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김홍국 편집위원] 역사적인 6.13 지방선거 결과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승을 거둔 반면 보수 정당들은 최악의 참패를 기록했다.

▲ 김홍국 편집위원

정치권은 여당의 경우 전당대회 준비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할 새로운 당청관계 수립에 한창인 반면, 야당은 선거를 진두지휘했던 대표와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대국민 사과회견을 하는 등 선거 참패의 후유증으로 표류하고 있다.

선거 결과 민주당은 17개 광역단체장 중 14곳에서 압승했고, 기초단체장에서도 226개 중 151곳(66.8%)을 가져가는 사상 최대의 승리를 안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또 서울 25개 구청장 중 24곳, 부산의 16개 구청장 중 13곳, 경남 18개 기초단체장 중 7곳, 울산의 기초단체장 5곳 모두를 차지했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대구·경북에서만 승리하며 TK지역정당으로 왜소화했고, 기초단체장에서도 불과 53곳에서 승리하는 데 그쳤다. 최악의 참패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13일간의 단식투쟁 끝에 1995년 실시된 첫 지방선거 이후 이처럼 한 정당이 영호남을 넘나들며 대부분 지역에서 승리한 예는 없었다. 냉전보수의 몰락과 함께 뿌리 깊은 악성 지역감정에 기초한 지역적 정치구도의 벽이 허물어졌고, 대한민국 정치는 새로운 민주주의와 평화의 태풍권에 진입했다.

◇ 여당, 단호하고 당당하되, 독주와 오만 경계해야

민주당의 강세는 선거 결과 곳곳에서 확인된다. 민주당은 12곳에서 열린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11곳을 휩쓸며 초강세를 보였고, 130석의 의석을 확보하며 국회에서 1당 지위를 강화해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게 됐다. 17개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도 진보 성향 후보가 압도적으로 당선되면서 지난 지방선거에 이어 진보 교육감 시대와 진보교육 시대를 이어가게 됐다.

▲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열린 13일 서울 종로구 선거사무실에서 서울시장으로 당선된 박원순 후보가 손을 흔들고 있다./뉴시스

이번 선거 결과는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 1년에 대해 국민들이 많은 기대감과 희망을 갖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특히 문 대통령의 최근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성사 노력을 포함한 한반도 운전자론과 평화정착 노력에 큰 지지와 성원을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또 문 대통령이 지난 1년간 보여준 소통과 격식 파괴의 리더십, 적폐 청산 노력에도 지지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최저임금 등 경제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대두됐지만, 아직은 집권 1년이 지난 수준이고 거대한 태풍과 같은 한반도 이슈에 묻혀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지 못했다.

국민이 이번 선거에서 집권 여당에 압승의 성적을 보내줌에 따라 앞으로 문 대통령은 더욱 자신감을 갖고 평화번영 외교와 민생개혁, 적폐청산이라는 화두의 국정운영에 적극 나설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여당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특히 경계할 것은 집권 여당의 독주와 오만이다.

민주당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에 이어 이번 지방선거까지 전국선거에서 3연속 승리했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행정부의 국정운영이 70~80%대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고, 지방권력까지 장악한 문재인 정부는 향후 적극적인 국정운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책 실패와 오류를 무시하고, 야당을 백안시하며 정책을 밀어붙이는 방식은 매우 위험하다. 전 세계적인 사회 양극화 현상에 따라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실업난은 가중되며 고용 부문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 등 복지사회의 흐름에 저해가 되는 다양한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해법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 성장의 경우 정부 내 불협화음을 극복하는 한편 재계와 자영업자들의 비판의 목소리에도 경청하며, 국민적 역량을 모아야 할 중대한 사안이다.

선거 승리에도 불구하고 여권은 130석에 불과한 소수여당이라는 점에서 험난한 앞날이 예고되어 있다. 향후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해야 하고,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과 함께 향후 남북-북미관계에 대한 한반도 평화바람 확산을 준비해야 한다.

또 성공적인 민생경제정책을 추진함으로써, 고용지표에 나타난 심각한 취업난과 실업난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 더불어 그동안 야당이 반대해온 개혁입법인 △공수처 설치 △소방관 국가직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부동산 보유세 강화, 법인세 강화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 등도 야당의 협력을 이끌어내 성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뉴시스

민생문제 등 주요 현안들에 대한 각 부처의 대응도 미흡하고 장관들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해결해야 할 난제다. 청와대와 각 부처의 정책을 수정·보완하고, 업무 능력에 문제가 있는 장관들은 교체하면서 분위기를 일신해야 할 것이다.

특히 여권내 다수세력을 점하고 있는 친문 진영의 독점적 당청운영을 개선하는 일도 시급하다. 문재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당청에 포진한 친문비문 진영 및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과 함께 적극적으로 개혁을 추동하면서도, 보수정당의 개혁적인 성향의 정치인과 지식인을 포함한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중도보수세력까지 동참시키는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 야당, 반성과 참회, 성찰로 국민 우려 씻어내야

보수진영이 대몰락한 ‘보수의 궤멸’은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이다. 문 대통령 지지도가 고공 행진을 했고, 외교안보 분야에서 한반도 평화바람이 불었다고 하더라도, 이같은 선거 결과는 놀랍고 충격적이다.

수도권은 물론 영남 등 대부분 지역에서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 후보들은 지리멸렬했고, 선거의 의제나 흐름에서 완전히 배제되다시피 했다.

1, 2위 후보의 표차가 사상 최대로 드러난 이같은 역대급 패배는 유권자들이 보수 정치인들에게 퇴장을 명한 ‘레드카드 응징’을 한 것이라 봐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보수의 궤멸’은 시대정신을 반영하지 못한 채 시대착오적 언행을 일삼으며 사사건건 발목잡기와 훼방놓기에 급급했던 야당의 책임이 크다.

자유한국당의 정치인들은 민족의 운명이 걸린 남북정상회담을 ‘가짜정치쇼’로 비하하고, 매 사안마다 반대를 위한 반대에 나선 모습이었고, 유권자들은 이같은 무책임한 행태를 철저하게 심판했다.

유권자들은 ‘박근혜 탄핵’으로 대선 참패를 겪고도, 참담한 국정농단과 국기문란 행위에 대해 반성하지 않은 보수정치권에 대해 철저한 반성과 쇄신을 요구했다.

보수진영의 참패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 정치권은 일대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보수 제1당인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대표가 마지막 막말과 함께 사퇴했고, 지도부가 사죄회견을 갖는 등 혼란에 빠졌다.

바른미래당 역시 서울시장 선거에서 3위로 참패하고 기초단체장을 단 한 석도 건지지 못하는 등 대부분 지역에서 전멸했다. 보수 정치권 전반이 쇄신과 혁신을 통해 재편하지 않으면, 정치권에서 영구 퇴출될지 모르는 기로에 서게 됐다.

이번 선거결과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지방정부에서 극소수 정치인만이 생존함으로써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기는커녕 보수 어젠다를 제시하고 실천하는 최소한의 야당 기능마저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바른미래당 당사에서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기자회견을 하며 인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내부 분열은 볼썽사나웠고, 공천과정은 측근 심기 등 불미스러운 잡음이 이어졌으며, 결국 사상 최악의 성적으로 존립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보수의 새로운 변화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해체하고, 개혁성과 도덕성을 갖추고 시대정신을 담은 인재를 영입하는 한편, 가치와 정책 및 비전을 제시하는 오랜 헌신과 노력을 통해야만 유권자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

보수정치권은 과거의 냉전수구적이고 불합리하며 몰상식한 ‘반대를 위한 반대의 정치’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합리적이고 상식적이며 중도적인 유권자들이 호응할 수 있는 명분과 가치, 대안을 담아내지 못하는 한 역사에서 부정될 가능성이 크다.

지도부 교체와 구시대 인물 퇴출 등 당 쇄신은 물론 당을 해체하고 덕망과 신뢰를 갖춘 외부인사를 영입해 새판짜기를 하는 등 혁신에 나서야 할 것이다.

◇ 한국정치, 새 틀 짜고 ‘국민을 위한 정치’ 환골탈태해야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평창동계올림픽과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시작된 한반도 평화 바람 속에 보수야당이 사상 최악의 성적으로 심판되면서,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폭풍우 몰아치는 광야와 같은 정치구도의 상황으로 진입했다는 점이다.

박근혜-이명박 정부의 국정농단과 국기문란 행태에 대한 법의 준엄한 심판이 진행중이고, 한반도 평화 무드가 고조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국민들이 거는 희망과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처음 만나 악수하고 있다.【싱가포르=AP/뉴시스】

무엇보다 투표율이 제1회 지방선거에 이어 처음으로 60%대를 넘어서는 비교적 높은 수준의 참여 열기를 보인 것도 의미가 컸다. 사전투표 제도가 정착된 가운데 촛불혁명과 함께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보여준 국민의 높은 정치의식과 참여 열기가 이어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참여민주주의와 함께 숙의민주주의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지난 대선에 이어 촛불혁명의 요구인 ‘나라다운 나라’ ‘진정한 민주국가’를 만들어가라는 국민의 뜻이 반영됐다는 점에서 여야 정치권의 책임감과 부담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중앙에 이어 지방에서도 정의와 공정, 자치와 분권을 더욱 확대하고 강화하며,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향하는 정치와 행정 분야의 노력이 기울여져야 할 것이다.

정부여당은 문재인 정부 1년의 성과와 잘못을 냉철하게 돌아보고, 경제와 복지의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한편 양극화 현상으로 더욱 어려워지는 서민의 살림살이 및 고용문제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유능하고 민주적인 국정운영으로 성공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여당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보수야당은 정치의 지향점과 인적구성을 포함해 모든 것을 바꾸는 쇄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철지난 극우냉전세력을 퇴출시키고 품격과 관용정신을 바탕으로 한 시대정신에 걸맞은 변신과 함께, 새롭고 유능한 인재들을 영입하면서 끊임없이 환골탈태의 길을 걸어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가 민주적이고 유능한 진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보수가 대한민국 정치의 양축을 성공적으로 끌고 가는 정치 개편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 김홍국 편집위원은 문화일보 경제부 정치부 기자, 교통방송(TBS)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겸임교수로 YTN 등에서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MBA(기업경영)를 취득했고, 리더십과 협상에 관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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