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으로 읽는 오늘의 일본

통상적으로 양적완화 정책은 자국의 통화가치를 하락시켜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2013년 4월 ‘다른 차원의 금융완화’를 표방한 이후 연간 80조엔(약 753조원) 규모로 엔화를 풀어 그 가치를 떨어뜨려 왔다.

▲ 이동준 기자

그러나 물가상승률 2%와 플러스 경제성장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내걸고 추진된 일본의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중앙은행이 채권을 매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중에 돈을 푸는 것) 정책은 그야말로 ‘양날의 칼’이다.

양적완화는 무역상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엔화를 무기로 수출증가를 도모할 수 있고 외국인 관광객 증가를 통한 여행수지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통화가치의 하락으로 수입에 드는 비용이 늘어 오히려 국내 소비를 위축시키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그만두고 금리 인상을 추진하려는 상황에서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은 괜찮은가.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이 양적완화를 통해 당초 예상한 2016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 상반기 전에 물가상승률을 목표치인 2%로 끌어올릴 수도 있겠지만, 이는 결국 재정붕괴 위험을 가중시킬 뿐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부채 비율은 지난해 230%로 세계 최고 수준인데, 일본은행이 양적완화를 통해 일본 국채를 대거 매입하면서 일본 정부의 파산 위험을 감춰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적완화 중단은 물가상승률 급락과 장기금리 상승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일본은행은 물가상승률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양적완화를 중단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결국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요컨대 지금 일본은 ‘브레이크가 없는 망가진 자동차’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에서 직원이 엔화를 세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11월17일자 <마이니치신문>은 아베 정부의 양적 완화 정책이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퇴로’조차 만들기 어려운 답답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른 차원의 금융완화,’ ‘부작용’이 우려된다

약도 과용하면 독이 된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아베노믹스의 대들보인 ‘다른 차원의 양적완화’는 어떤가.

디플레이션 탈출과 경제성장을 위해 ‘물가상승률 2%’를 내걸고 화려하게 출발했지만, 목표달성 시기를 미루면서 ‘투약’만 계속해온지 2년 반이 지났다. 효과는커녕 오히려 ‘부작용’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1억 총활약’은커녕 ‘1억 총옥쇄(玉碎)’인 것 아닌가.”

모두부터 너무 암운(暗雲)을 띄우는 것 같지만, 전 대장성 관료 출신으로 와세다대 재정종합연구소 고문인 노구치 유키오(野口悠紀雄)씨는 ‘다른 차원의 금융완화’가 불러올 일본의 미래를 이렇게 진단했다. 은행원 출신으로 100권 이상의 저서가 있는 경영 컨설턴트 고미야 가즈요시(小宮一慶)씨도 “금융완화는 지금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2명의 전문가가 입을 모아 걱정하는 ‘다른 차원의 금융완화’에 대해 일본 정부는 지금껏 이렇게 설명해 왔다. 금융기관이 갖고 있는 국채를 일본은행이 대량을 구입하게 되면, 금융기관에 돈이 쌓이게 되어 융자를 제공할 때의 금리 기준이 되는 ‘장기금리’가 낮아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돈을 빌려 집을 사거나 기업이 설비 투자를 하기가 쉬워지고 소비가 활성화되어, 결국 경기가 좋아져 디플레이션을 탈출하게 된다.

장기금리는 국채(상환기간 10년) 이율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경마에서 승률이 높은 경주마에 돈을 걸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베팅이 되지만 배당액이 줄어들게 된다.

반면, 인기가 없는 경주마에 돈을 걸면 당연히 승률은 크게 낮아지지만 운이 좋으면 한몫 잡을 수도 있다. 국채에 대한 수요가 많으면 가격은 오르지만 금리가 내려가는 반면, 수요가 줄어들면 가격은 내려가고 금리가 오른다. 중요하므로 기억해 두길 바란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금리가 외국보다 내려가면 일본에서 엔화로 자산을 운용하는 것보다 외국에서 달러 등의 외화로 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 결과적으로 엔은 팔리고 외화는 구매된다. 요컨대 엔화가 싸진다.

‘다른 차원의 금융완화’가 2013년 4월 시작된 지 벌써 2년 반이 지났다. 지금도 일본은행은 80조 엔이나 되는 국채를 사들인 상태이다.

우리 서민들은 조금도 나아진 것이 없는데도, 과거 1달려=80엔 전후였던 환율은 지금 1달러=120엔으로 엔화 약세이다.

수출산업을 중심으로 일부 기업의 업적이 호전되어 주가가 올랐고, 금리도 0.3%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아베 신조 총리나 일본은행의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총재 등의 설명을 믿는다면, 앞으로 정말 좋은 일만 있어야 하는 것이다.

‘실질실효환율“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알 필요가 있다. 뉴스에서 흔히 나오는 환율과는 달리, 물가변동의 영향 등을 가미해 그 나라 통화의 ’진짜 힘‘을 나타내는 지수이다.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은 일본은행이 조사하는데, 스위스에 있는 국제결제은행이 달러나 중국의 위안 등 59개국·지역의 통화를 통합해서 발표한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엔화의 실력을 100이라고 한다면, 올해 9월은 72.59이다. 요컨대 엔화는 3할이나 힘을 잃은 셈인데, 브라질, 콜롬비아, 남아공에 이어 워스트 4위이다.

민주당 정권이었던 2012년까지는 100 전후를 왔다 갔다 했지만, 아베 정권이 ‘다른 차원의 금융완화’를 통해 엔화 약세를 유도하면서 급락한 것이다.

노구치씨의 목소리가 점점 거칠어진다. “핵심은 일본이 그만큼 가난해졌다는 것입니다. 수출기업의 이익이 늘고 주가가 올랐지만, 달러 기준으로 보면 매상액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고 근로자의 급료는 오히려 줄었습니다. 이렇게 해서는 소비가 늘어날 리가 없고, 식품 등 수입품만 계속해서 값이 오르고 있습니다.”

확실히 슈퍼에서 진열대를 지날 때마다 가격대를 보고 깜짝 놀란다. 지금도 이렇게 힘든데, 노구치씨는 앞으로도 엔화 약세가 지속될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일본은행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량 구매한 국채의 대금은 각 금융기관이 일본은행에 개설한 당좌예금 계좌에 입금된다.

올해 10월 총액은 ‘다른 차원의 금융완화’ 전의 4.25배, 247조 엔이나 된다. 이 계좌에 입금되어 있는 돈에는 일부를 제외하고 0.1%의 이자가 붙는다. 문제는 작년 가을 금융완화를 중단한 미국이 조만간 금리를 인상할 것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금리가 올라 일본은행 당좌예금보다 유리하게 자금을 운용할 수 있게 되면, 각 은행은 당좌예금의 자금을 인출하려 할 것입니다. 일본은행은 일본은행권을 찍어 은행들에게 건네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엔화의 가치가 더욱 떨어져 일본 투자가들도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게 됩니다. 엔화 약세가 더욱 가속화하게 되는 것이죠.”

‘엔화 폭락’으로 1달러가 수백 엔, 혹은 1달러가 1,000엔 등이 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다. “수입 가격은 더욱더 뛰어오르게 되고, 디플레이션 탈출은커녕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그렇다면 말이다. 서둘러 ‘다른 차원의 금융완화’를 멈추게 되면 이런 사태를 피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미야씨는 매정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일본은행이 안고 있는 국채는 금융완화 이전의 2.5배, 317조엔이나 됩니다. 국체의 최대 보유자가 바로 일본은행입니다. 이런 일본은행이 ‘금융완화를 그만두겠다’고 말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앞서 설명한 것을 상기해주길 바란다. 국채에 대한 수요가 줄면 국채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가 오른다.

가장 많이 구매한 일본은행이 시장을 떠나게 되면 국채 가격이 폭락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일본은행의 대차대조표 상에는 국채는 자산으로 기록된다.

“국채 가격 폭락으로 일본은행은 소유 자산의 가치 하락으로 손실이 생길 가능성이 커져 신용도에 커다란 상처를 입게 될 것입니다. 신용이 흔들리면 통화 가치가 더욱 떨어지게 되고, 역시 격심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우려가 있습니다. 더군다나 ‘은행의 은행’인 일본은행의 불안은 일본의 금융 시스템 전반에 파장을 미치게 됩니다.”

게다가 금리가 오르게 되면 국가 차입금에 해당하는 국채에 대한 이자 부담도 커진다. 0.3%라는 초저금리로 억제되고 있는 현재의 이자 부담은 연간 10조 엔이지만, ‘다른 차원의 금융완화’를 중지하면 더욱 늘게 된다. 아베 정권의 재정 재건 목표에서조차 향후 5년 후의 금리를 4%, 지금보다 10배 이상이 될 것으로 시산하고 있다. 단순하게 계산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이자부담만 연간 수십조 엔이 될 우려가 있다. 사실상의 재정 파탄이다. 국민의 막대한 세금부담이나 사회보장비의 대폭 삭감을 피할 수 없다.

또 다른 리스크도 존재한다. 작년 여름 일본은행에 의한 대량 구매로 품귀현상까지 빚은 국채의 입찰에서는 금융기관 등으로부터의 구매가 쇄도했다. 구입액이 상환액을 넘어서는 사태가 발생했다.

일본은행은 이러한 ‘마이너스 금리’의 국채를 더욱 비싼 값에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것들을 만기가 될 때까지 계속 갖고 있게 되면, 소유 자산의 가치 하락으로 손실이 생길 가능성은 물론이고 실제로 손실이 발생할 게 확실하다. 이 같은 사태가 앞으로 자주 일어나게 되면 일본은행이 입을 피해는 산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질 것이다.

“여하간 이제 일본은행은 금융완화책을 중단할 수도 없게 됐습니다. ‘1억 총옥쇄’라고 말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였습니다”라고 노구치씨는 말했다. 고미야씨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어떻게든 국채 구매를 조금씩이라도 줄여나가 일본은행이 보유중인 국채를 우체국은행 등으로 돌릴 수는 없는 것일까. 국민들도 예금 및 저금 등의 자산을 외화로 보유한다는 방어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고 진단했다.

앞으로 나가려해도 지옥이고, 뒤로 물러서려 해도 지옥이다. 증폭되는 불안감이 기우에 그치길 간절하게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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