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김홍국 편집위원] 기념일(記念日)은 ‘뜻 깊은 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 김홍국 편집위원

국가 차원에서는 정부가 제정하여 기념하는 국가기념일이 있다. 대표적으로 3·1절, 광복절, 현충일 등 국가 차원에서 의미 있는 국경일을 기념하게 된다.

단체나 회사 차원에서는 개교기념일, 창립기념일, 창사기념일 등이 기념의 대상이 된다.

개인 차원에서는 결혼기념일, 생일, 환갑, 칠순, 팔순, 미수, 희수 등을 들 수 있다. 그만큼 의미가 있기에 기념일에는 기념행사 또는 이에 준하는 행사를 함으로써 그 날의 의의를 기리며, 새로운 발전과 도약을 기약하게 된다.

대부분 국가기념일은 의식과 그에 부수되는 행사가 엄숙하고 검소하게 행해지게 된다. 그래서 정부는 대통령령으로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을 제정, 공포해 시행중이며, 그 역사적 의미는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 독도 침탈하려는 일본을 격퇴시킨 의용수비대 추모

매년 11월 21일 열리는 ‘독도대첩’ 기념일과 기념식은 정식 국가기념일은 아니지만, 그 역사적 의미와 의의는 대단히 큰 국가적 행사다.

올해는 ‘독도대첩’ 64주년이다. 첫 기념일 제정이 이뤄진 2013년 이후 6번째 기념일이다. ‘독도대첩’? 고개를 갸우뚱할 시민들이 많을 것이다. 한산대첩, 명량대첩, 행주대첩, 청산리대첩은 들어봤는데 ‘독도대첩’이라니, 이건 무슨 일인가?

독도대첩은 독도의용수비대기념사업회가 지난 2013년부터 독도대첩 기념일을 맞아 독도의용수비대의 독도 수호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대전 국립현충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추모행사다.

독도대첩은 민간인 경비대인 독도의용수비대가 한국전쟁 종전 이듬해인 1954년 11월 21일 독도침략을 감행하는 일본의 무장순시함 헤쿠라호와 오키호를 소총과 가늠자 없는 박격포 등 열악한 무기로 용감히 싸워 물리친 전투를 가리킨다.

많은 국민들은 현대사에서 일본에 맞서 우리 영토를 수호한 이 전투를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에 비유하여 ‘독도대첩’으로 부르고, 2013년 이후 매년 공식 기념행사를 갖고 있다.

◇ 일제 침략에 맞서 자비 구입한 무기로 일본 순시선 격퇴

독도를 탐내온 일본은 ‘다케시마’라는 명칭으로 자국령이라고 주장하며, 뻔뻔한 억지와 외교공세로 일관해 왔다.

일본은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거치는 동안 독도를 자국 영토로 삼으려는 공세를 펴곤 했다. 일제 강점기 동안 온 국토는 일본에게 침탈당했고, 독도도 일본의 손아귀로 넘어갔다. 독도의용수비대는 이같은 제국주의, 군국주의 일본에 맞선 항일정신의 상징적 존재이자 역사적 교훈의 산 증인이다.

▲ 독도의 날인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독도체험관에서 어린이들이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뉴시스

독도는 늘 외세 침략의 대상이 되곤 했다. 우리 정부가 1952년 1월 18일 평화선을 선포한 뒤 일본은 독도에 대한 야욕을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1953년 일본 수산시험선이 독도에 ‘시마네현 다케시마’(島根縣 隱地郡 五箇村 竹島)라고 쓰인 나무 기둥을 세웠고, 이어 울릉경찰서가 침범해온 일본 해상보안부 순시선 해쿠라호가 격퇴시키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같은 일본의 도발에 맞서 독도 수호를 위해 결성된 단체가 독도의용수비대다. 6·25전쟁 참전용사인 홍순칠 대장을 중심으로 1953년 4월 20일 결성된 독도의용수비대는 독도에 주둔하여 경비임무를 수행했다.

1954년 8월 중순 경까지 독도 서도에 독자적으로 주둔했고, 8월 중순 정부가 독도 동도에 경비초소와 등대를 설치한 뒤 공식 파견된 경찰병력과 함께 주둔하며 협력 체제를 갖췄다.

이들은 자비로 구입한 기관총과 박격포, 소총 등으로 무장한 채 뙤약볕 아래서 일본 순시선이나 어선, 관측장비 등이 접근할 때마다 이를 탐지하고 격퇴하기 위한 훈련에 땀을 흘렸다.

사비를 들여 각종 무기를 구입한 뒤 훈련을 거듭한 의용수비대는 1954년 8월 독도에 접근한 일본 순시선을 격퇴시켰고, 3개월 후인 11월에는 독도 인근을 침범한 일본 순시함 3척 및 항공기와 격전을 벌여 일본군 십여명을 살상시키는 전과를 올렸다.

독도를 사수했던 독도의용수비대는 결성 3년 4개월만인 1956년 12월 30일 경찰에게 경비업무와 장비 일체를 인계하면서 공식적인 수비대 활동을 종료했다.

◇ 11월21일 독도대첩 기념식과 참배식, 현충원에서 거행

정부는 1966년 독도의용수비대의 공적을 평가하여 대장 홍순칠에게 근무공로훈장을 서훈하였고, 대원 11명에게 방위포장을 수여했다.

정부는 1996년 고인이 된 독도의용수비대장 홍순칠에게 국가보훈 삼일장을, 그 외의 대원들에게 보국훈장 광복장을 추서했다.

▲ 독도의용수비대 대원들이 1966년 청와대를 방문,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안전행정부 국가기록원 제공

이후 2005년 정부에서 ‘독도의용수비대 지원법’을 제정했고, 이 법령에 의거해 2008년 출범한 독도의용수비대 기념사업회는 각종 추모 및 보훈선양 사업, 교육 등에 나서고 있다.

독도의용수비대기념사업회는 2013년 이후 매년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기념식 및 고인이 된 수비대원 묘역 참배와 함께 전국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우리 땅 독도' 산문 공모전 시상식을 진행해 왔다.

독도의용수비대기념사업회는 그동안 독도대첩에 대해 “독도의용수비대의 독도대첩은 소수의 병력과 절대적으로 열세한 장비로 일본 해상보안청의 순시선을 격퇴했으며, 이 전투 이후 일본은 단 한 차례도 독도에 상륙을 시도하지 않았을 정도로 독도수호의 역사에 길이 남을 장거였다”고 평가해왔다.

올해도 대전 국립현충원에서 독도대첩 64주년 기념행사가 열린다. 생존한 6명의 수비대원 중 5명이 참석하고, 유가족, 독도의용수비대 청소년명예대원, 보훈단체장, 독도 유관 단체장과 독도의용수비대기념사업회 관계자 등 수백여명이 모여 독도대첩을 기념하는 한편 그 역사적 의미를 되새긴다.

독도의용수비대의 활동 영상물 상영, 독도수호 결의, 기념공연, 수비대원 및 유가족 초청 위로연 등이 진행되면서 많은 국민들에게 당시 상황을 전하게 된다.

또 사망한 독도의용수비대원의 헌신을 기리고 추모하는 독도의용수비대 합동묘역 참배식이 대전 현충원 내 합동묘역에서 열린다.

안장된 홍순칠 대장, 구용복, 김재두, 정재덕, 한상용, 허신도, 김용근, 고성달, 김장호, 안학률, 조상달, 유원식, 김인갑, 이규현 대원 등 총 14위(배위 8위)에 대해 참배하고, 그 고귀한 뜻과 역사적 사명을 기리게 된다. 대한민국의 역사가 살아나는 참으로 의미있고 뜻깊은 추모행사일 것이다.

◇ 독도의용수비대 정신으로 한반도 평화와 번영 이뤄야

최근 한국 사회는 숱한 열강들의 세력다툼, 북미간의 갈등 등 외교문제와 함께 남북 분단, 대한민국 내부의 이념대결과 정치적 공방과 함께 경제 침체 등 많은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특히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열강들은 한반도를 자국의 영향권 아래 두면서 자국의 국력과 세력권을 확장하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이 지난해 10월 27일 울릉군 석포마을에 건립된 독도의용수비대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내빈들과 기념관을 관람하고 있다./국가보훈처=뉴시스 제공

이같은 열강들의 각축전 아래 한반도를 지킬 힘은 자발적인 헌신과 열정, 참여로 독도를 지켰던 독도 의용수비대 정신과 같은 애국심에서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구한말 일본의 침략에 맞서 구국의 일선에 나섰던 의병정신, 광주학생항일운동의 청년정신,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1987민주항쟁, 2016광화문촛불집회 등 의로운 국민이 헌신해 한반도의 역사를 지켜온 것과 일맥상통한다.

역전의 6.25 참전용사들이 목숨을 걸고 의병(義兵)이 되어 울릉도민들의 생활터전인 우리 땅 “독도”를 지켜낸 기개와 헌신의 호연지기는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및 정의에 기반한 호국정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만들어낼 길은 그런 선조들의 헌신과 열정을 통해 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일제의 침략으로부터 독도를 지켜낸 독도의용수비대의 독도대첩을 기리고 받들 때 대한민국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다. 역사를 기억하고 기리는 민족에게 미래가 있는 법이다.

※ 김홍국 편집위원은 문화일보 경제부 정치부 기자, 교통방송(TBS)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겸임교수로 YTN 등에서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MBA(기업경영)를 취득했고, 리더십과 협상에 관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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