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시스 그래픽

정부의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저임금의 큰 인상폭이 향후에도 유지될 경우 고용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최경수 KDI 인적자원정책 연구부장은 4일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향후 급속한 인상이 계속되면 예상되지 못한 부작용을 결과해 득보다 실이 많아질 수도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높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국책연구기관이 제동을 걸고 나선 모습이다.

최 연구부장은 "최저임금이 내년에도 15% 인상되면 최저임금의 상대적인 수준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높은 프랑스 수준에 도달하는 만큼 최저임금 인상속도를 조정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았다"고 강조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이같은 주장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감소 효과가 점점 커지고,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노동시장의 임금 질서를 흔들어 놓는다는 분석에서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리려면 내년과 내후년에 약 15%씩 인상률이 적용돼야한다. 그런데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 120% 미만의 임금근로자 비중이 2017년 9%, 2018년 17%, 2019년 19%, 2020년 28%로 상승한다. 최저임금이 빠르게 인상되면 임금근로자들의 임금 수준이 최저임금 주변에 밀집한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최저임금 밀집률이 높아지면,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도 같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최저임금에 따른 고용 탄력성이 2018년 -0.35에서 2019년 -0.04, 2020년 -0.06으로 확대될 것으로 봤다.

결과적으로 2019년 9만6000명, 2020년 14만4000명의 고용 감소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추정됐다. 단 정부가 재정으로 최저임금 인상분을 보전하는 일자리 안정자금이 없다고 가정한 경우다.

이와 별개로 보고서는 "고용감소보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매우 높은 최저임금은 노동시장의 임금 질서를 교란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프랑스에서 최저임금이 2005년 임금중간값 60%에 도달한 이후 정부가 추가 인상을 멈춘 이유도 임금절서의 교란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최 연구부장은 올해 최저임금이 고용시장에 미친 영향은 없거나 극히 제한적이라는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먼저 최저임금에 따른 고용 탄력성이 낮았던 미국의 사례와 고용 탄력성이 높았던 헝가리의 사례를 제시하고, 우리나라를 비교했다. 최저임금 근로자 비율이 5% 수준인 미국의 탄력성은 -0.015 수준으로 계산됐고, 최저임금 근로자 비율이 20%인 헝가리는 탄력성이 -0.035로 나타났다.

이같은 탄력성을 우리나라에 적용한 결과 최소 3만6000명, 최대 8만4000명의 고용 감소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데이터가 나왔다. 그런데 4월까지 우리나라 고용지표를 보면, 하한선인 3만6000명 수준의 고용감소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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