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 글·사진=남영진 논설고문] 이구아수(IGUASU) 폭포는 아르헨티나 미시오네스(misiones)주의 끝에 있다.

지난 3월 16일 처음 영화 ‘미션’에서 본 이구아수를 처음 만났다. 사계절 중 수량이 많은 봄철과 가을철이 좋다고 해서 여름이 막 끝난 초가을에 찾은 것이다.

브라질 쪽 국립공원 출입구에서 10분쯤 숲으로 걸어 들어가자 언덕 건너편이 탁 트이면서 아르헨티나 쪽 폭포 5~6개가 가지런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웅장하다기보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모습이었다.

1997년 캐나다에서 나이아가라를 보고 그 웅장함에 감탄했고 2006년 아프리카 남부 잠비아의 빅토리아의 까마득한 절벽폭포를 보고 건너편 언덕에서 오금이 저렸는데 두 곳보다 아담한 느낌이었다.

▲ 이구아수 폭포의 압권인 악마의 목구멍

이구아수폭포(Cataratas del Iguazú)는 브라질, 파라과이 3국이 만나는 지점이다. 아르헨티나쪽 입구에서 3국이 다 보이는 곳에 기념탑이 있다. 북미의 나이아가라, 아프리카의 빅토리아폭포와 더불어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다.

길이 2.7km에 275개의 크고 작은 폭포가 모여 있어 폭으로는 세계 최대다. 그런데 입구에서는 기대에 비해 좀 실망했다. 6~7개의 폭포지만 중간을 한번 걸쳐 2단으로 흘러내려 높이는 설악산의 대승폭포보다 짧아 보였다. 대승령 절벽바위 사이로 떨어져 내리는 대승폭포는 여름 장마철에 보면 힘이 넘친다.

이구아수는 미국 나이아가라 폭포보다 낙차가 더 크고 폭이 2배라 영화의 배경으로 자주 나온다. 롤랑 조페(Roland Joffé) 감독의 영화 ‘미션’(The Mission, 1986)’에서 노예상인이었던 멘도사(로버트 드니로 분)가 가브리엘 신부를 따라 등에 자기 짐을 지고 로프로 묶어 오르던 폭포절벽이다.

그런데 이구아수의 압권인 ‘악마의 목구멍’(Garganta del Diablo)쪽으로 오르다보니 곳곳에 무지개가 떠있고 아래강물위로 놓인 철제 접근로에 다가가자 그 굉음과 물보라가 과연 왜 ‘위대한 물’인가를 실감케 한다.

‘미션’에서 멘도사가 순간적 실수로 동생을 죽인 죄책감에 절벽을 오르는 고행을 하던 중에 이를 보다 못한 과라니 원주민이 짐을 끊어 버리자 그간 마음의 고통을 털어내며 통곡한다.

예수회 신부인 가브리엘 신부(제레미 아이언스 분)가 오보에로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를 연주하는 장면에서 이구아수 폭포가 겹쳐 나온다. 2008년 개봉된 ‘인디아나 존스와 크리스탈 해골 왕국’(Indiana Jones and the Kingdom of the Crystal Skull)의 배경도 이구아수 폭포다.

▲ 이구아수 폭포의 아담한 쌍폭 앞에서의 필자

관광 첫날은 브라질 쪽으로 들어갔다. 국경 수속을 마치고 이구아수 폭포를 보고 현지식인 큰 창에 꿰어있는 소고기, 닭고기 뷔페점심을 먹었다. 브라질과 파라과이가 공동 개발한 이타이푸(ITAIPU) 수력발전소를 돌아봤다. 옵션인 발전소관광은 아르헨티나인 부부와 우리부부 넷이 운전사가 안내하는 승용차로 갔다.

가면서 인구 30만의 포즈 두 이구아수라는 브라질 시내를 통과했다. 한국, 일본 중국 식당도 보이고 당연히 큰 가톨릭성당과 장로, 감리교회 그리고 이슬람의 모스크사원과 불교의 사찰(TEMPLA DO BUDISTA)도 있었다.

과라니 원주민의 마을이 이렇게 큰 국제도시가 됐고 파라나강 건너가 바로 파라과이였다. 이타이푸 발전소에서 나오는 전기로 파라과이의 80%, 브라질의 15%의 전기를 공급하는 이상적인 협력프로젝트인 셈이다.

해변 계획도시인 쿠리치바(Curitiba)에서 서쪽으로 1,200여km 흘러온 이구아수강이 파라나 고원(ParanáPlateau)의 황토지대를 돌아 폭포가 된다. 여기서 23km 내려가 브라질의 포즈 두 이구아수시를 통과해 파라과이 전역에서 흘러온 파라나강(Río Paraná)과 합친다. 국경을 이루는 이 강이 파라과이의 수도인 아순시온을 거쳐 결국 아르헨티나의 수도인 부에노스 아이레스 북쪽을 돌아 320km나 더 내려가 대서양에 이른다.

세계7대 강이란다. 나일 아마존 미시시피 황하 양자강 메콩 볼가 콩고강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폭포의 30% 정도는 브라질 영토에 속하고 나머지 부분은 아르헨티나 영토에 속한다. 이구아수는 이 지역 원주민인 과라니(Guaraní) 족의 말로 ‘큰 물’ ‘위대한 물’이라는 뜻이다. 원주민들은 여기서 살았지만 ‘공식적’으로는 1541년에 스페인의 정복자이자 탐험가였던 알바로 누녜스 카베사 데바카(Álvaro Núñez Cabeza de Vaca)가 처음 발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3대 폭포중 나이아가라는 수량, 이구아수는 넓이, 빅토리아는 높이가 제일이다. 높이로는 108m의 빅토리아 폭포가 상대도 안 되는 베네수엘라의 앙헬 폭포가 있다. 물줄기 높이만 807m이고 총 높이는 979m에 달한다. 나이아가라의 15배, 빅토리아의 8배 가량. 하도 높아서 떨어지면서 모두 물보라로 퍼져버려 폭포의 굉음조차 없어진다. 수량이 적고 접근성이 나빠 인지도가 훨씬 낮다. 너비로는 메콩강의 라오스, 캄보디아 국경에 있는 코네 폭포가 10.7km로 이과수의 4배가 넘어 세계 최대다. 하지만 높이가 낮아 폭포인지 헷갈린단다.폭포물의 절반가량이 내리퍼붓는 ‘악마의 목구멍’은 길이 700m, 폭 150m의 U자형 폭호(폭포 아래 형성된 호수나 웅덩이)다.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의 부인 엘리너 루즈벨트(Eleanor Roosevelt)가 이구아수를 보고 “나이아가라 폭포는 어쩌면 좋아!(Poor Niagara)”라고 탄식했다고 한다.

▲ 설악산 대승폭포/속초시 제공

이구아수의 작은 폭포들도 브라질 쪽에는 벤자민 콘스탄트(Benjamin Constant), 데오도루(Deodoro), 플로리아누(Floriano) 폭포부터 아르헨티나 쪽은 에바폭포부터 산 마르틴폭포까지 20여개가 있다. 낮은 산책로를 걷다보니 설악산의 쌍폭 같은 곳도 있고 조용히 숨어 있는 중국폭포(Salto Chico)라는 이름도 재미있다.이구아수 폭포의 위층인 파라나 고원은 현무암 용암대지이다. 이 용암대지에 단층운동에 의해 꺾인 지점에 폭포가 생겨났다. 이러한 지형에 엄청난 유량으로 인해 약한 부분이 쉽게 부서지고 침식되면서 폭포가 점차 상류 쪽으로 이동하는 역행침식으로 100년간 약 30㎝씩 상류 방향으로 후퇴한다고 한다.

버스 안에서 보니 부근의 흙이 시뻘겋다. 철분이 많은 현무암 진흙이다. 당연히 커피가 잘 된다. 포르투갈 사람들이 브라질에 플랜테이션 농장을 많이 만든 ‘산토스’ 커피가 생산량 1위다. 커피 브랜드 ‘테라 로사’(Terra Rosa, 붉은 흙)가 여기서 나왔다.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각각 1984년과 1987년에 이구아수 폭포를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했다. 2011년에는 이 지역이 전 ‘세계 7대 자연 경이’(New Seven Wonders of Nature)에도 올랐다.

이튿날은 아르헨티나 방향에서 폭포 기차(Tren de las Cataratas)를 타고 숲을 가로질러 폭포 인근에 도달해 높은 산책로를 걸어 6~7개의 강을 건너 악마의 목구멍까지 다녀왔다. 옵션으로 배를 타고 전경을 볼 수 있는 산마르틴 섬(Isla San Martín)과 폭포 밑 보트관광이 있었으나 39도를 오르내리는 더위에 기진맥진해 포기했다.

대신 오후에 갑자기 몰려온 먹구름이 가는 비가 되어 낮은 산책로를 돌 때는 폭포 물보라와 함께 다시 힘을 돋우어 주었다. <이구아수 폭포에서>

※ 남영진 논설고문은 한국일보 기자와 한국기자협회 회장, 미디어오늘 사장, 방송광고공사 감사를 지내는 등 30년 넘게 신문·방송계에 종사한 중견 언론인입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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