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최성범 주필 겸 선임기자/경영학 박사] 부동산 그 중에서도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 줄을 모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9월 첫째 주(6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매 가격이 0.40% 올라 4주 연속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9일 밝혔다. 한국부동산원이 주간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5월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최성범 주필
최성범 주필

정부가 잇따라 공급계획을 발표하는 등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지난 826일 단행된 금리 인상(0.25%P)과 대출옥죄기 등 정부의 다중 규제와 경고에도 수도권 아파트값이 8주 연속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물론 여기엔 GTX 노선과 정차역 발표, 3기 신도시에 대한 기대감이 포함돼 있는 게 사실이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그대로 높게 남아 있다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집값이 최고수준에 근접했다는 발언을 송두리째 날려버린 엄청난 시장 에너지가 아닐 수 없다.

정부의 경고 메시지와 강력한 정책 의지, 한국은행의 연내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 시사, 자산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 속에서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를 알기 위해선 현재의 부동산 가격 급등의 뿌리를 파헤쳐 볼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부동산 가격은 완만한 상승세였고 그다지 관심사항도 아니었다. 오히려 정권의 관심은 가계부채와 불로소득 근절에 있었다.

부동산 시장에서의 관심은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기조는 전 정권과는 어떻게 다를지, 노무현 정권의 정책을 답습할 지를 지켜보면서 관망세에 가까웠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은 불로소득 차단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었고 공급확대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는 혹시나가 역시나라는 시장의 전망대로였고 주택 가격이 오를 것이란 시장의 기대심리를 높였다.

당연히 아파트를 사면 돈 벌수 있다는 인식의 강남권을 중심으로 확 펴졌고 갭 투자를 수단으로 하는 아파트 투기가 시작됐고 아파트 가격 상승이 초래됐다.

돌이켜보면 이때 수요는 많은 반면 공급이 부족한 강남권에 주택공급이 확대될 것이란 강력한 시그널이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상징성이 큰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나 잠실5단지 재건축과 관련해서 정부와 서울시가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취했더라면 시장이 아파트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시장은 궁극적으론 수요와 공급에 의해 움직이지만 단기적으론 기대감(미래수익률이 반영된)에 의해 변동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2016년 이후 이어진 저금리 기조는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일종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20171.5%였던 기준 금리는 202021.25%, 코로나가 확산되기 시작한 20203월엔 0.75%까지 하락했다.

(그래픽=뉴시스)
(그래픽=뉴시스)

은행에 1억원을 넣어봐야 1년에 100만원 정도의 이자밖에는 못 받는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전 국민이 부동산, 주식 등 자산에 투자하는 열풍이 불었다. 현금을 지니고 있어도 은행 대출을 받아 아파트, 상가 등에 투자하는 게 유행이 되다시피 했다. 주택가격 상승의 분위기가 조성된 셈이다.

특히 이미 2017년 이후 주택가격이 상승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극단적인 저금리는 용암 위에 기름을 부어 얹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아마도 정부로선 서민들의 가계부채 부담, 코로나 극복 등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는 현 정권의 지지기반인 서민층의 핵심 이슈이기 때문에 현 정권이 보다 큰 관심을 기울였을 것이다.

결과는 이미 아는 대로다. 서민들의 이자부담을 경감시켜주고, 부자들의 불로소득을 차단하겠다는 정책이 집 없는 서민들에게 가장 큰 피해가 돌아가고 말았다. 전세가를 앙등시킨 임대차 3법도 한 몫을 했다. 결국 정치적인 포퓰리즘이 주택 가격의 폭등을 초래한 셈이다.

만시지탄이지만 한은은 지난 826일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함으로써 시장 흐름에 제동을 걸었다.

이번 0.25%P 인상만으론 거센 불길을 잡기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한은과 정부는 코로나 시국, 서민들의 이자 부담 등을 감안해 소폭 인상을 결정했을 것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대/뉴시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대/뉴시스

보다 중요한 것은 진짜 서민 가계이고 국민 경제 안정이다. 대출금 이자 인상이 아파트 가격과 전셋값 폭등과 그 효과가 비교할 수도 없다. 이점에서 정권의 생색내기라는 인상도 든다.

한은과 정부는 기준 금리 추가 인상을 서두르기 바란다. 금리 인상을 통해 시장에 강력한 시그널을 줌으로써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는 게 진정한 서민경제 안정이고 국가경제가 지속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그리고 주택공급이 부족한 서울권에 공급확대를 위해선 대형 단지 재건축에 대해서도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최성범 주필 겸 선임기자는 서울경제 금융부장과 법률방송 부사장, 신한금융지주 홍보팀장, 우석대 신문방송학과 조교수를 지내는 등 언론계 및 학계, 산업 현장에서 실무 능력과 이론을 쌓은 경제전문가입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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