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김홍국 편집위원] 역시 문제는 ‘경제’다. "바보야! 문제는 바로 경제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선거구호로 제시한 사회, 정치적 접근의 해법은 행복한 삶을 희구하는 유권자와 국민들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

▲ 김홍국 편집위원

사회의 재화와 권력을 배분하는 장치인 정치 분야의 성과는 경제와 연관된 민생을 돌보는 일에서 얼마나 큰 성과를 내느냐에 달려있다.

경제 분야에서 성공을 만들어내지 못한 정권은 민생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국정동력을 상실하고, 이후 선거를 통해 퇴출되는 무수한 역사적 사례를 남겼다.

반대로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정부처럼 사회적 혼란을 극복하고 경제와 민생의 성공을 이룬 정부는 국민의 탄탄한 신뢰 속에 장기집권하는 사례가 많았다.

◇ 성공적인 국정농단 극복, 소통리더십으로 정상화를 이루다

지난해 5.9대선에서 승리해 5월 10일 출범한 뒤 이제 집권 1주년을 맞는 문재인 정부 역시 이같은 역사적 선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 5분의 4 이상이 지지를 보낼 정도로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박근혜-이명박 정부 당시의 국정농단과 국기문란 사태를 딛고, 권력이 아닌 국민이 주인으로 섬겨지고 헌법과 법률이 지켜지는 나라를 만드는 데 힘을 기울여온 결과 상당한 수준의 정치적 성과를 도출해왔다.

소통과 겸손, 섬김과 평화로 상징되는 문 대통령의 리더십은 불통과 권위, 독선과 불법으로 상징됐던 박근혜-이명박 정부와 달리 임기 1년을 맞아 70%를 넘어서 80%대의 높은 국민 지지를 받고 있다.

야당이 발목을 잡고 매사에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원칙 아래 장외 단식농성까지 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정의와 공정을 내건 적폐청산 작업이 진행중이고, 권력과 정권의 앞잡이 노릇을 했던 국가정보원과 검찰 등 공권력에 대한 과거 청산작업을 통해 국민을 섬기는 기관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북미 간 전쟁 직전의 위기에 놓였던 한반도 상황은 4.27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평화의 길로 대전환했고,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기다리며 한반도와 동북아에 평화의 기운이 물씬 풍겨나고 있다.

◇ 일자리-소득 아직은 미흡한 J노믹스 , 갈 길 멀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경제다.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성장률은 3%대이며, 국민소득도 올해 3만 달러대에 들어설 전망이다.

제이(J)노믹스를 외치며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외형적인 올해 경제 성적표는 나빠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론으로 들어가면 사정이 다르다.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는 안정 기조로 돌아서지 않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J노믹스의 핵심 구호는 ‘일자리 우선’과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었지만, 실제 성과는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려워 보인다. J노믹스의 핵심인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소득주도 성장, 주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인 노동혁신, 건강보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문재인케어’를 중심으로 한 복지혁신, 과도한 대기업 집중현상을 막는 재벌개혁을 통한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 등이 진행됐지만, 아직도 성과보다는 공방 논란이 크다.

특히 보수진영은 J노믹스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놓으면서, 정책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을 16.4% 인상함에 따라, 소상공인ㆍ중소기업 재정 부담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대두됐고, 종업원들의 고용 불안 현상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최우선 국정과제로 제시하며 이른 해결을 약속한 일자리 창출도 성과는 미흡한 상황이다. 지난 3월 실업률은 4.5%로 17년 만에 가장 높았고, 청년실업률 역시 개선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 실업률, 청년실업률 모두 최고치, 요원한 성공의 길

특히 노동계 최대 현안인 취업과 실업문제는 민생의 어려움을 극명하게 반영하고 있다. 올해 들어 취업자수 증가폭(전년동기 대비)은 지난 2월(10만4,000명)과 3월(11만2,000명) 두 달 연속 10만명대 초반에 그쳤다. 3월 실업률(4.5%)은 17년 만에, 청년실업률(11.6%)은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은 1년 전 취임한 직후 집무실에 일자리상황판을 설치하고, 실업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다루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선언하고 한국GM 군산공장의 폐쇄사태 등 해결을 위해 작년과 올해 연달아 대규모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을 추진했다. 그러나 적폐청산에 대한 야당의 반발과 발목잡기로 국회의 입법에 실패하면서 현실은 어려운 고비의 길목을 서성거리는 형국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던 최저임금 정책에도 야당은 극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위해 올해 최저임금을 16.4% 인상했다. 오는 7월부터는 대기업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된다. 그러나 성장동력을 회복하지 못한 기업과 자영업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일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오히려 고용 여력을 방해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복지사회를 향한 경제정책이 주로 펼쳐지면서 성장의 흐름이 실종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해 혁신성장 정책을 추진중이지만, 기업과 창업 현장에서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지난달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건배를 하고 있다./뉴시스

기업들은 정부의 각종 규제와 제재가 불편하다며,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볼멘소리를 내놓고 있다. 보수 경제학자들은 정부가 박근혜 정부에서 왜곡됐던 경제민주화를 다시 추진하면서 비용 부담이 커진 기업들이 효율성과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 낙관적이지 않은 경제전망, 일자리 문제 더욱 악화 전망

경제 여건 전반적으로 불안한 움직임도 여전하다.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는 등 고초를 겪었지만, 여전히 삼성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삼성그룹에 쏠린 경제집중 현상은 심각하다.

경제의 대기업 집중현상도 여전하고,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편중 현상도 경제구조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전쟁으로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무역장벽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생산가능인구가 본격적으로 감소하면서 일자리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경제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 LG경제연구원은 7일 발표한 ‘2018년 국내외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8% 수준에 머물고, 취업자 수도 20만명 증가에 그치는 등 정체국면을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경기 하락과 주택 건설투자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인데, 연구원은 한국 경제가 내년 이후에도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와 생산성 저하 효과가 더욱 확대돼 내년 경제성장률이 2% 중반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원 측은 “지난해 반도체 투자가 급증하면서 국내 성장세를 이끈 반면 올해에는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증가 속도가 크게 낮아질 것”이라며 “자동차와 통신기기, 디스플레이 등 반도체 이외의 주력 제조업에서도 수출이나 투자를 이끌어갈 부분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또 “주택 수급 부족이 채워지면서 그동안 국내 성장세를 견인했던 건설투자가 지난해 7.6% 증가에서 올해 감소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리 상승 및 부동산 규제 등 정책 환경을 고려할 때 이번 하향 국면 역시 최소 2, 3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 섞인 전망을 제시했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드루킹 특검 도입을 요구하며 무기한 노숙·단식 투쟁 중인 김성태(오른쪽) 원내대표를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8일자 ‘5월 경제동향’도 우울한 전망을 나타내고 있다. KDI가 국내 경제전문가 22명을 대상으로 올해와 내년 경제전망을 조사한 결과, 실업률이 3.9%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며, 지난 1월 전망(3.5%)과 비교하면 한 분기만에 급격하게 고용전망이 악화될 것으로 분석됐다.

수출과 경상수지는 호조세이지만, 실업률은 지난 1분기 전망(3.5%)보다 악화된 3%대 후반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에도 실업률은 3.9%를 유지할 전망이다. 취업자 수 증가폭도 23만명으로, 지난 1월 전망(29만명) 대비 6만명이나 줄었다. 내년 역시 취업자 수 증가폭은 25만명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 정치 분야 갈등 줄이고, 남북평화 분위기 속 경제 살려야

물론 비선실세 최순실씨를 위해 대기업들에 대해 강제모금을 하고, 4대강 개발과 해외 자원개발로 국가재정을 공중에 흩뿌린 박근혜-이명박 정부가 망쳐놓은 경제의 체질과 기초를 회복하느라 어려운 시기를 보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음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상황에 대한 책임은 집권세력이 져야하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앞날은 그렇게 낙관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향후 정국의 방향타가 될 지방선거에서는 상당한 정치적 성과가 예상되지만, 열악한 국회 의석구조는 험난한 정치과정을 예고하고 있다.

35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70~80%의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도 50~55%대를 오가는 초강세여서 큰 이변이 없는 한 여당의 승리를 점쳐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 금속노조 한국GM 지부가 지난 3월 29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지엠자본 규탄 및 산업은행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문제는 정국 경색이다. 드루킹 특검을 둘러싼 자유한국당의 국회 보이콧과 천막농성과 함께 지방선거와 향후 정국 주도권을 겨냥한 야당의 공세가 거세기 때문이다.

취임 1년을 맞은 문재인 정부는 외교안보 분야의 성과와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정치 분야의 갈등과 경제 분야의 정체 전망을 극복한다면 순항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이후의 남북관계와 동북아의 평화무드는 낙관적인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을 것임을 예견케하고 있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주최한 '한반도 신경제비전과 경제계의 역할' 세미나에서 발표된 최남석 전북대 교수의 '한반도 신경제비전의 경제적 효과' 연구에 따르면, 한반도 내 항구적 비핵화 조치가 마무리돼 향후 1∼2년 내 순조롭게 남북 경제통합이 이뤄질 경우 향후 5년간 국내총생산(GDP)이 연평균 0.81%포인트(p)씩 추가 성장하고, 12만8000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분단 및 남북대결 상황에 따른 코리아디스카운트 효과가 사라지면서 2020∼2024년 생산 유발액 42조3000억원, 부가가치 유발액 10조8000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창출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 공정정-투명성 기반 J노믹스, 성공 위한 해법 찾아내야

결국 집권 2년 차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치 분야의 갈등을 줄이고, 경제 분야의 성공을 이끌어내기 위한 총력전이 펼쳐져야 할 것이다. 민생의 받침돌을 이루는 경제와 노동 분야가 안정돼야 외교안보, 정치, 사회문화 분야의 성과가 살아나고, 개혁의 추진동력이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대한민국 국민의 참여와 열정이 살아나도록 소통과 화합, 공정성과 투명성에 기반한 적폐청산과 혁신정책을 통해 정치와 경제의 쌍끌이 성공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이것이 국정농단과 국기문란에 분노해 촛불을 들고 대한민국의 정상화를 외친 수천만 시민들의 목소리와 열정에 보답하는 길이다. 문제는 역시 경제다!

※ 김홍국 편집위원은 문화일보 경제부 정치부 기자, 교통방송(TBS)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겸임교수로 YTN 등에서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MBA(기업경영)를 취득했고, 리더십과 협상에 관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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