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박병호 인커리지파트너스 대표]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2019년 예산을 10조2000억원으로 편성했는데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한다.

▲ 박병호 인커리지파트너스 대표

편성된 예산의 절반 이상은 창업기업자금과 소상공인전용 융자 목적으로서 기술창업과 소상공인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 창업·벤처 지원은 중기부 이외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특허청,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농업진흥청 등 많은 다른 부처들도 예산을 집행하고 있으며 거의 모든 부처가 매년 예산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 막대한 예산집행, 과연 효과를 보고 있나?

정부가 중소벤처기업 창업과 혁신성장에 드라이버를 거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20년 전부터 시작된 일이긴 하지만 경제침체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이 절실한 지금은 더욱 중요해진 국가 추진전략으로서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정책자금이 투입된 기업들은 어떻게 되었으며 재정 투입의 전반적 효과는 어떤지 일반인들은 알기가 쉽지 않다.

지출의 형태도 펀드나 조합출자, 직간접 대출, 지급보증 혹은 보증기관 출자, 연구비 지원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지만 컨트롤타워가 없다 보니 정책의 효과가 어떠한지 안갯속이다. 실제로 막대한 재정투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스타트업과 벤처들은 자금 부족을 하소연하고 있다.

◇ 어떻게 정책자금을 집행하고 있나?

아래 표는 2019년 예산안의 요약이다. 예산이 아무리 많다 해도 모든 기업을 지원하지는 못할 것이므로 지원할 기업을 선별해야 한다.

아마도 정책효과는 지원할 가치가 있는 기업선별의 적중률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2018년에는 신규 일자리 창출기업이나 근로환경개선기업 등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하였고 그 이전에는 성과중심의 효율적 예산 집행에 중점을 둔다고도 했다.

예산담당 부처에서는 나름 최선을 다해 적절한 기준을 설정하고 평가를 통해 지원의 가치가 높은 기업을 선별하는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예전에 정책자금 집행기관의 기업선정 평가항목을 본 적이 있는데 평가항목을 통해서는 지원기업 선택의 최우선순위가 기대투자수익률인지, 정책효과인지, 투자원금의 안전성 확보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평가대상 기업들의 사업성, 기술성, 혁신성, 윤리성 등 감안할 요소들은 모두 포함하고 있지만 이 시대의 경제환경에 가장 필요한 기업과 창업자의 기업가정신은 평가하지 않는 것 같다.

◇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의 중요성에 대하여

기업가정신은 미래의 불확실성과 높은 위험을 무릅쓰고 주도적으로 기회를 포착하여 창업하고, 혁신활동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실천적인 역량과 소양을 의미하는데 이런 정의를 보면 그 개념이 가슴에 쉽게 와 닿지 않는다.

필자가 대학에서 기업가정신을 강의해 보니 학생들은 학기가 끝나갈 무렵에서야 겨우 기업가정신 개념을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하는 수준이 되는 것 같았다.

▲ 2018 서울창업 박람회가 열린 지난 10월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울창업허브에서 관람객들이 로보러스의 컨시어지 로콧을 체험하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어려운 우리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가 필요한 우리 젊은이들을 위해서라도 기업가정신이 강조되고 있다. 한국이 잘 사는 나라가 되는 것도 기업가정신이 높을 때만 가능하다. 국가 간의 경쟁에서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는가에 따라 잘사는 나라, 못사는 나라가 결정된다.

유럽의 이베리아 반도는 15세기 말까지 전쟁이 끊이지 않던 곳이었다. 기원전 10세기부터 로마와 게르만, 무어 등 외세의 통치에 시달리던 두 개의 작은 나라,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바다에서 기회를 찾아 항로를 개척하고 해상무역을 통해 세계를 호령하는 나라가 되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었고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도 미국 경제가 견실할 수 있는 배경에는 애플, 아마존, 구글 및 페이스북과 같은 강인한 기업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세계 주식시장에서 최고의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이들 기업들은 벤처와 정보기술의 요람인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하였고 실리콘밸리의 혁신과 독창성은 미국의 뿌리 깊은 기업가정신에서 비롯된다.

◇ 우리 여건에 맞는 기업가정신지수(Entrepreneurship Index)를 개발하자

역사학자 Danial J. Boorstin "새로운 발견의 최대 장애물은 무지(ignorance)가 아니라 지식의 환상(illusion of knowledge)이다."라고 하면서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가 모르는 것뿐만 아니라 아는 것과 얼마나 아는지를 측정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기업가정신을 제대로 평가하여 정책자금을 집행할 기업을 선택한다면 정책자금 집행효과는 엄청나게 상승할 것으로 확신한다.

선진 각국에서는 연구소와 대학이 협력하여 기업가정신과 경제발전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기업가정신을 측정하려는 노력을 2000년 이전부터 시작하였지만 한국에서는 이러한 연구와 개발노력이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앞선 연구기관으로는 미국 보스톤에 있는 뱁슨대학을 중심으로 설립한 GEM(Global Entrepreneurship Monitor)과 LSD와 조지메이슨대학이 중심이 되어 만든 GEDI(Global Entrepreneurship and Development Institute)가 있다.

특히 GEDI는 GEI(세계 기업가정신지수, Global Entrepreneurship Index)를 매년 발표하는데 한해 전에 발표한 결과에 의하면 한국은 24위이며 미국 1위, 스위스가 2위를 차지하고 있다.

GEI는 135개 국가를 대상으로 자료를 분석하여 국가별 기업가정신 점수를 발표한다. 평가기준은 우측 도표에서 보듯이 14가지 항목의 점수를 가중 평균하여 국가별 창업생태계를 평가하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 과정혁신(Process Innovation)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고 반대로 문화적 지원 부문과 국제화에 있어서는 매우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영어 실력을 평가하는데 토플(TOEFL)과 토익(TOEIC)이 있어 편리하듯이 기업가정신을 평가하기 위한 적절한 지수를 개발하여 기업평가에 활용한다면 정책자금 집행에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막대한 재정자금을 운용하는 관련부처들은 정책효율성 제고를 위해서 한번 고민해 보길 기대한다.

※ 박병호 인커리지파트너스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을 지내는 등 증권가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다양한 직무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입니다.

박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지금은 투자자의 성공뿐만 아니라 나라의 경쟁력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달려 있다면서 좋은 스타트업을 찾아 지원하고 투자자들에게 소개하는 일에 온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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