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이종수 기자] 지난달 가상호화폐 시장은 '150조원 보물선'으로 들썩였다. 신일그룹이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며 "이를 담보로 가상화폐 신일골드코인(SGC)를 발행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로드맵도, 백서도 없는 코인에 전문가들은 혀를 내둘렀지만 싱가포르 신일그룹은 지난 5월부터 '150조원 보물선'을 내세워 신일골드코인을 판매하는 수법으로 수십억원의 투자금을 모은 것으로 확인됐다.

▲ 비트코인 그래픽/뉴시스

시장은 요란했지만 신일그룹은 현재 투자 사기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핵심 관계자들을 소환해 울릉도 앞바다에 가라앉아 있는 '돈스코이호'의 가치를 부풀려 투자금을 끌어 모았는지 집중 추궁하고 있다.

업계는 "보물선 코인은 ICO 열풍의 부작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사기 ICO로 시장이 병들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유명 업체의 이름을 빙자해 자금을 모으는 사기도 빈번하다.

지난달에는 카카오를 사칭해 가상화폐 투자자를 모집하는 낚시성 사이트가 발견됐다.

카카오 네트워크 콘(KON)'이라는 사이트는 카카오의 공식 웹 페이지와 유사하게 구성돼 있다.

특히 카카오의 블록체인 전문 계열사인 '그라운드X'의 한재선 대표 등이 최고경영자(CEO)로 '카카오 네트워크'에 재직하는 것처럼 올려놓았다.

이 사이트는 "정보입력과 본인 확인이 완료되면 (암호화폐) 지갑이 개설된다"면서 투자자를 모집했다.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ICO에 나선 보스코인을 사칭한 사기 ICO 프로젝트도 발각됐다. 백서와 팀 멤버가 보스코인과 동일한데 보스코인은 전혀 연관이 없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업계 관계자는 "ICO 시장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자 사기성 코인도 늘어났다"며 "블록체인 기술과 무관한 토큰 발행이 잇따르고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 프로젝트도 많다"고 우려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고수익을 앞세운 가상화폐 투자는 일단 경계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ICO 프로젝트 중 18%가 사기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WSJ은 사기 ICO 프로젝트가 보이는 공통적인 특징으로 모호한 설명이 담긴 백서와 투자 원금의 보장 등을 꼽았다

모든 투자가 그렇듯 ICO도 옥석을 가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투자에 앞서 직접 백서와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알아보고 프로젝트의 성공가능성과 사용가치를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암호화폐와 이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이 전문 영역인 것에 반해 관련 정보와 교육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나서 검증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블록체인 기술의 신뢰성을 평가하고 기업 기술경쟁력을 제고하는 '블록체인 기술 지원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블록체인 기술 간 비교분석이 가능하도록 블록체인 핵심기술·플랫폼·서비스(분산앱)의 신뢰성 및 성능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평가체계를 구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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