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김미영 칼럼니스트] 손님(customer) 받으려 열어 놓은 문으로 손님(guest)이 몰려왔다. 정확히는 불청객(guest uninvited).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은 문을 열어 놓은 ‘우리’가 누구이며 들어온 ‘그들’이 누구인가/ 누구로 볼 것인가에 달려 있다.

▲ 김미영 칼럼니스트

가게에 들어온 손님이라고 다 물건 팔아주는 것도 아니고 화장품 이것저것 발라보고 시식코너 거덜내고 공짜로 주는 샘플만 챙겨서 나가는 이도 많다. 영양가 없는 손님. 최악으로는 무전취식이 있다.

그렇다고 가게 문 열고서 손님 가려 받을 수 없다. 너 진짜 손님 맞니? 얼마나 살 건데? 묻고서 손님 받을 수 없다. 옛날에는 흑인에게는 서빙을 안 한다거나 남성 전용이니 레이디는 나가 달라거나 뭐 그런 스크리닝이 있기도 했지만.

시장의 미덕이란 그녀의 정체를 묻지 않고 평등하게 대우한다는 것. 우아한 귀족이나 상전들을 제치고 아무라도 먼저 왔기에 먼저 서빙받을 수 있다는 것은 시장과 돈이 선사하는 꽤 짜릿한 즐거움이었을 것.

다른 한 편 시장은 꽤 여러 갈래로 구분되어 있기도 하다. 드레스 코드를 내세우는 식당이 있고 물관리하는 클럽도 있다. 50대 엄마의 수분 크림을 바르면 50대 피부가 된다는 듯 호들갑 떠는 10대 화장품 시장이 있고. (요즘은 초딩도 화장을 한다며?)

고작 서너명의 판매원 밖에 없으면서 손님 하나에 판매원 하나라며 문 밖에서 줄 서서 기다리게 하고 겨우 들어간 손님 전담마크하며 심히 압박해 물건을 팔고야 마는 명품점도 있다.

결국 무전취식을 막는 선불제 같이 돈 없는/적은 손님을 걸러내는 테크닉에다 뭔가 손님의 취향과 자질을 요구하며 손님 멤버십 비슷한 것을 조작해 세세하게 많이 팔아먹는 것이지.

▲ 예멘의 한 여자 아이가 지난 2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예멘을 잊지말아주세요(Forgotten War, Forgotten Yemen Campaign)’ 캠페인에서 ‘STOP WAR'라고 쓰인 종이 피켓을 들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제주도는 시장인가? 가게인가? 관광객을 대거 유치하려면 무비자와 직항로 개설이 필수적이라서 그렇게 했다. 물론 무비자 방향으로 가는 국제사회 기준도 작용했겠지만 (패스포트가 있어야만 국경을 패스할 수 있는 것은 세계적 규모의 전쟁을 서로서로 치른 후부터이다.) 제주도의 꿈은 관광대국이 되겠다는 것이었을 것.

열어놓은 문으로 과연 누가 들어올지 리스크가 있다. 시장 논리에 충실한 리스크 관리 방책이 있었나? 제주도는 물론 시장이나 가게가 아니지만 시장이나 가게의 논리에라도 충실했나 묻는 거다. 그 좋은 자연 환경을 가지고 언제까지 박리다매를 해 먹을 건데?

더욱이 제주도는 한 몸이 아니다. 즉 한 해 관광객 200만 명이라 하여 그 이익이 제주도민 상당수에 낙수효과를 가지는지 의심스럽고 (원주민들의 볼멘소리를 보아) 상당한 지방세로 제주도 공익을 위해 환수되는 것도 아니다. 서울 연희동 살아서 아는데 정말 중국인 관광객 상대로 돈 버는 자 따로 불편을 겪는 자 따로다.

리스크 하나가 급작스럽게 우리 앞에 현실화되었다. 머나먼 예멘이라는 나라에서 난민들이 왔다. 수백 단위로. 말레이시아 직항로를 이용해. 자기 나라 내전을 피해서 왔고 돌아가면 죽을테니 대체로 난민인 건 맞다.

불청객을 쫓아 낼 것인가 환대할 것인가. 환대가 진보의 트레이드마크인가본데 환대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예멘과 한국은 서로 빚지고 갚아야 할 것이 있는 사이가 아니다. 가령 뉴질랜드(난민 발생 가능성 0%지만), 가령 베트남(가능성 0에 수렴하지만), 갚을 빚이 있다. 가령 북한 사람들, 가령 조선족, 친족 원리(kinship principle)를 적용해 환대해야 한다.

▲ 예멘 난민들이 지난 18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열린 취업설명회에 참석해 상담을 받고 있다./뉴시스

하지만 국제화된 내전을 겪은 나라로서 같은 핏줄끼리 서로 죽고 죽이는 참극을 겪은 민족으로서 그 또한 식민주의의 후과일 내전을 겪고 있는 예멘에 대한 동지애와 연민은 생각보다 가볍지도 추상적이지도 않다.

다른 한편, 그들을 범죄자/거지 취급하여 내쫓을 것인가. 예멘인이 저지른 극악한 범죄를 나만 모르고 있나? 무슨 사건을 말하는 건지 티브이 토론에 나온 이가 반복해 읊조리며 홀로 치떤다. 이슬람 사람은 테러리스트? 이슬람 사람은 마초? 그렇게 악마화시켜 놓고 두려움에 떠는 이들, 누구인가.

급작스럽게 공론장에 들어온 난민, 예멘 난민 문제를 놓고 지금의 논의는 보편적 인권론, 원론적인 인도주의적 박애주의자가 한 편에 있고 이슬람 문화에 대한 혐오와 (바나나맨들의) 유색인 혐오, 외국인 범죄에 대한 과대망상적 두려움으로 뭉친 이들이 한 편에 있다. 후자에 기독교 근본주의도 한 몫을 하는가 본데... 동성애에 이은 또 하나의 먹잇감을 문 분위기랄까.

환대와 박대/박멸 사이, 합리적이고 우리 역사 특수적인 솔루션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그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그 결과가 외형적으로 거의 같을지라도 거기 이르는 논의와 논쟁은 좀 더 다층적이고 세련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일단 들어온 예멘 난민은 제도의 허점을 만들어 놓은 책임도 있으니 빨리 빨리 심사하여 정당히 대우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난민 지위를 인정한다 함은 그가 불법체류자가 아니어서 강제송환 당하지 않고 우리나라에서 생계를 도모할 자격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 예멘 수도 사나의 한 난민 수용소에서 여성과 어린 아이들이 자선기관이 나눠주는 음식을 받 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사나=AP/뉴시스 자료사진】

나라가 나서서 온갖 편의를 제공한다거나 나아가 국적을 부여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루에 다섯 번 하는 기도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든 어떻든 그건 우선 그들이 알아서 선택하고 타협하고 적응할 문제. 시민단체가 나서서 도와 주는 것은 좋은 일이겠고.

제주도 무비자 제도의 이펙트와 사이드 이펙트를 논의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난개발과 환경 파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원주민의 삶이 어려워지는 것 등등을 감수할 만한 그 무슨 긍정적 효과가 있는지, 제주도는 한국은 어떤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 김미영 칼럼리스트는 고려대학교 사회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고대, 홍대 등에서 강사로 일했고 학술연구교수를 역임했다.

전공은 현대공동체주의(communitarianism)로 관련 책과 논문을 여럿 발표했으며 섹슈얼리티 문제도 연구했다. 광우병 사태 즈음에 한겨레신문에 칼럼을 연재한 경험이 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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