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7일 "과도한 민간 부채가 신흥국 위기로 이어질 시점이 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업 최고경영자(CEO) 대상 조찬간담회에서 "과거 금융위기나 버블을 분석해보면 하나같이 민간 신용의 과다한 공급이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 이주열(오른쪽)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조찬 간담회에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대한상의 제공

그는 "앞으로 미국이 목표를 정해 놓고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금융시장의 불안전성이 확대되며 신흥국 자금이 대거 이탈하는 사태가 벌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또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면 펀더멘탈이 취약한 일부 신흥국은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며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 정확히 말할 순 없지만 민간 부채에 의한 불균형 문제가 밖으로 나타날 시점이 거의 왔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미국 금리 인상 시기는 12월로 예측했다.

이 총재는 "최근 발생한 파리 테러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간다면 미국 금리 인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지만 더 지켜봐야 한다"며 "대외 여건상 여전히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그는 "저금리 장기화가 지속되면서 금융 부문 경제 주체들의 위험추구 행위가 상당히 지나친 수준에 와있다"며 "이제는 미국이 금리를 올려도 긴축을 의미하는게 아니고 초완화가 완화로, 정상화로 가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제조업의 성장동력이 약화되고 있는 점에 대해선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 10대 주력산업의 수출 비중은 전체 수출의 80% 수준에 육박하는데 그 핵심인 제조업의 매출액이 지난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며 "제조업의 성장성이 계속 약화되고 있다는 점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에 대해서는 "3% 수준의 성장세를 예상한다"며 "현실적으로 앞으로 급속한 성장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향후 경제정책은 잠재성장률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며 "잠재성장률이란 무리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 더 쉽게 표현해 우리 분수에 맞는 성장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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