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헌 ILO(국제노동기구) 고용정책국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한 나라의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할 때 남의 나라 케이스를 가져다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한국 기자단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진짜 아무도 모른다"며 이같이 말했다.

▲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뉴시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4일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현재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유지할 경우 내년과 내후년 최대 24만명의 고용 감소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힌 것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KDI는 분석을 위해 헝가리와 미국의 최저임금에 따른 고용탄력성(-0.035, -0.015) 등을 대입했다.

이 국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KDI 분석이 부정확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것에 대해 "자칫하면 제가 한 얘기가 ILO 대표로 하는 얘기로 들릴 위험이 있어서 페이스북 글을 쓸 때 가능한 한 조심하려고 하는데 이번에 너무 어이가 없어 글을 썼다"고 말했다.

이상헌 국장은 앞서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부정확하고 편의적인, 그것도 외국에서 '수입된' 추정치를 기초로, KDI는 한국의 최저임금에 대해 논평했고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으로 결론냈다. 외국 정책 사례도 부적절하게 사용됐다"며 "분석보다는 용기가 더 돋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최저임금의 고용효과를 짐작하기 어려운 것은 나라마다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레벨에 따라 다르고 옆에 있는 여러가지 시장구조에 따라 또 다르다"며 "(남의 나라 고용탄력성 추정치를 가져다 쓰는 것은) 정말 피해야 할 방식이라고 늘 얘기하고 직원들도 절대 안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그는 또 "(KDI가) 아무리 최저임금 인상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 해도 미국 고용탄력성을 가져다 한국 데이터에 쓰면 정말 안된다"라며 "영국 것을 써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이번에 제가 얘기하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높이거나 낮추라는 것이 아니라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아직 잘 모르겠다는 것"이라며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만들어져서 계산 방식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변수도 많고 추정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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