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으로 읽는 오늘의 일본

일본의 인구가 줄고 있다. 나라가 성장을 멈추고 늙어간다는 의미인데, 일본의 저출산 고령화 현상을 고스란히 따라가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일본 총무성이 26일 발표한 지난해 국세조사((國勢調査, 인구 상황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조사. 인구센서스) 결과에 따르면, 일본의 인구는 1억 2,711만 47명(지난해 10월 1일 현재)으로 5년 전 조사 때에 비해 94만 7,305명(0.7%) 줄어들었다. 1920년 일본 정부가 조사를 실시한 이후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이동준 교수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일본 정부는 “예견된 일”이었다며 애써 충격을 감추려 했지만,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웃도는 인구의 자연감소가 확대되고 있다. 명확하게 인구감소 시대에 진입했다”고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이 추세라면 일본 인구는 2050년에는 1억 명을 밑돌게 된다.

이번 조사결과에 따르면 15세부터 64세까지 일본의 생산연령인구는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약 80만 명씩 줄어들어 이제 거의 1960년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15세 미만 인구는 급감했고, 고령 인구는 30%에 육박했다. 65세 이상 고령자 1명을 부양하기 위한 생산연령인구는 1970년에는 약 10명이었는데, 2050년에는 1명이 된다는 예측도 나왔다.

그만큼 성장잠재력은 떨어졌고, 국가의 부담은 커졌다는 것이다.

인구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물론 저출산 고령화이다. 외국인을 제외한 일본 인구는 2009년을 정점으로 이미 감소 국면에 접어들었다.

태어나는 아이보다 사망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자연감소가 오래전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나마 일본 주재 외국인이 증가해 사회적 인구 증가가 자연감소보다 많았으나 이번 조사에서 이마저도 역전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인구가 줄면 국가는 활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출생이 줄어들면 노동인구가 줄어 중장기적으로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일본도 수년 전부터 저출산 대책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지만 이번 조사결과를 보면 거의 효과를 보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지역사회의 붕괴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도시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시간을 보내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수도인 도쿄(東京)의 인구가 1,351만 4000명으로 총인구의 10%를 넘고, 수도권인 도쿄·가나가와(神奈川)·사이타마(埼玉)·지바(千葉)의 인구가 전체의 28.4%를 차지했다. 5년 전과 비교해 도쿄(35만 4000명)를 비롯한 수도권이 50만 명 넘게 증가했다.

반면, 도쿄 등 수도권과 아이치(愛知)현, 후쿠오카(福岡)현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39개 도·부·현에서는 인구가 줄었다. 일본 제2의 도시인 오사카(大阪)시가 있는 오사카현이 증가에서 감소로 돌아섰고, 이바라키(茨城)·미에(三重)현 등 33개 도·부·현은 인구 감소율이 이전 조사 때에 비해 높았다.

특히 동일본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이와테(岩手)·미야기(宮城)·후쿠시마(福島) 등 3개 현은 대지진 이전에 비해 인구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테는 5만 명, 미야기는 1만 4000명, 후쿠시마는 11만 5000명이 각각 감소했다. 지역 간 인구 불균형 현상은 국가의 불균형 성장, 결과적으로 국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으로 이번 조사에서 세대수는 5,340만 3,226세대로 이전 조사 때에 비해 2.8%(145만 세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세대 당 구성원 수는 2.38명으로 이전 조사 때에 비해 0.08명 줄어드는 등 독신세대의 증가와 핵가족화 경향이 심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와 여당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표방한 ‘1억 총활동 사회’도 이런 위기의식의 발현에 다름 아니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인구 감소는 전부터 예측됐던 것으로, 그에 대응하는 사회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희망출산율 1.8명 실현을 위한 시책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본이 출산율을 2.07까지 올리더라도 인구감소를 되돌리려면 80년이 걸린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본의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닮아가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일본의 인구감소 사회 진입이 남의 일 같지 않다. 1970년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일본은 1994년 ‘고령사회’를 거쳐 2006년 ‘초고령사회’에 접어들기까지 36년이 걸렸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이에 비해 한국은 2000년 고령화사회, 2018년 고령사회, 2026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보다 10년 빠른 속도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조사에 따르면 가임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2014년 한국이 1.25명으로 일본(1.40명)보다 낮다. 실제 2월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출생·사망통계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자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국내 자연증가 인구는 16만 3,000 명으로 1년 전보다 4,700명이나 줄었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2028년을 기점으로 사망자 수와 출생아 수가 같아지고 이후 그 수가 역전하면서 2030년부터는 한국도 본격적인 인구 감소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통계청은 특히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이 우려하는 것처럼 적은 생산연령인구가 많은 고령인구를 감당할 때 여러 사회적 문제들이 파생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인구 절벽’은 ‘경제 절벽’으로 이어진다.

한국의 인구감소 현상도 복합적이다. 일본처럼 저출산과 고령화가 근본 원인이지만, 혼인·출산연령이 높아진 것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출산 문제는 단순히 출산장려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여러 연결고리들을 더불어 해결해야 한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혼을 해야 하고, 결혼을 하려면 먼저 취업이 되어야 한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젊은이들에게 결혼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설사 결혼을 한다고 해도 주택난, 양육부담 등을 이유로 출산을 거부하는 부부들도 많다.

더욱이 혼인연령이 높아지면서 출산연령 또한 덩달아 높아져 다출산을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 맞벌이가 일반화한 현실에서 국가의 보육정책은 여전히 미비하다. 자녀 양육은 개인의 몫이 되어 아예 출산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이 연결고리의 수레바퀴를 제대로 작동시켜야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효과는 한 세대(30년) 정도 지나야 나타난다. 길고도 힘든 인구와의 전쟁에서 이기는 국가가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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