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조희제 기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을 집중 조명했다.

WSJ는 24일(현지시간) '감옥에서부터 대통령 비서실까지:과거 급진주의자가 한반도 긴장완화를 돕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임종석 실장의 역할과 그에 대한 논란에 주목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 세종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이동하며 이낙연 국무총리, 임종석 비서실장과 대화하고 있다./뉴시스

WSJ는 우선 임종석 실장이 한양대 총학생회장이었던 1989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3기 의장으로 임수경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극비리에 평양으로 보내 당시 김일성 주석을 만나게 했다고 소개했다.

이로 인해 임 실장은 경찰의 수배를 받았으며, 수사망을 워낙 잘 피해 다녀 당시 대학생들로부터 "영웅"이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결국 체포됐다는 내용을 전하기도 했다.

이어 북한을 덜 위협적으로 받아들이는 임 실장과 같은 학생운동세대가 한국 정치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면서 남북간 긴장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된 게 사실이지만, 때로는 미국과 마찰을 불러오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임종석 실장은 지난 2008년 자신의 회고록에서 "미국은 남북한의 접근을 가로막는 장애 요인"이라고 밝혔다. 당시 임 실장은 주한미군 감축 및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주장했고, 이는 현재 북한이 주장하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그로부터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 그는 북한에 대한 포용정책을 확대할 것을 요구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을 그를 향해 북한 체제 존속을 받아들이려는 위험하고 순진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그를 과거의 신념을 포기하지 않은 채 한국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을 정도의 외교적 초심자라고 치부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과거의 임종석'과 '지금의 임종석'은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과거 급진주의로부터 벗어났으며, 지금은 실용적 민족주의자이고 북한에 동조하는 사람도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그는 북한에 최대한의 압박을 유지하면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한국에 배치하는 등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1980년대 한국에서 기자로 있으면서 당시 임 실장과 만났던 대니얼 슈나이더 스탠포드대학교 쇼렌스타인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연구원은 2000년대 초 임 실장과 재회한 후 "더 이상 친북 급진주의자가 아니다. 미국의 외교정책을 이해하려고 하는 좀 더 실용주의자가 됐다"고 말했다. 임 실장의 측근들도 지난 2005년 그가 1년 간 미국을 방문하고 온 후 미국에 대한 그의 견해가 부드러워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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