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진의 청호칼럼

[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12월의 첫날인 지난 토, 일요일 이틀간 경기도 가평에서 ‘유승민 IOC위원과 함께하는’ 제1회 KBS강태원복지재단배 전국 탁구대회가 열렸다. 전국 각지에서 온 600명의 아마추어 선수들이 몰려들었다.

▲ 남영진 논설고문

유승민(柳承敏)은 선수위원이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유일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다. 삼성의 이건희 위원이 그만둔 뒤 유일하다. 그는 2004년 8월 아테네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다. 당시 세계랭킹 4위였던 중국선수를 세트 스코어 4-2로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아침 열차로 가평역에 내려 가평종합운동장입구에 서있는 ‘한석봉체육관’까지 10여분 걸어갔다. 인근 대성리와 청평 유원지, 남이섬과 자라섬 등 서울 근교의 1시간 거리의 가볼만한 곳이 많은 가평군의 산천을 휘휘 둘러보았다. 경춘선이 전철로 바뀌면서 읍 교외에 있던 조그만 역사가 큰 역으로 바뀌었다. 조선 3대명필중 하나인 한석봉이 체육관 이름이 됐나했더니 한석봉이 조선시대 가평군수를 지냈다는 역사적 연유가 있었다.

유승민의 아테네 금메달은 1988년 서울올림픽 때 남자의 유남규, 여자의 양영자, 현정화선수 이후로 16년 만이어서 국민들의 환호를 받았다. 88올림픽이후 한국탁구는 번번이 중국의 ’만리장성‘을 넘지 못하고 좌절했다. 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도 출전하였으나 단체전에서 동메달에 머물렀다. 2012년 런던 올림픽까지 3연속 올림픽에 출전해 단체전 결승에 올랐으나 중국에 패해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그는 2014년 6월 현역을 은퇴한 뒤, 삼성생명 탁구단의 코치를 맡고 있다. 국가대표팀 코치를 겸하기도 했고 올해 3월 치러진 평창 동계올림픽 때는 한국선수단장을 지냈다. 1982년생이니까 이제 36세. 그의 이름을 건 대회가 열리자 그를 지도했던 대한탁구협회 박창익 전무이사, 임원들과 그를 지도했던 전 금메달리스트 유남규, 현정화등 선수와 삼성탁구단 감독 등 쟁쟁한 왕년의 선후배 동료들이 함께와 축하했다.

대회를 주최한 강태원선생의 장남인 중고교동창 강영일 이사와 함께 나도 재단의 이사로 개회식에 참석했다. 식전 VIP대기실에서 유남규 선수(지금은 감독)를 만났다. “88올림픽때 금메달을 따내 전 국민을 탁구 팬으로 만들었는데 요즘은 금메달이 뜸해 탁구인기가 식은 것 같다”고 농을 건넸다. 국가대표 감독을 맡았던 그는 “2004년 유승민이가 아테네에서 금메달을 땄고 2012년 런던에서 단체전 은메달을 땄지만 국민의 기대수준이 높아서 그렇다”고 웃는다.

▲ 유승민선수가 12월초 경기도 가평에서 ‘유승민 IOC위원과 함께하는’ 제1회 KBS강태원복지재단배 전국 탁구대회에서 남녀 장애인탁구선수들과의 시범경기를 벌이고 있다.

유승민 선수의 성실함과 한국스포츠를 위한 노력은 선수를 그만두고도 계속됐다. 2015년 8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국내 후보 선출에서 사격의 진종오, 역도의 장미란을 제치고 최종후보가 됐다. 이어 거의 개인적인 노력으로 2016년 8월 브라질 리우 올림픽때 IOC선수위원으로 당선됐다. 투표 결과에서 총 5815표 중 1544표를 획득해 후보자 23명 중 2위를 차지해 문대성에 이어 역사상 2번째 IOC 선수위원으로 선출됐다.

유승민을 이렇게 키운 것은 그의 부친의 지원과 격려덕분이었다. 경기도 부천에서 태어난 그는 오정초등 때부터 부친에 이끌려 탁구라켓을 잡아 선수로 중3때 최연소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경기대 체육과를 졸업하고 선수생활 후 경기대대학원 사회대학원 석사까지 받은 학구파이기도 하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남자 탁구 국가대표를 시작으로 2012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12년간 국가대표를 지냈다.

그를 아무 걱정 없이 선수생활을 하도록 23년간 키워준 건 삼성생명 탁구단이었다. 그는 베이징 올림픽 후 2012년 잠깐 독일의 TTF 립헬 옥센하우젠 선수단에 외유했다가 2014년 6월에 돌아와 1년반 삼성생명 탁구단 코치를 맡았고 대한민국 탁구대표팀 코치를 겸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대한탁구협회(협회장 조양호 대한항공회장)이사, 부회장까지 겸해 정말 바쁘다.

이번 대회는 지난4월 강태원 복지재단 이수성 이사장과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이수성 전 국무총리는 고 강태원선생의 자서전을 읽고 감동해 KBS측의 이사장 제의를 흔쾌히 수락했다. 강태원 선생은 평양에서 월남해 청계천 옷감장사와 운수사업으로 돈을 벌어 음성 꽃동네에 거액을 기부해왔다. IMF를 맞은 1997년 월남한 노인들의 복지를 위해 400여억 원을 공영방송인 KBS에 기증해 방송사에서는 유일한 KBS 강태원복지재단이 설립됐다.

이수성 이사장은 강태원선생의 숭고한 뜻을 기려 기존 복지사업 외에도 사업의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우선 지난6월 유승민 위원과 국악 걸그룹인 ’시아‘를 스포츠부문과 예능부문의 홍보대사로 영입해 이번 전국 탁구대회를 주최하게 된 것이다. 유승민선수는 이날 두드림스포츠협회의 젊은 10여명 직원들과 대회를 주관해 개회식 1시간 전부터 30여개의 탁구대에서 똑딱이는 소리가 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개회식에서 유승민 위원은 대회사를 통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마지막 달에 생활체육의 꽃인 전국탁구대회를 개최하게 된 것은 영광”이라며 이 대회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격의 없는 축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강영일 이사가 이수성이사장을 대신해 ’사랑을 나누면 희망이 자라고 희망이 자라면 사회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축사를 했다. 강이사의 고교동창인 홍문종 국회의원과 가평군, 체육회인사의 축사가 이어졌다. 식후 열린 유선수와 남녀 장애인탁구선수들과의 시범경기로 본격적인 대회의 막이 올라 이틀간 가평의 찬 공기를 달아오르게 했다.

유승민 위원의 성장과정과 세계체육계에서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려는 활약상을 볼 때 유일한 IOC위원에 대한 지원과 배려가 너무 적다. 이미 하계 동계올림픽과 축구월드컵까지 치러낸 스포츠강국이어서 스포츠열기가 좀 시들해져진 것 같다. 중국과 일본은 생활체육은 물론 엘리뜨 체육에도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베트남 국민을 하나로 묶어낸 박항서 감독의 축구처럼 스포츠의 ’희망주기‘가 경제적 어려움속의 국민들에게 큰 희망을 줄 수 있다. 정부가 유 위원을 스포츠 외교대사로 활용해 남북한 체육교류는 물론 국제스포츠계의 거물로 키워볼만 하다.

 

※ 남영진 논설고문은 한국일보 기자와 한국기자협회 회장, 미디어오늘 사장, 방송광고공사 감사를 지내는 등 30년 넘게 신문·방송계에 종사한 중견 언론인입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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