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이현우 텍사스A&M대학교 교수] 지난 칼럼에서는 미국 대학 스포츠(National Collegiate Athletic Association·NCAA)의 경제적 규모를 살펴보았다. 그 천문학적 규모 뒤에는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학생 선수들이 있다는 것도 언급됐다.

이현우 텍사스A&M대학교 교수
이현우 텍사스A&M대학교 교수

이와 관련해서 최근 NCAA의 최대 화두는 단연 선수들의 이름과 초상권 등(NIL: name, image and likeness)을 통한 광고 및 상업 활동을 허용하도록 이끈 2021년 7월의 대법원 판결이다.

이러한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이끈 소송은 쉐인 알스톤(Shawne Alston) 대 NCAA 건(NCAA v. Alston)인데 내부 규정을 근거로 선수들에게 금전적 보상을 제한하던 NCAA가 독점 금지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이다.

이 소송을 이끈 시발점이 된 판결은 2009년부터 시작된 에드 오베넌(Ed O'Bannon) 대 NCAA 건(O'Bannon v. NCAA)이다. 이 사건에서 오베넌이 승소함으로써 선수들의 권리를 되찾는 소송들이 줄지어 일어났다.

오늘 소개할 스포츠 다큐멘터리는 NCAA의 독과점과 오베넌 소송에 대해 알린 ‘대학 스포츠의 가격(Schooled: The Price of College Sports)’이다.

트레버 마틴(Trevor Martin)과 로스 핀켈(Ross Finkel)이 감독했고, 샘 락웰(Sam Rockwell)이 내레이션을 맡은 작품으로 2013년에 공개됐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인상적인 부분을 세 가지 정도 꼽자면 (1) NCAA 급여체계의 불합리성과 (2) 어떻게 NCAA가 이러한 규정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3) 어떻게 대학 스포츠가 대기업 자본과 결탁했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NCAA의 급여체계는 선수만 제외한 모든 관련인이 지급을 받는 불공정 체제다.

이 다큐에서 NCAA를 비판한 전직 프로 미식축구 선수 에리안 파스터(Arian Foster)는 급여 없이 음식과 편의시설 및 훈련만 제공되는 NCAA의 ‘학생-선수(student-athlete)’ 규정이 노예매매의 합법화를 위해 사용된 계약 하인(indentured servant)의 규정과 일치한다고 꼬집었다.

NCAA는 1906년에 지금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작은 규모로 설립됐다. 점차 가입 학교 수가 늘어나고 전국 챔피언십 경기들이 규모가 커지면서 NCAA는 1951년 월터 바이어스(Walter Byers)를 총장으로 임명하고 1952년에 캔자스시티에 본부를 설립하게 된다.

미국 텍사스주 뷰몬트에서 열린 소프트볼 경기에서 한 선수가 구장 안에 붙어 있는 전미대학체육협회(NCAA) 로고 인근에 서 있다. NCAA 이사회는 지난 2019년 10월 29일(현지시간) 대학 운동선수들이 자신들의 이름이나 이미지, 초상 등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받는 것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뷰몬트(미 텍사스주)=AP/뉴시스 자료사진]
미국 텍사스주 뷰몬트에서 열린 소프트볼 경기에서 한 선수가 구장 안에 붙어 있는 전미대학체육협회(NCAA) 로고 인근에 서 있다. NCAA 이사회는 지난 2019년 10월 29일(현지시간) 대학 운동선수들이 자신들의 이름이나 이미지, 초상 등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받는 것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뷰몬트(미 텍사스주)=AP/뉴시스 자료사진]

월터 바이어스가 바로 ‘학생-선수’라는 용어를 만든 장본인으로, 선수이기 전에 학생 신분이기 때문에 현금지급이 아닌 학업과 관련된 지원만 가능하게 만든 규정이 그를 통해 생겨났다. 소위 아마추어 정신을 강조하면서 개인의 희생을 강요해온 규정이었다.

이 다큐에서는 이러한 NCAA의 작위적인 규정이 수많은 비상식적 행태를 양산했음을 꼬집는다. 천문학적 금액에 달하는 대학교의 경기 입장 수익이나 코치들의 연봉이 선수들의 착취를 통해 발생한다는 것이다. 월터 바이어스 본인도 나중에 이 ‘학생-선수’ 규정이 불합리함을 스스로 인정했다.

대기업들도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대학 스포츠 후원에 뛰어들었는데, 선수들을 지원하는 것은 규정 위반이었으므로 코치진들만 막대한 이익을 보았다.

나이키는 대학 코치들과 계약을 맺으며 자사의 신발만을 신도록 하는 후원 활동을 활발하게 펼쳤는데, 코치들의 본봉보다 나이키의 계약금이 더 높아지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는 그 홍보효과가 컸기 때문인데, 나이키와 아이다스, 언더아머 등이 여전히 후원 경쟁을 펼치는 대학 스포츠 시장이 이때부터 형성되었다.

필자가 가장 흥미롭게 본 부분은 역시 오베넌 선수의 소송 건이었다. 친구들과 NCAA 농구 비디오 게임을 즐기던 오베넌은 자신이 MVP로 활약했던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 시절 팀에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의 형상을 딴 게임 캐릭터가 있는 것을 보았다.

게임 회사인 일렉트로닉 아츠社는 NCAA에 라이센싱 판권을 정식으로 사서 그 캐릭터를 만든 터였다.

프로 선수들은 본인의 게임 캐릭터에 대한 판권을 직접 수령하는 반면, 오베넌은 자신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게임 캐릭터에 대한 어떠한 보상도 받을 수 없음에 불합리함을 느껴 소송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필자는 이 다큐를 수업에서 활용하고 있는데, 최근에 뜨거운 NIL나 조직체계 혹은 제도화의 힘과 불합리성을 학생들과 토론하거나 스포츠와 법, 노동시장 및 조직제도론을 가르칠 때 이 다큐를 보여준다.

10여년 전에 만들어진 다큐지만 현재의 수많은 이슈들과도 연결되어 여전히 학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콘텐츠다.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LSU) 선수들이 지난 2020년 1월 13일(현지시간) 뉴올리언스에서 막을 내린 전미대학체육협회(NCAA) 미식축구 내셔널 챔피언십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클렘슨대학을 물리치고 우승하며 자축하고 있다. LSU는 클렘슨에 42-25로 승리했다.[뉴올리언스=AP/뉴시스 자료사진]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LSU) 선수들이 지난 2020년 1월 13일(현지시간) 뉴올리언스에서 막을 내린 전미대학체육협회(NCAA) 미식축구 내셔널 챔피언십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클렘슨대학을 물리치고 우승하며 자축하고 있다. LSU는 클렘슨에 42-25로 승리했다.[뉴올리언스=AP/뉴시스 자료사진]

예전 칼럼에서 프로 선수의 연봉은 시장 규모가 좌우한다고 했는데, 최근에 들어서야 개정되고 있는 NCAA의 불공정한 규정은 시장 규모가 ‘학생-선수’에게 노동의 대가를 지급하는 길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왔다.

제 삼자의 입장에서 미국 스포츠를 바라보면 대학 스포츠의 화려한 이면에 아마추어리즘이 실종되면서 돈에 잠식되는 것은 아닐까 혼란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노동을 통한 수익 창출이 생긴다면 마땅한 급여가 지불되는 것이 상식이다.

미국 대학 스포츠가 직면한 현상과 상관없이, 연이은 소송 판결들에 따라서 이제야 NCAA에서 상식이 통하기 시작했다.

현재 NCAA는 NIL을 보장함으로써 발생될 종목간 불평등이나 선수들의 학업관리 유지 등 수많은 난제들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자본에 따라 시장의 자율적 형성을 장려하는 미국에서 앞으로 대학 스포츠가 어떠한 모습으로 자리매김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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