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저 친구 내 스타일 아니야?” “딱 내 스타일이네” 등 젊은 층들이 ‘남친 이나 여친’을 선택할 때 쓰는 말이다.

▲ 남영진 논설고문

물론 외모가 우선이고 키나 몸매 등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그러나 입는 옷과 구두, 풍기는 이미지나 남을 대하는 태도 등도 큰 요소다. 속담에도 ‘제 눈에 안경’이니 ‘짚신에도 짝이 있다’는 서로 죽이 맞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요즘 타고난 개인의 신체 컬러를 유형별로 구분해 이 진단을 기반으로 옷과 화장 등에 활용하는 ‘퍼스널 컬러’(personal color)가 유행이다.

우리 전통의학에 ‘4상(四象)체질’이 있듯 자신에게 어울리는 색깔이 있단다. 자신의 얼굴과 피부, 머리칼, 눈동자 색에 어울리는 색깔의 옷을 입거나 화장을 하면 훨씬 생기가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대학 친구들과의 월례 점심 모임에서 대학 후배 강사가 와서 몇 명에게 퍼스널 컬러 진단을 해주었다.

강사는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충남대 의류학과에서 복식사 박사과정을 마친 의류심리학 전문가인 남수경씨다.

삼성코닝과 원단회사를 다니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다니는 남편을 따라 대전에 내려가 평소 관심 있던 복식사를 공부하고 사회복지관과 시민대학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남편이 옷을 안 사주어 만들어 입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색깔과 패션 트렌드 등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며 웃었다.

▲ 의류심리학 전문가인 남수경씨가 퍼스널 컬러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환갑을 넘긴 나이든 우리에게는 이 ‘퍼스널 컬러’라는 말이 생소했지만 패션계나 화장품 업계에서 상업적으로도 이미 많이 이용되고 있다.

시작은 20세기 초 스위스의 화가였던 요하네스 이텐(Johannes Itten)의 <색체조화론>부터다. 그는 먼저 특정 피부·머리카락 색과 결합해 특정 색들을 사용했을 때 초상화가 훨씬 나아 보임을 발견했다. 그 후 사계절에 맞는 4개의 컬러 팔레트를 만들어 학생들이 보다 더 매력적인 초상화를 그릴 수 있도록 했다.

80년대 들어 이 연구는 패션, 화장 등에 본격적으로 활용된다.

심리학자 캐롤 잭슨(Carole Jackson, 1932~)은 <컬러 미 뷰티풀>(Color Me Beautiful)이라는 책에서 인간의 이미지를 4계절에 맞춘 4가지로 분류했다. 이를 색상 팔레트를 통해 패션·메이크업 업계에 활용할 것을 제안해 큰 인기를 얻었다.

21세기 들어 외모와 이미지, 개성이 더욱 강조되면서 퍼스널 컬러의 진단과 활용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이날 점심모임에서 먼저 옷을 잘 입어야하는 국회의원 친구에 맞는 색을 진단해 보았다. 의외로 간단했다. 핑크색과 주황색이 칠해있는 종이에 한쪽 손을 올려놓으면 손색갈이 좀 더 밝게 보이는 쪽이 있다.

▲ 전지현은 탁하고 어두운 색의 가을컬러을 입으면 세련되고 도시적인 느낌을 준다고 한다./슈콤마보니=뉴시스 제공

이런 색깔 실험을 몇 번 하면 자신에 맞는 4가지 중 하나의 ‘퍼스널 컬러’를 찾을 수 있다. 자신의 색과 조화를 이룰 때 얼굴에 생기가 돌고 점이나 흉터 등이 잘 안 보인단다. 맞지 않는 경우에는 피부 결이 거칠어 보이고 투명감이 사라져 피부의 결점이 드러나게 된다. 따라서 자신의 신체 색을 아는 것이 우선이다.

흔히 백화점 화장품코너에서 화장품을 고를 때 파운데이션 테스트(foundation test)를 한다. 양 볼에 각각 핑크, 옐로우 베이스의 파운데이션을 얇게 펴 발라 피부색과 더 잘 섞이는 것을 고른다. 선택한 것이 핑크 베이스이면 쿨 톤(cool tone), 옐로우 베이스이면 웜톤(warm tone)이다. 대체적으로 웜톤은 오렌지 계열의 화장품과 금색 액세서리가 잘 어울리며 쿨톤은 핑크 계열의 화장품과 은색 액세서리가 잘 맞는다.

골드·실버 테스트(gold·silver test)는 맞는 옷 색깔을 선택할 때 주로 쓰인다. 금, 은색의 천 또는 종이를 준비해 한 손씩 대보아 선택한 색이 은색이면 쿨 톤, 금색이면 웜 톤이다.

천이나 옷감이 없으면 간단하게 정맥 테스트를 하면 된다. 손목 안쪽에 보이는 혈관이 파란색과 녹색 중 어느 것에 더 가까운지 판단한다. 파란색이면 쿨 톤, 녹색이면 웜 톤이다.전문적인 진단은 흰색 두건과 상의를 입고 오전 10시에서 오후 3시 사이 자연광에서 측정한다. 진단 전 15일 동안 검게 타는 일광욕은 삼가고 피부 색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비타민A식품이나 노란색 케라틴이 함유된 식품 섭취를 줄인다.

피부색은 헤모글로빈의 붉은색, 멜라닌의 갈색, 케라틴의 황색이 합쳐져 결정된다. 머리카락 색은 흑갈색을 띄는 유멜라닌, 황적색을 띄는 페오멜라닌의 분포와 양에 따라 정해진다. 눈동자는 홍채에 있는 멜라닌 색소의 빛깔과 혈관 분포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 김혜수는 흑백대비가 분명한 또렷한 색을 입으면 강한 카리스마가 나타난다./뉴시스

사람이 타고난 색을 봄 웜톤, 여름 쿨톤, 가을 웜톤, 겨울 쿨톤 4가지로 분류한다. 봄색깔은 노란기 있는 밝은 색이 주를 이루며 화사하다. 카멜색· 복숭아색· 금색계열은 잘 어울리나 어둡고 탁한 컬러는 잘 맞지 않는다.

여름 톤은 저채도의 푸른기 있는 밝은 색이 주를 이루며 산뜻하다. 라벤더색· 연분홍색·연하늘색은 잘 어울리지만 검정이나 주황색은 잘 맞지 않는다.

가을색은 저명도·저채도의 노란기 있는 어두운 색이 주를 이루며 차분하다. 카멜색· 베이지색· 주황색· 금색· 밤색은 잘 어울리나, 파란색 계열은 잘 맞지 않는다.

겨울색은 차가운 느낌의 고명도·고채도의 푸른기 있는 색이 주를 이루며 선명하고 강하다. 검정색·흰색·남색·빨간색은 잘 어울리지만 베이지색·주황색·금색은 잘 맞지 않는다.

4계절색이 비슷비슷해 이론적으로는 잘 구별되지 않았으나 배우나 연예인들이 출연한 드라마나 영화 장면을 보여주니 이해가 잘 됐다.

가수 아이유, 수지, 셜리 등은 밝은 노란색이나 투명감이 있는 밝은 색의 봄컬러가 맞는단다. 반대로 배우 전지현 이효리는 오히려 탁하고 어두운 색의 가을컬러를 입으면 세련되고 도시적인 느낌을 준다.

여름색이 맞는 손예진 이영애는 밝고 소프트한 가지색이나 장미 빛 계열도 잘 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겨울에 맞는 탤런트 김혜수는 흑백대비가 분명한 또렷한 색을 입으면 강한 카리스마가 나타난다고 말한다.

나도 환갑 넘어 집사람이 권하는 검은 색, 회색, 미색 등 무채색옷보다 빨강, 분홍, 자주 등 원색 계통의 밝은 색을 입고 싶지만 컬러진단을 해보니 푸른색 계통의 봄 컬러가 어울린단다. 아침 나오기 전 집사람과의 옷 실랑이에 대해 얘기하니 친구들이 “아무 말 말고 집에서 골라주는 옷 입으라”며 핀잔이다. 집사람한테 또 져주어야겠다.

※ 남영진 논설고문은 한국일보 기자와 한국기자협회 회장, 미디어오늘 사장, 방송광고공사 감사를 지내는 등 30년 넘게 신문·방송계에 종사한 중견 언론인입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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