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제품과 모델과의 적합성 중요…스포츠 문화가 향유 되어야

[이코노뉴스=이현우 텍사스A&M대학교 교수] 한국에서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기간이면 적지 않은 스포츠 스타들이 광고에 등장한다.

▲ 이현우 교수

하지만 이것은 아주 단기간의 현상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광고들은 유명 연예인들이 차지한다. 심지어 스포츠 관련 브랜드마저도 유명 연예인들이 다 꿰차고 있다. 스포츠를 관람하면서도 우리는 아주 쉽게 이를 확인한다. 경기 사이 광고마다 연예인들을 만난다.

한국의 TV 광고를 보면 요즘 대세인 연예인이 누구인지 금방 알아챌 수 있다. 거의 모든 광고가, 제품의 종류를 막론하고, 지금 제일 ‘잘나가는’ 몇몇 연예인들을 모델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심지어 한 명의 연예인이 여러 개의 광고에 출현하는 것도 자주 볼 수 있다. 과연 이러한 광고들이 소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고 제품이나 회사를 오랫동안 기억하게 만들어 주고 있을까? 오히려 연예인과 해당 광고를 연결하기 어려워 혼란을 일으키지 않을까 걱정이 될 지경이다.

우리나라는 또한 광고주와 광고 출연자와의 장기계약이 드물다. 당대의 유명한 연예인들을 내새워 그 당시에 노출 효과를 높인 과거 광고들 중에 현재까지 그 연예인과 제품을 연결하여 여전히 기억할 수 있는 경우가 드물다. 제품보증인(endorser)으로서 광고 모델을 기용하기 보다는 당시의 화제성에 기반해 연예인을 고용하고 있는 풍토의 그림자라고 볼 수 있다.

연예인 일색인 우리의 광고 시장과는 반대로, 미국은 상품이나 분야마다의 특성에 따라 광고모델을 선정하는 방식이 보다 세분화 되어 있고 광고와 모델간의 적합성이 더욱 신중하게 고려되고 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미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스포츠 스타의 광고 출연이 잦고, 예술 분야의 유명 배우들의 광고 출현이 적은 것이다. 몇몇 배우들은 광고출연이 예술가로서의 흠이라고 여기기까지 한다. 미국에서 광고료가 가장 비싼 프로풋볼 슈퍼볼에서도 연예인의 출연은 상대적으로 드물다.

미국에서는 어떤 광고 모델의 효과를 말할 때 그 기준이 모델 자체의 인지도를 넘어서 광고 제품과 모델과의 적합성이 강조된다.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백종원이 나이키 축구화를 신고 광고에 나온다면 물론 화제를 일으킬 수는 있겠지만 논리적인 적합성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 타이거 우즈가 갤러리를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나이키 제공

화제와 관심은 일으킬 수 있으나, 이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품의 구매와 이미지 형성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나라 TV에 나오는 대부분의 스포츠 기업 혹은 스포츠와 관련된 광고들은 연예인이나 배우들이 모델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노출보다는 관계 형성에 방점을 두는 현대 마케팅의 행보와는 반대되는 방향이다.

다시 말하자면 미국에서는 스포츠 관련 의류, 신발, 음료 등 다양한 상품을 광고할 때 운동선수들을 많이 활용한다. 논리적인 적합성에도 부합한다. 그리고 운동선수와 장기계약을 맺으면서 선수의 성장과 함께 브랜드 가치를 상호 발전시킨 사례가 빈번하다.

지금은 믿기 어렵지만 마이클 조던 이전의 나이키는 농구화 시장 점유율이 하위권이었다. 마이클 조던의 성장과 대학 농구 스폰서십을 바탕으로 농구화 시장을 점령했다.

나이키 골프는 타이거 우즈의 성장과 몰락에 브랜드의 흥망성쇠를 함께 했다. 언더아머는 스테판 커리와 함께하고, 레드불은 익스트림 스포츠 선수들의 삶을 지원한다. 이러한 장기계약을 통한 선수와의 긴밀한 관계형성은 소비자와 브랜드 간의 관계형성에도 기여한다. 선수의 성장과, 브랜드의 성장을 보며 자라난 세대에게 스토리 텔링을 해주는 것이다.

▲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시카고 불스 소속으로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미 프로농구(NBA) 챔피언 결정전을 마친 뒤 자신의 신발에 사인을 하고 있다. 이 나이키 농구화는 지난 2013년 12월 12일(현지시간) 그레이 플래넬 인터넷 경매에서 10만4765달러에 팔렸다. 【솔트레이크시티=AP/뉴시스】

필자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연예인들의 광고 선점이 우리의 여가시간 부족에 기반한다고 생각한다. 일을 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나가서 운동하기는 어렵고, TV 앞에 앉아 있기 십상이다. 이러한 문화에 따라서 운동 선수들의 제품 보증효과가 떨어지고 오직 인지도와 이미지에 따라서 연예인들이 광고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이라고 해도 유명 연예인이 광고 모델로 나서야만 기업과 제품의 이미지가 소비자에게 신뢰도를 주고 구매를 유도할 수 있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스포츠에 의한 스포츠를 위한 광고도 충분히 소비자에게 깊은 각인을 심어줄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운동선수 혹은 팀을 한 스포츠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서 장기간을 이끌어 간다면 성공적인 스토리 텔링이 가능할 것이다. 선수나 팀의 입장에서는 고정적인 광고수입으로 팀이나 각 선수가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스포츠를 사랑하는 목표고객층 내에서 효과적으로 소비자의 공감을 이끌어 내며 소비를 증가시킬 수 있고, 역으로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어필할 수 있다. 스포츠 마케터들이 더욱 많은 활약을 해야하는 이유다.

광고라는 것은 물론 일회성이 될 수도 있고 그 일회성이 큰 효과를 가지고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비전에 부합하여 잘 계획되고 만들어진 광고는 그 기업의 역사가 될 수 있고 소비자에게 깊게 각인된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다.

더욱이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브랜드와 광고모델(endorser)의 자원적 가치는 희소성을 가지며 대체할 수 없고 모방도 불가능하다. 자원기반이론에 따르면 이러한 가치, 희소성, 대체불가능성이 기업의 경쟁우위를 가져다준다.

한국의 기업, 메니저들 혹은 이러한 기업에 입사하려고 준비하는 체육 관련 취업준비자들은 이러한 부분을 한번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미국에서 스포츠 브랜드는 각각의 독자적인 이미지로 길고 깊은 각인을 시켜주는 광고전략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반면에 한국은 스포츠 브랜드에서 어떠한 연관된 이미지를 형성시키며 연상시킬 수 있을까?

▲ '피겨여왕' 김연아와 평창올림픽 빙속 금메달리스트 이승훈이 지난 3월 9일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T타워에서 열린 갤럭시S9 개통행사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일례로, 과연 아웃도어 의류 제품을 광고하는 연예인들이 과연 일 년에 몇 번 그 제품을 착용하고 등산을 갈 것인가? 스포츠 문화는 스포츠 안에서부터 형성되어야 한다. 스포츠 관련 광고도 마찬가지다. 스포츠 문화에 안에서부터 공감이 이루어져야 보다 지속적인 산업형성을 이룰 수 있다.

풀뿌리 참여층 부터, 대중관람층, 그리고 관련 상품과 브랜드가 광고를 만드는 문화에까지 그 스포츠의 문화가 향유되어야 한다.

 

 

저작권자 © 이코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