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촛불혁명이 우리나라 언론자유지수를 1년 만에 20계단 상승시켰다.

▲ 남영진 논설고문

국민들의 민주화 열망이 9년 만에 보수정권 대신 새로 들어선 문재인정부의 지지율을 70%이상으로 유지해 4월 27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서 ‘평화체제 확립’을 합의하기에 이른 것이다.

촛불이 문 대통령을 한반도 평화의 ‘운전자’로 밀어 올려 6월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일정만 합의하면 정전 65년 만에 ‘평화만들기’ 대업의 초석을 놓는 셈이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경없는기자회’가 지난 4월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기자협회와 함께 공개한 2018년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180개국 중에서 20계단이 상승한 43위를 기록했다. 아시아에서 대만(42위) 다음이다. 2위가 하락한 미국(45위)보다도 2계단 높다.

특히 ‘언론자유 상황이 좋음’이라고 평가받는 18~47 위권에 드는 아시아 국가는 대만과 한국밖에 없다.

이 같은 순위 상승 원인으로 정권 교체와 문재인 정권이 언론을 대하는 태도를 꼽을 수 있다.

20위 안에 드는 나라는 하얀색으로, 자유도가 높은 나라는 노란색으로 표시하는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호주 뉴질랜드 대만 한국 4나라 뿐이다. 한국은 박근혜정부 출범 첫해였던 2013년 50위, 2014년 57위, 2015년 60위를 기록했으며 2016년에는 70위로 역대 최하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정권교체 후 급상승했다. 한국이 미국(45위)보다 높은 언론자유 순위를 기록한 건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7년 이후 11년 만이다. 올해 노르웨이는 2년 연속 언론자유지수 1위를 기록했다. 스웨덴이 2위, 네덜란드가 3위다. 북한은 지난해에 이어 최하위(180위)에 머물렀다.

한국을 제외한 동아시아 국가의 언론자유도가 여전히 하위권(일본 67위, 중국 176위)이며 지난해에 이어 언론자유가 전 세계적으로 후퇴하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언론자유지수 평가 항목은 ‘언론·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18개 비정부기구 등 150여 명의 언론인·인권운동가가 작성한 설문을 바탕으로 정해진다.

설문 내용은 언론의 다양성, 권력으로부터의 독립도, 자기검열 수준, 제도적 장치, 취재 및 보도의 투명성, 뉴스 생산구조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은 언론자유지수에 큰 영향을 준다. 이 점에서 촛불혁명 이후 한국의 언론자유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 정규성 한국기자협회장(오른쪽)과 세드릭 알비아니 국경없는기자회 아시아지부장이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8 세계언론자유지수' 발표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를 공개하고 있다./뉴시스

국경없는기자회가 2002년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한 이래 한국은 정권에 따라 급등락을 보여 왔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31위로 최고의 언론자유를 누리다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9년 69위로 급락했다가 미국산 쇠고기수입반대 촛불시위를 거치면서 2010년 42위로 올라갔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말기인 2016년에는 최악인 70위까지 추락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언론자유지수 순위가 올라간 적이 없다.

실제 언론자유지수는 각 나라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바뀐다. 전년 대비 순위가 하락한 국가들의 경우 정부에 대한 언론 탄압이 심해지고 있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터키(157위, 2위 하락) ▲필리핀(133위, 6위 하락) ▲인도(138위, 2위 하락) ▲체코(34위, 11위 하락) ▲슬로바키아(27위, 10위 하락) ▲미국(45위, 2위 하락) 등이다.

한국처럼 언론자유가 근 10년간 추락하다 급격한 상승세를 보인 사례는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기 어렵다. 2016년 촛불시민혁명을 겪으며 제도권 언론보다 유튜브, 팟캐스트 등 SNS상에 서 활기를 찾으며 민주주의 회복에 이바지했다.

▲ 지난 2016년 12월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제7차 범국민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자료사진

한국 언론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삼성을 비롯한 자본권력에 대한 비판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으며 공영방송은 기자·PD 들의 파업을 통해 정상화 과정을 밟고 있다. 촛불시위와 이어진 제도권 언론의 정상화가 급격한 언론자유 지수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국경없는기자회가 한국기자협회와 공동으로 프레스센터에서 세계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한 것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매년 주로 파리에서 발표해 왔는데 이번에는 엄청난 순위 상승에 성공한 한국에서 그것도 언론자유를 추구하는 기자협회와 공동으로 국제 엠바고 3시간 전에 발표했다.

이날 정규성 기자협회장과 함께 공동 발표한 세드릭 알비아니 국경없는기자회 아시아지부장은 “한국의 지난 10년은 언론자유가 절대로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고, 국경 없는기자회는 이런 개선이 가능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 한국의 기자들과 시민사회의 엄청난 저항에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세드릭 지부장은 “한국은 아시아 뿐 아니라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한국의 언론자유지수 순위 급상승이 “10년의 후퇴 뒤 눈에 띄는 개선”이라고 평가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한국의 언론자유 상황은 전환의 계기를 맞았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상대로 벌인 촛불집회와 시위 투쟁 과정에서 그들의 투지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공영방송 KBS와 MBC의 갈등이 종식됐다”고 말했다.

이 행사에 참석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때 언론자유지수는 상위권이었으나 이후 정부에서 언론통제로 지수가 추락했다가 촛불저항에 힘입어 상승했다”고 촛불혁명이 언론자유의 계기가 된 점을 밝힌 뒤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의 하나로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독립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2020년까지 30위권으로 끌어올리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세드릭 알비아니 국경없는기자회 아시아지부장이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8 세계언론자유지수' 발표 기자회견에서 세계언론자유지수 지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뉴시스

국경없는기자회는 국제 언론인 인권 보호 및 언론감시 단체로 1985년 결성됐으며 2002년부터 국가별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전 세계 기자들의 부당한 구속을 비판하고 석방을 요구하거나 분쟁지역 기자들에게 방탄조끼를 지급하는 일을 하고 있다.

촛불혁명으로 시발된 진정한 언론자유가 우리의 민주화와 한반도 평화의 초석이 되고 있어 노벨평화상을 받기에 충분한 이벤트였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 남영진 논설고문은 한국일보 기자와 한국기자협회 회장, 미디어오늘 사장, 방송광고공사 감사를 지내는 등 30년 넘게 신문·방송계에 종사한 중견 언론인입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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