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최성범 주필·경영학 박사] 6·1 지방선거가 이제 한달 조금 더 남았다.

지난 1991년 시작된 지방의회를 기준으로 하면 9대 지방자치단체 의회선거이고, 1995년 처음 실시된 단체장 선거를 기준으로 하면 8대 단체장 선거다.

이제 의회 선거는 31년, 지자체 선거는 27년이 되었다. 이쯤 되면 웬만큼 자리 잡아야 할 시점이지만 상황을 들여다보면 나아지기는커녕 시작할 때에 비해 퇴보했으면 했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지자체 재정자립도가 2012년 52.3%에서 2021년 48.7%로 떨어진 것이 이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할까?

지방자치법 1조는 ‘지방자치법은 (중략)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기본적인 관계를 정함으로써 지방자치행정을 민주적이고 능률적으로 수행하고, 지방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며, 대한민국을 민주적으로 발전시키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방자치는 국가에 따라 지방자치가 생성, 발전되어 온 역사적 배경이 다르다는 점에서 그 정의도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주민자치와 단체자치의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진다.

주민자치란 지방주민들이 일상생활에 관련되는 사무를 국가(중앙정부)에 의하지 않고 자기들의 의사와 책임하에 스스로(또는 대표자를 선출하여) 처리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37일 앞둔 25일 오전 대구 서구 대구광역시선거관리위원회 건물 외벽에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대형 홍보물이 설치되고 있다./뉴시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37일 앞둔 25일 오전 대구 서구 대구광역시선거관리위원회 건물 외벽에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대형 홍보물이 설치되고 있다./뉴시스

단체자치는 자치단체와 국가의 관계에 중점을 두는 자치제도로서, 자치단체가 국가로부터 상대적으로 독립된 지위를 가지고 일정한 권한을 부여받아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주적으로 처리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주민자치를 지방분권, 단체자치를 사무권한 위임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주민자치의 측면에서 보자면 지역민들이 자신들의 대표를 자신들의 뜻대로 뽑고 있는 걸까? 형식상으로는 지역 주민이 투표를 통해 광역단체장이나 시장, 구청장, 군수 등의 단체장, 구의원이나 시의원 등의 주민대표를 직접 뽑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선거 때마다 거물급 중앙 정치인들이 이곳저곳 자천 타천으로 거론되는 현실에서 볼 수 있듯이 중앙 정치에서 거물이어야 지방선거에서 당선 확률이 높아지는 현실은 더 심해지고 있다.

(그래픽=뉴시스 제공)
(그래픽=뉴시스 제공)

중앙당에서 누굴 어디에 공천하고, 누가 다음 대선을 위해서 어느 지역에 출마해야 한다는 정치공학만이 무성한 지경이다. 이 때 지역민들의 의견인 무시되기 일쑤다. 지방선거인지 중앙선거의 2부리그인지 알 수가 없다. 지역민들로선 선거로써 의사를 표현할 수 있지만 애시당초 선택 폭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문제는 그 정도가 갈수록 심해진다는 점이다. 과거엔 중앙정치가 서울시 정도에만 신경을 쓰고 나머지 지역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나 이젠 철저하게 중앙이 광역단체장 출마 대상자를 결정하는 관행이 굳어지고 있다.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철저하게 예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광역단체장의 경우 그 중요성에 비추어 중앙정치와 무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서울시의 경우 정치적인 위상에서 중앙정치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른바 풀뿌리 민주주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시군구 의원의 경우는 어떨까?

지역별로 상황은 조금씩 다르긴 해도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전권을 휘두른다는 게 정설이다. 물론 형식은 경선이나, 토론회, 인터뷰 등의 형식을 띄지만 공천 대상자 결정에 관한 한 해당 지역의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이 거의 전권을 휘두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천을 신청한 한 후보자는 “의원이 미는 후보가 인지도가 떨어지니 당연히 해야 할 경선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후보자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가보니 의원이 민다고 알려진 후보에 대해선 각종 질문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다른 후보들에 대해선 한 마디 질문도 하지 않아 소문이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공정해야 할 심사조차도 노골적이다.

게다가 국회의원들이 기초 의원들을 부하 직원처럼 여기고 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얘기다. 중앙정치가 지배하는 선거에서 지역일꾼들은 설 곳이 없다. 실제로 대다수의 지역에서 지역내 시민단체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거대 양당이 지방정치를 독점하는 정치구도를 혁파하기 위해선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 지방선거 그 중에서도 기초단체장이나 기초 의원에 대해선 정당 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고 상당한 공감을 얻기도 했지만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거대 양당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탓이다. 국회의원들로선 지역구에 심부름꾼을 부릴 수 있는데 폐지할 이유가 없는 게 당연하다. 이번 지방 선거에선 대선의 여파로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또한 지역 정당을 법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는 있지만 아직 그 목소리는 작다.

정당법 17조 ‘정당은 5 이상의 시·도당을 가져야 한다’는 규정이 지역 정당의 출현을 가로 막고 있는 독소 조항이다. 사실상 전국정당만을 인정하는 규정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예를 들어 특정 도시만을 기반으로 하는 작은 정당, 풀뿌리 민주주의를 하겠다는 정당은 애당초 설립이 불가능하다. 정당의 설립 조건을 대폭 완화하여 시·도의 지역정당들이 그 지역의 현안들을 지방의정에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을 기대해 본다.

또한 소수정당에 기회를 줌으로써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대선거구제 도입은 이번에도 시늉에 그치고 말았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입후보자와 후보 관계자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입후보안내설명회에 참석해 설명을 듣고 있다./뉴시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입후보자와 후보 관계자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입후보안내설명회에 참석해 설명을 듣고 있다./뉴시스

지방선거가 지방의 목소리는 없고, 중앙정당 및 중앙정치인의 놀이터로 변질되고 말았다. 오랫동안 그 지역에서 헌신해 왔던 진정한 지역의 일꾼이 외면당하는 일은 없애야 할 것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간 곳이 없고 중앙정치의 독재만이 성행하고 있다.

지방 선거 제도뿐만 아니라 지방자치제 전반에 대해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 최성범 주필 겸 선임기자는 서울경제 금융부장과 법률방송 부사장, 신한금융지주 홍보팀장, 우석대 신문방송학과 조교수를 지내는 등 언론계 및 학계, 산업 현장에서 실무 능력과 이론을 쌓은 경제전문가입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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