하나인 역경에 접근하기가 쉬웠다. 안내자도 많았고 안내서에도 접하기 쉬웠다.

하지만 근대교육이 시작된 이래 동양사상의 뿌리에 해당하는 역경을 접하기란 쉽지 않아졌다. 그러나 뜻이 있는 자에게 길이 있다.

※ 남경우 대기자는 내일신문 경제팀장과 상무, 뉴스1 전무를 지냈으며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연구 모임인 북촌학당에 참여,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의 해법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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