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박병호 에버그린 패키징 코리아 사장·숭실대 겸임교수] 10월 국회의 국정감사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일제히 한국 최고의 IT(정보기술) Tech. 기업의 대표들을 국감의 증인으로 채택하려고 하였다.

박병호 에버그린 패키징 코리아 사장 
박병호 에버그린 패키징 코리아 사장 

플랫폼 독과점 논란에 대해 따져보겠다는 것인데 이들 중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택시, 대리운전 등의 수수료 문제들로 관심을 받는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이 가장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자유경제 체제에서는 누구나 시장을 석권하고자 노력한다. 플랫폼 경쟁에서도 누군가는 이길 것이고 이긴 자는 플랫폼의 성격상 독식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렇게 승자가 된 카카오에 대한 정치인들의 질타는 대중의 인기에 영합한 과잉 행위로 생각해야 할지 아니면 공정하고 타당한 조치라고 봐야 할까?

◇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위해 최근 위기에 처한 Facebook의 사례를 보면

페이스(Facebook)은 세계 전체적으로 30억 인구가 이용하는 SNS 플랫폼인 페이스북을 운영하고 또한 이미지 기반의 인스타그램(Instagram)과 메신저 서비스 왓츠앱(WhatsApp) 등을 운영하고 있다. 분기에 30조원 이상의 광고수익을 올리고 나스닥에 상장된 주식의 시가총액은 1,100조원이 넘는다.

이만큼이나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Facebook이 최근 위기에 놓여있다. Facebook에서 3년간 매니저로 근무한 직원이 회사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유해성을 감추고 허위정보 유포를 통제하지 않았다고 폭로하고 지난 10월 3일에는 그 내부고발자가 방송프로그램에 신원을 드러냈다.

페이스북 내부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겐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 상원에서 열린 미국 상원의 소비자보호 분과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하우겐은 페이스북이 청소년의 정신건강 해악성을 알고도 방관하고 유해 정보를 더 노출하기 위해 알고리즘을 변경하는 등 이윤 최대화에만 몰두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AP/뉴시스)
페이스북 내부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겐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 상원에서 열린 미국 상원의 소비자보호 분과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하우겐은 페이스북이 청소년의 정신건강 해악성을 알고도 방관하고 유해 정보를 더 노출하기 위해 알고리즘을 변경하는 등 이윤 최대화에만 몰두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AP/뉴시스)

데이터 과학자로 일했던 그녀는 회사가 사회적 이익과 기업이익 사이에서 항상 기업의 이익을 선택하였으며 인스타그램이 10대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해악성을 알고도 방관하였고, 특정 정치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을 특별히 관리하면서 이들의 게시물에 특혜를 주는 내부의 당당하지 못한 치부를 공개하였다.

이런 불편한 사실이 폭로되자 Facebook의 공익을 저버린 경영에 대한 비판이 몰아치고 있는 와중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의 먹통이 반복되면서 이용자들의 불만과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2019년에 몇 차례나 발생했던 접속오류로 많은 비판을 받고 개선을 약속했음에도 재발한 것이고 이번에는 구체적인 접속 장애에 대한 사유도 밝히지 않고 있다.

Facebook은 몇 년 전 회원들의 정보를 컨설팅(consulting) 업체에 무더기로 넘긴 일이 있었다. 개인정보보호 소홀로 플랫폼 회사의 공익논란에 휩싸인 이후 이번에 다시 한번 회사는 위기를 맞고 있으며 주식시장에서는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이 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

사회적 이익보다 기업이익을 앞세워 홍역을 치른 Facebook과 마찬가지로 카카오도 주식시장에서 잘 나가다가 최근 들어 급격한 주가 하락을 경험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의 카카오의 약진은 플랫폼 중심의 신사업들을 분사하고 이들의 잇따른 상장과 함께 이루어졌다. 카카오뱅크, 카카오게임즈, 넵튠의 상장에 이어 장차 카카오페이, 엔터테인먼트, 카카오재팬의 상장을 준비하면서 카카오는 네이버를 제치고 한때 국내 시가총액 3위 기업으로 뛰어올랐다.

주식시장에서 연일 신고가를 갱신하던 카카오가 플랫폼 독점 업체로서 지위를 남용하고 골목 시장에 진출하여 꽃 배달 서비스 등 소상공인의 사업영역을 빼앗고 시장을 장악한 후에는 서비스 가격을 인상하는 행태에 대해 규제조치가 내려질 것이 예상됨에 따라 70조원 이상까지 올랐던 시가총액은 현재 52조원 수준으로 하락하였다.

일부 언론에서도 카카오를 과거에는 혁신과 성장을 추구하던 벤처기업으로 표현해 주었지만, 지금은 소상공인에게는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고 이용자에게는 비싼 이용료를 청구하는 식으로 이익만을 극대화하는 탐욕과 구태의 상징으로 묘사하기 시작했다.

◇ 카카오의 억울함을 대변(代辯)해 본다면

카카오톡을 운영하던 카카오에 대해 국민의 시각이 비판 기조로 변하게 되자 카카오는 서둘러 3천억원 규모의 기금조성 등 상생 방안을 내놓았다.

그래도 국감에 나온 김범수 의장은 국회의원들의 질의와 추궁에 사과하고 연신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해 카카오에서는 억울하다고 생각할지 모르니 카카오의 입장을 어렴풋이나마 대변해보자.

가장 먼저 질타의 대상으로 삼는 카카오의 골목상권 이슈를 보면 카카오의 시장진출로 피해를 보는 소상공인이나 파트너들인 택시와 대리운전 기사들의 불만은 다루고 있지만, 시장의 중요한 축인 소비자에 대한 기여는 고려되지 않고 있다. 대체로 소비자들은 편리하고 신뢰할 수 있는 카카오의 서비스를 반기는 편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그동안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성능을 개선하고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기업은 이익이 있어야 연구개발비 등에 계속 투자할 수 있으므로 이제부터 시장에서의 독점적인 플랫폼의 지위를 이용하여 이익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카카오 주식은 Facebook처럼 대표적인 성장주로 알려져 있다. 상장 이후 두 회사 모두 실적에 비해 높은 성장성을 반영하여 높은 주가를 유지할 수 있었다.

Facebook은 그동안 수익이 많이 늘어나 주가수익비율(PER)은 25배에서 30배 수준이 되었지만, 카카오는 아직도 70배가 넘는 수준이다. 그만큼 상대적으로 이익을 많이 창출하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 플랫폼의 국가 간 경쟁에서의 카카오의 공헌

플랫폼의 국가 간 경쟁에서도 카카오의 공헌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즐겨 이용하는 플랫폼인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왓츠앱, 넷플릭스 등은 모두 미국회사들의 것이다.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가 이런 플랫폼에 장악되어 있지만 그래도 한국에서는 카카오톡과 네이버(밴드 포함)가 이들과 경쟁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자국의 플랫폼을 가지면서 미국의 플랫폼에 완전히 잡아 먹히지 않은 나라는 중국, 러시아, 한국, 일본 정도에 불과하다. 카카오톡과 네이버 같은 우리의 플랫폼이 있으므로 우리의 문화와 정체성을 지키기도 수월하고 데이터 중심의 시대에서는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으므로 미래성장동력을 유지할 수도 있다.

최근 구글세가 이슈로 논의되듯이 미국의 플랫폼만이 지배한다면 우리 시장에서 돈을 버는 기업이 세금은 미국에 내는 일이 일반화될 수도 있다. 우리의 플랫폼이 살아있고 없고의 차이는 상당할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플랫폼을 지킨다면 우리 경제에도 분명히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 그렇지만 카카오는 이제 Facebook의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카카오의 국가 경제에 미친 기여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카카오의 정책과 전략은 계속기업으로 존속하기 위해 필수적인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가 더 큰 성장과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Facebook의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왜냐하면, 카카오가 성장하면 할수록 불가피하게 기존 산업을 장악한 대기업집단이나 은행과 같은 대형금융회사, 대형유통회사들과 그들과 경쟁하면서 견제를 받을 것이다. 비즈니스 규모가 커지고 시장의 영향력이 높아지면 다수의 인기에 영합하고자 하는 정치인들의 공격대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 시장의 플랫폼 지위를 이용한 무한한 사업확장은 지양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했다는 미국에서도 돈을 내고 사용하지 않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의 불통이 비판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보면, 우리 국민의 메신저 서비스인 카카오톡은 카카오의 사유물이 아니다. 다수가 이용하면 이제는 공공의 소유로 간주해야 한다.

서울에서 운행중인 카카오T 택시 모습/뉴시스 
서울에서 운행중인 카카오T 택시 모습/뉴시스 

이러한 공공의 소유물이 된 카카오톡을 이용하여 국감에서 나온 표현과 같이 문어발 혹은 지네 다리에 비유되는 사업확장은 정당화하기 어렵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산업에서 세계적인 강자라고 하더라도 삼성전자가 반도체 핵심 장비와 부품을 모두 생산하지 않는다.

카카오에서 카카오톡을 이용하여 벌이는 사업들은 모두 동일 산업의 연장선이다. 혁신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신사업을 벌인다면 모르나 현행 골목상권 관련 사업들을 기존의 사업자보다 더 잘할 수 있으니 직접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플랫폼을 대여하고 다른 벤처를 양성하고 기존 사업자들을 인도하면서도 수익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카카오의 계열사 수는 105개로 국내에서 2번째로 많은 기업이 되었다. 기존 재벌그룹들인 삼성, LG, 현대차보다도 훨씬 많다. 독점적인 플랫폼을 통해 사업을 확장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1,100조 원의 시가총액을 가진 Facebook도 SNS 플랫폼에 집중하여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 52조 원의 회사가 100개 이상의 계열사가 왜 필요한가?

2. 글로벌로 진출하는 대표기업이 되어주길

카카오톡이 처음 선을 보이던 시절, 카카오나 기타 한국의 IT Tech. 기업들이 무대를 한국이 아닌 미국이나 중국을 target으로 삼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본다. 지금처럼 성공하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1,100조원과 52조원의 시가총액 차이가 보여주듯이 글로벌로 진출하는 기업이 한국의 대표기업이 되어야 한다.

Facebook은 광고를 통해 한 분기에만 254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데 그 수익을 보면 안방 격인 미국과 캐나다 지역보다도 유럽과 아시아 등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훨씬 더 많다. 이에 비해 2020년 카카오의 연간수익 4조2000억원을 보면 대부분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다.

Facebook은 글로벌 플레이어임에도 공익의 시각에서 비판대상이 되는데 좁은 국내시장에서 기득권을 가진 우월한 지위에 머물러 있다면 시장에서 존경받기 쉽지 않을 것이다. 존경받는 기업이 되려면 좁은 국내시장을 벗어나 글로벌로 진출하여야 한다.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외화를 벌어들이느라 고생하는 기업을 그 누구도 지금처럼 대하지는 못할 것이다.※ 박병호 에버그린 패키징 코리아(Evergreen Packaging Korea) 사장 겸 숭실대 겸임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을 지내는 등 다양한 직무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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