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연내 금리인상에 시동을 걸고 있지만 좀처럼 페달을 밟지 못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다음달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진 탓에 금리인상 압박은 커지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기 상황이 미국처럼 녹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뉴시스

당장 미 연준이 다음달 연 1.75~2.00% 수준의 금리를 2.00~2.25%으로 올리면 지난 3월 역전된 우리나라 금리(1.50%)와의 격차는 0.75%p로 확대될 전망이다. 한은이 불안한 국내 경기 상황을 딛고 미 연준의 금리를 쫓아 하반기 금리를 올릴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3일 금융시장 안팎에 따르면 한은의 연내 금리인상 의지가 강해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를 연 1.50%로 끌어올린 뒤 반년이 넘도록 추가 금리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한은이 최근 달라진 기류를 보이고 있어서다.

특히 지난달 12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9개월만에 처음으로 등장한 금리인상 소수의견은 한은의 강한 금리인상 시그널로 받아들여졌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잠재 성장률(2.8~2.9%) 수준의 경제 성장세, 목표치(2.0%)에 근접한 물가 오름세를 전제조건으로 내걸면서도 "내년까지 경제가 괜찮다면 금리의 완화수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이후 공개된 7월 금통위 의사록도 다소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해석됐다. 대다수 금통위원들이 미·중 무역분쟁, 국내 고용쇼크 등 불확실성에 둘러싸인 국내 성장·물가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하긴 했으나, 금융 불균형 확대를 억제하기 위한 측면에서 긴축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한은의 기조를 보면 금리인상하려는 의지가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금통위 회의록에서도 관리물가를 제외하면 물가 오름세가 이미 목표 수준에 근접했다고 분석됐는데, 이러한 점을 보면 한은의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은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한은으로서는 경제 성장세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속도를 내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을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한·미 금리차 확대로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급격한 자본 유출이 일어날 위험은 적다고 하더라도 미 금리 정상화 과정에서 국제 금융시장이 흔들릴 경우 국내 경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기가 괜찮을 때 금리를 올려 정책적 여력을 확보해둘 필요도 있다.

문제는 하반기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점이다. 특히 지표상 나타나지 않는 체감경기 악화는 한은의 경기 판단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7월 소비자의 경제 전반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는 101.0으로 전월보다 4.5p 하락했다. 지난해 4월(100.8) 이후 1년3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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