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16일 설날 연휴에 12억 가톨릭의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했다는 뉴스가 날아들었다.

▲ 남영진 논설고문

평창 동계올림픽이 한창 중반으로 치달으며 남북 화해분위기가 무르익는 가운데 세계 안보를 총괄하고 있는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도 같은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냈다. 무술년 원단에 한반도에 세계적인 종교와 정치적 수장들이 신년 ‘덕담’을 보내온 것이다.

교황은 지난 8일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한다고 밝힌데 이어 16일 이백만 한국 신임대사에 신임장을 주는 자리에서 ”한반도의 남북정상 회담 성사 여부와 북미 관계 전개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황이 1주일 간격으로 특정 국가의 평화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교황이 그만큼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고 있음을 표명한 것이다.

이백만 대사도 이 자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이 교황의 관심 덕분에 평화올림픽으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감사의 뜻을 전하고, 이어 열릴 평창 패럴림픽의 성공을 위해서도 기도를 부탁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교황은 "같은 언어를 쓰는 같은 민족이 하나의 깃발 아래 평창올림픽에 참가해 보기 좋았다"며 "남북 정상회담 성사 여부와 북미 관계 개선에 각별히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올림픽 개막에 앞선 지난 7일 바티칸에서 "남한과 북한 선수들이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함께 함으로써 한반도 화해와 평화에 대한 희망을 제시했다"고 말한바 있다.

교황은 또 천주교 신자인 “문재인 대통령을 잘 알고 있고, 그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것도 알고 있다"며 "그를 항상 응원한다"고 말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014년 8월 17일 충남 서산시 해미읍성을 방문,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입장하며 신도들과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교황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와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교황청 역사상 최초로 아 멜초르 산체스 데 토카 교황청 문화평의회 차관보가 이끄는 대표단을 공식 파견했다.

데 토카 차관보는 오는 6월 바티칸에서 남북한 태권도의 합동시범을 제안했다. 교황은 중국과 미국이 1970년대 초반 탁구를 통해 관계 정상화의 물꼬를 튼 것을 예로 들며 "스포츠는 관계 개선에 아름다운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이탈리아인 이민 3세로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태어났다. 교황이 난민 구조와 이민자들의 인권보호와 관련, ”예수님 일가도 한때 난민이었다“며 자주 언급하는 것도 그의 출생배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는 58년 예수회에 들어가 69년 신부가 된 뒤 72년부터 79년까지 아르헨티나 예수회 관구장을 지냈다. 그는 70~80년대 ‘더러운 전쟁’의 아르헨티나 군부독재를 직접 겪은 사제였다.

이어 산미겔 철학신학대학장을 거쳐 92년에 주교가 됐으며, 98년 대주교로 부에노스 아이레스 대교구장에 올랐다.

▲ 심순화 화백의 성화 '매듭을 푸는 성모'/이백만 주 교황청 대사 제공

2001년 추기경으로 서품되어 2005년부터 아르헨티나 주교회의 의장을 맡아오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사임후 2013년 3월 교황에 선출됐다.

지난 9일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했던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16일부터 3일간 국제 안보문제를 논의하는 독일의 뮌헨 안보회의에서 북핵문제와 북미대화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그는 인사말에서 “세계가 냉전 이후 처음으로 핵 분쟁 위기에 처했다”며 “각국이 외교적 관여를 통한 평화적 해결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이 회의에는 각국 정상과 안보 책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해 북한 핵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는 또 “군사적 수단을 사용하는 것은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대재앙을 초래할 뿐”이라며 “북한과 미국이 만나도록 북한을 계속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9일 방한중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도 “북미 대화는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라며 “어떤 종류의 대화이든 반드시 필요하고 또 시급하다”고 같은 입장을 밝힌바 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실마리가 잡힌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국제사회에 촉구한 것이다.

구테헤스 사무총장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유엔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할 것이고 이미 유엔 사무처장이 북한을 방문한 바 있다”며 “그건 북한에게 진지한 대화에 하루빨리 임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남북 간 관계개선과 이번 올림픽 분위기가 결국 평화적인 한반도 비핵화 협상까지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이백만 대사는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한복을 입은 성모 마리아가 꼬인 매듭을 푸는 장면을 그린 심순화 화백의 성화 '매듭을 푸는 성모'를 선물로 전달했다.

이 대사는 "성모님이 매듭을 풀듯, 한반도에 얽혀있는 매듭이 순조롭게 풀릴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교황께 부탁했다.

▲ 프란치스코 교황, 설맞이 친필 메시지/주 교황청 한국대사관 제공

교황은 이에 대해 "내 가슴과 머리에 항상 한반도가 있다"며 2014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인의 사랑이 고마웠고,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이 한국의 새해가 시작되는 설 명절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이백만 대사에게 "최고의 평화를 전합니다. 저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저도 당신들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축복드립니다"라는 친필 메시지를 즉석에서 써주었다.

이번에 참가한 유엔 사무총장,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21개 국가원수급 들이 평화로운 ‘하나의 한반도’를 함께 만드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남영진 논설고문은 한국일보 기자와 한국기자협회 회장, 미디어오늘 사장, 방송광고공사 감사를 지내는 등 30년 넘게 신문·방송계에 종사한 중견 언론인입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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