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김홍국 편집위원] ‘세기의 담판’으로 불리는 역사적인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 김홍국 편집위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1953년 휴전 후 처음으로 양국 정상회담을 열고, 세계의 유일한 분단냉전 지역인 한반도의 평화와 북한의 비핵화 등 현안에 대한 담판을 벌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12일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을 이틀 앞두고 10일 오후 에어차이나 소속 보잉 747 항공기를 타고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해 숙소인 세인트리지스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김 위원장은 도착 직후 리센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를 면담한 뒤, 12일 회담까지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 대미 실무협상팀과 막판 협상 전략을 가다듬으며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날 오후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타고 싱가포르 파야레바 공군기지에 도착해 회담준비를 시작했다. 그는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후 현지에서 전용기를 타고 싱가포르에 도착한 뒤 곧바로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로 이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비핵화 담판을 앞둔 11일 리셴룽 총리를 접견한 뒤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할 예정이다.

◇ 명운을 건 북한의 회담준비, 김정은 결단 주목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싱가포르 방문은 형식과 내용 모두 파격적이다.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에 이은 북미 정상회담에 국가의 명운을 건 김 위원장의 협상 태도를 통해 거센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려는 북한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에 도착한 모습을 11일 보도했다./출처=노동신문=뉴시스

북한 최고지도자가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다른 나라를 방문한 일은 극히 이례적이며, 적대 국가인 미국과 치열한 외교 줄다리기를 통해 회담을 성사시켰다는 점에서 65년에 걸친 전쟁상태 종식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 북한의 핵심 인사들이 총출동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김 위원장의 비서실장 역할을 하고 있는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리수용 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리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 등 외교를 포함한 북한의 주요 정책을 다루는 핵심 인사들이 대거 수행했다.

사실상 국제무대에 첫 데뷔한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도 파격적이다. 그는 10일 오후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에게 "조미(북미) 상봉이 성과적으로 진행되면 싱가포르 정부의 노력이 역사적으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라며 "역사적 회담인데 (싱가포르 정부가) 훌륭한 조건을 제공해 주시고 편의를 제공해줬다"는 외교적 발언을 내놓았다. 회담에 거는 그의 기대와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는 각오까지 느껴지는 발언이다.

과거 극단적인 도발을 일삼거나, 벼랑끝 전술, 살라미 협상법, 도발후 책임 전가 등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과 달리 국제무대의 외교적 행보와 프로토콜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반드시 성공적인 결과를 내겠다는 치열함과 꼼꼼한 준비가 인상적이다.

◇ “신나는 날” 기대감 표명 트럼프의 긍정 신호

미국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의 싱가포르 행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세라 샌더스 대변인 등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라인 핵심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G7 정상회의의 자리를 비운 채 10일 저녁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오후 싱가포르 파야레바 공군기지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스트레이츠타임스 홈페이지 캡처=뉴시스

그는 싱가포르로 이동하는 전용기에서 트위터를 통해 “나는 북한과 세계를 위한 진정으로 멋진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싱가포르로 가는 중”이라며 “그날(북미 정상회담 날)은 분명 신나는 날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그는 “나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그의 조국을 위해 평화와 큰 번영을 이룩하기 전에는 거의 이루지 못했던 일을 하기 위해 매우 열심히 일할 것이라는 것을 안다”며 “나는 그를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고 이 한 번의 기회가 헛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 도착해 회담 전망에 대해서도 “매우 좋다”고 긍정적인 신호를 내놓았다.

◇ 북미 양자 종전선언 가능성, 대사관 개설 등 청신호

주목할 점은 미국이 종전선언 가능성을 내놓는 등 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우리는 한국전쟁 종전에 대한 합의에 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북미 양자 종전선언 가능성을 언급하는 파격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국교 정상화, 김정은 위원장 백악관 초청 등 우호적 조건을 제시하면서도 “회담이 잘 안되면 회담장을 걸어 나올 것”이라며 동시에 압박을 계속되는 점을 볼 때 북한 비핵화 문제는 양 정상 간 최종 담판을 통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기자회견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거듭 강조하는 등 대북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결국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 합의문에 CVID를 명기하는 문제가 최대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며, 북한과의 협상진행으로 판단할 때 CVID의 개념을 전제로 북한 측의 입장을 존중하는 단계적 해법까지 병기하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궁극적으로 평양에 대사관을 개설하는 것을 흔쾌히 고려하고 있다는 미국 언론의 최근 보도 역시 이같은 미국의 입장을 잘 보여준다.

◇ 세계사적 대전환 결단, 남북미 회담까지 이어지면 최상

북핵 담판을 위한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이제 하루 뒤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낼 것이다. 전 세계는 한반도와 아시아의 운명을 놓고 싱가포르를 주시하고 있다.

▲ 뉴시스 그래픽

두 정상의 결단은 회담의 성패와 한반도 운명, 그리고 냉전으로 고통받았던 세계사의 대전환을 추동하는 힘이 될 것이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대담하고 통 큰 합의를 이뤄낸다면,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보낸 친서에서 “멋진 일들이 일어나길 희망한다”고 언급한 일은 현실이 될 수 있다.

두 정상은 이같은 세계사적 의미를 염두에 두고 역사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김 위원장은 이번 회담이 북한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최후의 기회라는 점에서 비핵화 의지를 분명하게 밝히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두 정상은 북미정상회담 성사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양측이 한발씩 양보하면서 접점을 확대해왔고, 마침내 회담을 목전에 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평화를 위해 CVID의 원칙은 지키되 유연한 협상태도로 북한 체제 보장을 진정성 있게 약속하고 실천해야 한다.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며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상생의 윈윈협상을 한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더불어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걸며 변덕스럽고 거친 북미 정상을 설득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평화의 길을 내놓은 문재인 대통령까지 싱가포르에 합류하는 남북미 정상회담이 일어난다면 최선의 길이 될 것이다.

▲ 지난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화동으로 부터 꽃을 받고 있다./한국공동사진기자단=뉴시스

그동안 안보상업주의로 정략적 이익을 챙겨온 일부 냉전 세력들이 계속 발목을 잡으려 하겠지만, 김정은-트럼프 양 정상까지 대화에 가세하면서 한반도 평화와 상생, 화해와 협력은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됐다. 평화를 희구하는 전 세계 시민들의 여망을 받들어 남북미 정상회담으로 대미를 장식함으로써 새로운 번영과 평화의 길이 열어야 할 것이다. 상생과 협력을 통한 회담 성공이 세계사적 변화를 가져오길 소망한다.

※ 김홍국 편집위원은 문화일보 경제부 정치부 기자, 교통방송(TBS)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겸임교수로 YTN 등에서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MBA(기업경영)를 취득했고, 리더십과 협상에 관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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