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으로 읽는 오늘의 일본-(17)

연초부터 세계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중국시장이 폭락하면서 연쇄적으로 여타 금융시장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 이동준 교수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배경에는 주요국 간에 경제성장의 속도가 크게 엇갈리는 이른바 ‘멀티 스피드(multi-speed)’ 현상이 있다.

국가 간의 경기나 금융정책의 격차를 좇아 세계 금융자본이 움직이면서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고 있는 것이다.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지난 1월 6일 오전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 소식이 전해지자 닛케이(日經) 평균주가는 한때 300엔 이상 폭락했다.

점점 전쟁의 길로 치닫고 있는 중동 정세나 유럽의 테러 위기와 더불어, 북한 핵문제라는 낡고도 새로운 지정학적인 리스크가 갑자기 부각되자 투자심리가 일거에 얼어붙은 것이다.

경제와 자본의 흐름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최근 세계 금융시장은 이전과는 다른 두 가지의 이변을 연출하고 있다.

우선 중국 변수이다. 연초 4일의 주가하락은 중국 경기의 급속한 냉각화에서 비롯됐다. 작년 12월의 제조업 매매담당자 경기지수(PMI)가 예상과는 달리 크게 악화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예측에 따르면 중국의 성장률은 2014년 7.3%, 2015년 6.8%였으나 2016년에는 6.3%로 떨어진다.

▲ 중국 증시 폭락 등의 영향으로 코스피 지수가 14.91포인트 하락한 1889.42으로 장을 시작한 8일 오전 서울 명동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뉴시스

금융자본은 경기 하락을 미리 예상하고 이에 앞서 움직인다. 펀드 추적 전문회사인 EPFR 글로벌에 따르면, 중국 주식에 투자해온 세계의 투자신탁회사들은 지난해 약 170억 달러를 회수했다. 이는 2014년의 약 2배에 달한다.

지난해 8월에 발생한 중국발 세계 동시 주가하락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휘청거렸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잘 보여줬다.

중국을 최대 무역 상대국으로 하고 있는 한국의 주식투자신탁들로부터도 자본이 유출됐다.

지금까지 세계 주식시장은 중국의 자원 매집에 의해 유지되어온 측면이 있다. 하지만 2008년에 1배럴에 147달러나 하던 원유가격은 거의 4분의 1 수준인 30달러대로 하락했다.

상품 전체의 시세를 나타내는 로이터의 주요 상품 CRP 지수는 지난 13년 간 최저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원래 자원가격의 하락은 신흥국에는 고성장의 신호탄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런 상식도 무너졌다.

미국의 시티그룹에 따르면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의 성장률은 현재 연간 2% 이하로 선진국 보다 낮은 수준이다. 2000년대 초반 이래의 ‘역전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자본이 이런 사태를 방관할 리가 없다. 지난해 세계의 신흥국 주식시장 투자금은 2014년보다 2배 이상 회수되어 선진국 주식시장으로 되돌아 왔다.

자원 가격의 하락은 자원수출국만이 아니라 수입국의 시장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자원수출국의 투자 능력이 크게 약화되기 때문이다.

가령 석유 수출을 통해 세계 최대 규모의 자본을 형성한 노르웨이 정부 계열의 펀드의 경우, 2014년에는 700억 달러를 세계 주식시장에 투자했지만, 작년에는 9월까지 280억 달러에 그쳤다고 JP모건은 산정했다.

중국과는 또 다른 각도에서 투자자들의 행동을 옭죄는 이변은 미국이 일으키고 있다. 미연방준비이사회(FRB)는 지난해 12월 경기 회복을 이유로 9년 6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2008년 리먼 쇼크로부터 7년이 지나면서 미국은 그동안 유지해온 초(超)금융완화 기조를 다른 주요국보다 앞서 벗어났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세계 자본의 흐름에 미친 영향을 나타내는 수치가 있다. 달러가 다른 나라의 통화 전체에 대해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실효(實效) 환율이 그것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거론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이 수치는 거의 일방적으로 상승했다.

그동안 미국과 주요국의 금융정책은 대조적이었다. FRB가 금리인상을 위한 정비작업을 진행하는 ‘긴축’의 방향으로 움직인데 대해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 등은 여전히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금융을 ‘완화’하는 기조를 유지해 왔다. 저금리를 싫어하는 세계 금융자본은 다시 달러 매입으로 돌아섰다.

최근의 달러 강세는 복잡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에서는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하락해 기업 실적의 향상이 여의치 않아진다.

4일 다우지수는 한때 467달러나 급락했다. 중국 주식시장의 급락도 중요한 요인이었지만, 미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작년 12월의 구매자관리지수가 예상이상으로 악화한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신흥국 등은 달러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경제 회복의 길로 진입한 미국, 경기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먼 유럽과 일본, 경기의 경착륙이 거론되는 중국. 현재 주요국 간에는 심각한 경기 수준의 격차와 이에 따른 금융정책 방향의 엇갈림 현상이 표출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예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현상이다. 미국의 유명한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는 이 현상을 ‘새로운 비정상(new abnormal)’이라고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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