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주배당 화면 문제점 인지하고 개선지시 내릴 것 기대하긴 쉽지 않은 상황”

[이코노뉴스 칼럼=최아람 기자] 삼성증권 배당사고와 관련한 금융위원회의 최종 판단이 주목을 끌고 있다. 금융위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의결한 제재안을 오는 25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달 21일 삼성증권에 대해 중징계안을 내놓았다. 삼성증권에 대한 일부(신규위탁매매) 신규 영업정지 6개월(기관제재)과 대표이사인 구성훈 사장에 대한 직무정지 3개월 등이 핵심 안건이다.

▲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겸 제재심의회 위원장이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삼성증권 관련 제재심의위원회에 참석해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이번 사안은 자본시장의 신뢰도에 타격을 준 만큼 금감원의 의결안이 대체로 수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구성훈 사장의 실질적 책임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증권업계에서는 전산사고와 관련해 대표이사 징계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한다. 특히 구 사장의 경우 취임한지 불과 12일 밖에 안 된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는 "구성훈 사장에게 사건의 책임을 묻기에는 재임 기간을 고려할 때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구 사장 체제가 자리 잡기도 전에 사고가 발생한 만큼 도의적 책임은 몰라도 실질적 책임을 따지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구 사장 입장에선 사전인지나 예방, 개선조치가 불가능했던 사안이므로 과도한 징계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핵심 경영현안 보고 받기도 빠듯한 기간에 우리사주배당 같은 일상 업무에 대해서는 들어보지도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직무정지 3개월 건이 다소 경감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같은 상황에서 처벌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기대가능성 판단기준’을 활용한다.

기대가능성 판단기준이란 행위자에게 형사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행위 당시의 구체적 사정에 비춰 행위자에게 그 범죄행위 이외의 다른 적법한 행위를 기대할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는 법률 기준을 의미한다.

이번 배당사태의 경우 구 사장에게 해당화면에 대한 개선과 사고예방 활동의 진행을 기대할 가능성이 있어야 처벌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취임한 지 2주가 채 안 되는 상태에서 활용도가 낮은 우리사주배당 화면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이에 대해 개선지시를 내릴 것이라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 지난 4월 14일 서울 서초구 서초금융연수원에서 열린 삼성증권 부서장 이상 전 임직원 자성결의대회에서 구성훈 사장(앞줄 왼쪽 두 번째)과 임직원들이 사죄의 반성문을 작성하고 있다./삼성증권 제공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알려진 상황으로 볼 때 기대가능성 판단기준에 미달하게 되어 자칫 죄가 없는데도 중징계를 받게 되는 모순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기대가능성 판단기준에 따라 책임을 묻지 않은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1997년 취임한 임창열 경제부총리의 경우 취임하자 마자 IMF(국제통화기금) 구제 금융사태가 터졌다. 2014년 3월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취임한 이주영 장관도 겨우 한달 만에 세월호 침몰이라는 대형사건을 겪었다.

두 사람 모두 취임 직후 충분한 업무파악 시간이 없었던 상황에 대한 기대가능성 판단과 사후수습에 충실했다는 여론을 감안해 개인에 대해 제재하지 않았다.

증권업계는 이번 제재가 금융위를 거쳐 확정된다면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분위기다. 핀테크 시대에 빠르게 발전하는 금융 전산시스템은 사고를 원천 예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인 수준이다.

그런데 사고가 날 때마다 삼성증권처럼 중징계로 다스릴 경우 과연 어느회사 CEO(최고경영자)가 회사를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지난 2015년 하나금융투자의 5시간 47분간 주문장애, 2017년 미래에셋의 4시간35분간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접속 지연 등이 있었지만 모두 경징계로 마무리 됐다.

이번 삼성증권 배당사고의 사고 시간은 불과 37분이었다. 구성훈 사장에 대해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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