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김홍국 편집위원] 최고의 동맹 국가인 미국과의 외교관계가 경보음을 울리고 있다.

우방국에 대해서도 공격적이고 미국우선주의 정책을 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공세가 한반도에서 더욱 거세지고 있다. 안보 및 통상 분야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 김홍국 편집위원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우려했던 일이지만, 러시아스캔들 등으로 위기에 놓인 트럼프가 국내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공격적인 대외정책을 펴면서 한미관계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고 있는 로버트 뮬러 특검은 지난 16일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진영을 지원하는 데 참여한 것으로 보이는 러시아 단체 3곳과 13명을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하룻밤 사이에 관련 트윗을 14번이나 올리면서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연루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가운데 미국 언론들은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고 평가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위기 국면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북핵, 미국 ‘제재-대화 국면’에서 공통이익 해법 제시해야

트럼프 행정부는 북핵 문제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통상 문제에 대해 고강도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특히 북핵 문제를 둘러싼 미국의 입장은 원칙적으로는 제재와 압박 일변의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평창올림픽을 개최하는 한국의 입장을 일정하게 고려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발언에서 나타나듯 강도 높은 대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압박하겠다며 제재 일변도의 대북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더불어 북한의 더 큰 도발에 대비한 제재 조치와 함께 국방예산을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국방예산을 10% 늘려 6861억 달러(약 748조 원)로 편성하면서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미사일 방어(MD)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는 북한의 불법무기 프로그램과 연결된 라트비아의 ABLV은행을 미 금융 시스템에서 퇴출시킴으로써, 지난 2005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제재 때와 같은 조치도 내놓고 있다.

물론 유화적인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CBS와 인터뷰에서 북미대화 추진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당신(북한)이 나에게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를 귀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북 정책 기조를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의 강경 일변도에서 ‘관여(engagement)’ 병행으로 선회했으면서도 대화 테이블 앞에서는 북핵 인정 불가라는 명분론을 제시했다.

북한 역시 노동신문을 통해 “미국과의 대화에 목말라 하지 않는다, 급한 건 미국”이라고 미국을 비판했다. 노동신문은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미대화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을 거론하면서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고 트럼프 패거리들이 호들갑을 떨어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대화 주도권을 잡으려는 벼랑끝전술의 일환이다.

불과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전쟁불사론을 외치던 북미 양측은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기 전에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일 것이며, 양측 모두 강경론을 제시하면서 대화 국면으로 진입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자료사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6일(현지시간) 개막한 뮌헨 안보회의에서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각국에 촉구했지만, 국제사회의 여망과 달리 북미간 치열한 신경전은 이어질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설 연휴 막바지에 평창올림픽 메인 프레스센터를 찾아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지만 마음이 급한 것 같은데, 우리나라 속담으로 치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속도 조절에 나서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본격적인 대화 이전에 남북관계 개선만 추진할 경우 미국이 반발하는 등 한반도 정세를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행보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그동안의 대결과 단절을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북미대화가 시작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발걸음을 시작하는 것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 간 긴밀한 대북 공조를 위해서도 속도 조절은 필요하며,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 진전에 대해 미국에 충분히 설명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설득을 해서라도 불필요한 균열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대북정책의 성공이라는 목표와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는 효율적인 대화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조치이다.

정부는 문 대통령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에게 “여건을 만들어서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자”고 밝힌 대로 정상회담 및 군사당국회담과 고위급회담을 열어 남북관계의 모멘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미국도 동맹국가인 한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적극 협력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이 엇박자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는 미국과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서도록 적극 설득해야 할 것이다. 북미 양측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법을 염원하는 국제사회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해 적극적으로 협상의 테이블에 나서야 한다.

‘미국우선주의’ 보호무역 공세, 당당하게 설득하고 협상해야

두 번째는 미국이 보여주는 통상 분야의 압박이다. 미국은 수입 철강ㆍ알루미늄 제품에 강력한 보호무역 조치를 발동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주 말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른 철강수입 안보영향 조사와 조치 권고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권고안은 모든 국가의 철강제품에 최소 24%의 관세를 부과하거나, 한국 중국 등 12개국 제품에는 최소 53%의 관세를 추가 부과하는 안이 포함되어 있다.

이로 인해 연간 3조원 규모인 우리 철강의 대미수출이 타격을 받게 될 전망이다. 특히 ‘12개국 최소 53%’ 안으로 결정될 경우 우리 제품에 반덤핑·상계관세가 부과된 상태여서 수출 가격이 급등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조치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지만, 중국산 강판을 가공해 미국에 수출해 온 우리 철강업체도 관세폭탄을 맞게될 가능성이 크다. 한미 FTA 재협상 요구와 함께 세탁기·태양광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등에 이은 초강수 조치인 데다 이미 미국 기업들이 제소에 나선 반도체 등도 미국 보호무역 포화의 사정권에 들어간 상황이어서 긴장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북 고위급 대표단과 오찬을 마친 후 로비로 나서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불합리한 보호무역 조치에 대해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한미FTA 위반 여부 검토 등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해 나가고, 한미FTA 개정 협상을 통해서도 부당함을 적극 주장하라”며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문제는 한국에 대해 ‘소위 동맹국’일 뿐 무역에 관해서는 동맹국이 아니라는 트럼프의 왜곡된 시각이다. 이번 조치에서 미국의 우방 중 캐나다와 멕시코 일본 독일 등을 제외하고 유독 동맹국이라는 우리만 가상의 적국인 중국 등과 함께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미국의 통상압력은 자신에 대한 정치적 불만을 무역으로 상쇄하려는 트럼프의 성향에서 비롯되고 있으며, 트럼프 취임 이후 필요할 때마다 안보와 통상을 연계하거나 분리하면서 상대국을 압박해 왔다.

우리 정부도 미국의 압박에 밀릴 경우 수출전선에 심각한 우려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철저하게 국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정부는 안보와 통상 분야에서 국익을 지킬 대미 협상 전략을 수립하고, 민관 전문가들의 경험과 지혜를 총결집해 국익을 실질적으로 관철할 협상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공세를 철저하게 예측하고 차단함으로써 혹시나 생길 갈등이나 불이익을 피하고, 우리의 국익을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한미 양국 간 소통과 대화 채널을 총가동하고, 통상정책 전반을 점검하면서 우리의 국익을 안보와 통상 분야에서 지켜나가야 한다.

양국간 이익 절충 ‘대안 창출’ 협상전략 펴나가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제시하는 협상전략이 한민 양국의 이익을 절충하고,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끌어들이는 고차방정식을 잘 풀어나가야 한다는 원칙에 부합해야 한다는 점이다.

북핵문제는 미국과 북한뿐 아니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다자가 개입되는 열강들의 각축전이며, 이들을 설득해 공통 이익의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평창올림픽 이후 북한의 도발이나 미국의 군사적 옵션으로 나타나지 않도록 북한과 미국이 공통으로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고, 이를 관철해내는 협상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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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미국의 통상압력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과도한 요구에 대해 양국 경제의 공통이익을 찾아내고 대안을 창출함으로써 협상 상대인 미국을 설득하는 대안과 해법을 만들어내는 한편, 세계무역기구 등 국제기구의 규범과 관행에 맞는 해법을 미국 측에 당당하게 요구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미래를 모색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두 현안 모두 한반도의 명운이 걸린 무거운 책임감이 놓여있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는 최선을 다해 성공적인 국정운영 및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김홍국 편집위원은 문화일보 경제부 정치부 기자, 교통방송(TBS)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겸임교수로 YTN 등에서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MBA(기업경영)를 취득했고, 리더십과 협상에 관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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