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의 스포츠 세상

[이코노뉴스=이현우 조지아 서던 주립대 교수] 한국 프로야구의 자유계약선수(Free agent·FA) 몸값이 화제다.

삼성 라이온스와 우선협상 결렬 뒤 FA 시장에 나온 박석민(30)은 NC 다이노스로 둥지를 옮기면서 최대 96억원에 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 이현우 교수

NC 다이노스는 박석민과 계약기간 4년에 보장금액 86억원(계약금 56억원, 연봉 30억원) 플러스 옵션 10억원 등의 조건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100억원이 넘는 계약도 성사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모기업 지원금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리그의 열악한 자생력에 비춰볼 때, 가까운 일본 프로야구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는 금액이다.

그런데 한국 프로야구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바라보면 이게 꼭 달갑지만은 않은 소식이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1억638만원이다(한국야구위원회·KBO 발표).

일본의 절반 수준이고 메이저리그(약 42억578만원·선수노조 발표)에는 한참 못 미친다.

FA 시장에서 100억원에 가까운 계약을 맺는 톱스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최저연봉을 보면 안타까울 정도다.

▲ 박석민/뉴시스 자료사진

우리 프로야구 선수들의 최저연봉은 2,700만원에 책정돼 있다. 일본은 최저 연봉이 1억4100만원, 메이저리그는 5억6000만원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첫째는 구단의 구조다.

미국 프로야구 팀들은 구단주가 팀을 소유하고 있다.

구단주들은 대체로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움직인다. 소유한 팀의 시장 규모에 따라 승률이 영향을 받고, 성적을 위한 투자가 시장 확대를 이뤄내면 구단가치의 증대로 이어진다.

구단주의 이윤 목적에 따라 편차가 존재하지만, 합리적인 구단 운영을 위한 노력이 다각적으로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반면 우리나라와 일본은 모기업이 구단을 소유하고 있는 구조다.

즉, 태생적으로 프로야구팀이 모기업의 홍보활동의 일환으로 운영되고 있다. 프로야구의 운영자금은 곧 홍보비고, 이는 모기업이 지출하는 비용이다. 그리고 여러 기업들이 프로야구 리그의 틀 안에서 경쟁을 하고 있다. 이는 곧 지출에 대한 경쟁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게임이론을 적용해서 바라보면 이러한 지출경쟁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선수들이 한정돼 있고, 내가 어떤 선수를 뽑지 않으면 그 선수가 다른 경쟁 팀으로 가게 되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홍보전을 펼치고 있는 구단들이 지출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프로 스포츠가 대기업의 홍보논리로 귀결되면 해당 스포츠의 자생력에 대한 논의가 축소되기 마련이다.

이처럼 프로 스포츠의 자생력에 대한 심각한 담론이 없는 게 두 번째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미국 프로 스포츠에서 리그는 구단들을 위해 존재한다. 리그 총재의 선출도 그렇고 리그가 운영되는 방식 또한 구단주들의 투표에 의해 정해진다.

모든 구단들의 협의체 성격으로 운영되고 있는 4대 리그(MLB·메이저리그, NBA·미프로농구, NFL북미프로미식축구,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들이 공통적으로 지키고자 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경쟁적 균형(competitive balance)이다.

자유주의 시장으로 유명한 미국에서도 프로 스포츠만큼은 경쟁적 균형을 위한 제도들이 용인되고 있다.

그 제도를 살펴보면 우선 리그는 팀들의 지역 내 운영(territorial rights)권을 보호한다. 어느 지역에 팀을 세우려면 리그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해당 지역에 이미 존재하는 팀이 있다면 그 팀의 허가와 함께 수익을 분담하는 등 기존 팀들의 구역(?)을 보호해준다.

최하위 팀이 신인 선수의 지명권을 우선적으로 얻는 드래프트(draft) 제도도 리그에서 관장한다.

그리고 리그는 리그 차원의 방송중계료나 각 지역별로 발생하는 입장 수익의 분배도 결정한다.

또한 연봉상한제(salary [payroll] cap)와 하한제(salary floor)를 정하며, MLB와 NBA의 경우에는 팀 당 연봉상한을 초과할 경우 사치세(luxury tax)를 추가로 적용하고 있다.

큰 시장에서 높은 매출을 달성하는 팀들이 상대적으로 매출이 적을 수밖에 없는 팀들을 위해 부담을 나누는 방식이다.

특히 팀의 성적과 직결되는 연봉제도들은 커다란 구속력을 가진다.

무엇보다 이러한 제도들이 합리적인 논의에 의해 합의된 것이라는 점이 큰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논의의 부재는 선수 층을 얇게 만들고, 프로 스포츠의 존재가 후세대 양성으로 이어지기 어렵게 하며, 리그 운영의 후진화를 부르는 악순환을 형성한다.

이는 점차 국제 시장과 경쟁해야 할 자국 리그의 성장 가능성을 스스로 막아버리는 것과 같다.

해외 유수의 리그들은 해당 종목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지역 스포츠와 공동체에 투자함과 동시에 국제 시장에도 전략적인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억압된 구조 아래 경직된 노동시장에 갇혀있다.

미국에서도 리그 운영을 위한 합리적인 논의들이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1880년대부터 약 90년간 모든 MLB의 계약에는 매년 선수와의 계약 만료 시점에서 구단이 계약 연장의 모든 권한을 가지는 보류조항(reserve clause)이 존재했다.

모든 선수들이 1년 짜리 계약직이었던 셈이다. 1975년에 이르러서야 자유계약시장이 인정되었고, 그때부터 장기계약이 활성화될 수 있었다.

지금은 선수노조가 연방법에 의해 그 권리를 보호받고 있으며, 리그의 운영에 있어서 선수들도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 선수 노조는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모기업이 존재하는 태생적인 구조적 한계와, 합리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현실에 갇혀있다.

100억원에 가까운 FA계약 소식이 반갑지 않은 까닭이 여기에 있다.

모기업, 구단, 리그, 선수들이 각자 다른 것을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다.

하루라도 빨리 모두가 함께 해당 스포츠 종목의 발전을 바라볼 수 있도록 새로운 패러다임과 시스템에 대한 담론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매번 경기장을 찾는 순수한 팬들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구슬땀을 흘리는 어린 선수들의 열정을 생각한다면 의외로 쉽게 방향성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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