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다음날인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김여정, 김영남을 초청한 오찬모임서에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김정은의 문 대통령 평양 초청’ 의사를 구두로 전달했다.

▲ 남영진 논설고문

이 발표로 평창올림픽이 한반도 평화로 가는 ‘평화’올림픽이 되리라는 기대가 높아졌다. 우선 미국 영국 등 외신들의 반응은 ‘조심스런’ 환영이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김정은이 문 대통령을 북한에 초청한 것은 멀어진 양국의 관계가 평창 동계올림픽이 계기가 돼 급속도로 해빙되고 있다는 신호"라며 김정은의 문 대통령 초청은 1차적으로 남북 간에 외교적 해법을 찾은 것으로 환영해야 한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문 대통령이 김정은의 방북 초청을 받아들일 경우 2000년과 2007년 김정일과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남북 정상 간 3번째 만남이 된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BBC방송도 "동맹인 미국의 바람과는 반대로 가는 행보이기 때문에 문 대통령도 곤란한 입장일 것"이라면서도 초청 그 자체에 의미가 있으며 남북정상이 만나 당면한 현안을 확인하고 공감하여 동북아에서 평화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텔레그라프는 "북한의 '매력공세'(charm offensive)에 빠지지 말라는 미국의 경고가 있었음에도 김정은이 문 대통령을 초청했다 "고 보도했다.

현재 남북한은 정상회담 외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남북정상 회담이 외교적 수단의 첫 번째다. 남북 간에는 이미 합의한 7.4 공동성명, 6.15 선언 등이 있다.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풀어가며 북미가 만나기 전에 남북이 먼저 만나야 한다. 북한도 현재 유엔 제재의 압박이 심각한 상황이어서 돌파구가 필요하다. 북한 스스로가 풀기 어렵다. 평창올림픽이 정상회담의 기반이 되고 남북한의 난제를 풀어 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는 1,200여개의 드론이 하늘에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를 만들어 올림픽의 이상인 ‘평화’를 꿈꾸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북 고위급 대표단과 오찬을 마친 후 로비로 나서고 있다./뉴시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으로 촉발된 북미간 일촉즉발의 말싸움에 마음 졸이던 전 세계의 이목은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언행과 북한 김여정의 개막식 참석 등 행보에 쏠렸다. 그런데 이들은 눈도 마주치지 않고 헤어졌다. 북한은 미국의 ‘코피내기’ 위협에 냉랭하게, 미국은 남북관계 개선분위기에 ‘코풀기’로 대응한 셈이다.

SNS에는 펜스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총리가 남북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는데 박수를 치지 않았다는 동영상이 돌았다.

펜스 부통령은 개막식에 앞서 북한에서 고문으로 죽은 것으로 알려진 오토 웜비어의 부친과 탈북자들을 데리고 평택 제2함대사령부에 전시된 천암함을 찾았다.

그는 개막식후 리셉션에 뒤늦게 나타났다가 공식적 북한의 원수인 김영남 인민최고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등과 악수도 나누지 않은 채 5분 만에 식장에서 나왔다한다.

개막 전날 펜스 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만찬을 겸한 회동에서 대북 공조를 위한 상당한 ‘보폭 맞추기’를 했다. 그는 방한하기 전 미국에서부터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하이재킹’해 북핵으로 야기된 유엔 안보리 압박을 피해나가려 한다”며 남북간 접촉과 교류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펜스는 문 대통령과의 회동 후 성명에서 “한미 두 지도자는 북한이 핵미사일을 완전히 포기할 때까지 최대 압박전략을 강화하는 문제의 중요성을 논의했다”라고만 밝혔다.

펜스 부통령은 동행한 미국 칼럼니스트 조시 로간에게 ‘트럼프 행정부는 올림픽 성화가 꺼지면 남북 해빙 분위기도 끝나기를 바란다’고 노골적으로 말했다 한다.

로간은 이에 대해 “문 대통령 입장에선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쌍끌이 목표가 동맹의 힘보다 더 우선일 수 있다는 점을 펜스 부통령이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 개막선언을 시작으로 불꽃놀이가 진행되고 있다./뉴시스

한편 개막식 주최국 선수단 입장 때 박수를 치지 않은 또 다른 한 사람인 아베 총리는 개막식 리셉션에서 통역을 대동한 채 김영남을 5분간 만나 비핵화 문제와 북한의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아베의 기민하고 노련한 외교술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피전략의 가능성을 과신해 실제 공격할까? 남북 모두의 걱정이다. 코피 전략의 핵심은 정밀하게 공격해 미국의 힘을 과시하는 것이다. 미 강경파들은 잘만 하면 별 인명 피해 없이 북한이 반격하지 못할 거리고 낙관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설이나 상징적 장소 등을 제한적으로 때릴 경우 북한이 반격하지 못하는 미국의 ‘자위적’ 차원의 타격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타깃은 군사시설 대신 상징적 건축물이 거론된다. 50년 전 나포돼 평양 대동강변에 전시 중인 미 군함 푸에블로호, 대동강 철교, 김일성 동상 등이다.

그러나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제한적 타격이나 전면전을 염두에 둔 타격이나 모두 한국의 피해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되는 시나리오"라고 말한다. 만약 북한이 보복 대응한다면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 미국에도 엄청난 인적·경제적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예상할 수 있다.

미라 랩 후퍼 신미국안보센터 선임연구원은 WP에 “북한이 반격하면 그 결과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 가장 큰 재앙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9일 강원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위원장과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대화 하고 있다./뉴시스

어떤 첨단무기로도 지하 벙커 속 핵미사일을 깡그리 없앨 순 없다. 핵이 한 발이라도 남으면 미국인 수십만 명의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 지난달 30일 동아시아 전문가인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석부소장은 상원 청문회에서 “미국 대부분의 북한 전문가들은 미국이 선방을 날리면 김정은이 반격할 것으로 본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세계의 축제’인 평창올림픽의 환호와 성공이 마냥 즐거울 수 없는 이유다. 7일 청와대를 방문한 줄리 파이예트 캐나다 총독은 문 대통령과 회담 후 우주에서 촬영한 한반도 사진을 선물로 전달했다. 그는 “우주비행사 출신이라 우주선을 타고 한국을 바라보곤 했다. 푸른 바다 위에 놓여 있는 한반도를 바라보면 두 개가 아니라 하나였다”고 말했다.

이번에 참가한 유엔 사무총장,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21개 국가원수급 들이 평화로운 ‘하나의 한반도’를 함께 만드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남영진 논설고문은 한국일보 기자와 한국기자협회 회장, 미디어오늘 사장, 방송광고공사 감사를 지내는 등 30년 넘게 신문·방송계에 종사한 중견 언론인입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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