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해외직접투자관련 보고서 분석…저금리기조에 해외자산 매입 줄이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 금융과 부동산에 대한 직접투자 규모가 최근 5년간 약 3.5배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 무게추가 제조업에서 금융·부동산업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그래프=한국은행 제공)

12일 한국은행의 BOK이슈노트에 실린 '최근 해외직접투자의 주요 특징 및 영향(이용대 과장·최종윤 조사역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업종별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에서 금융·부동산업 관련 투자는 지난 2016년 130억 달러로 지난 2011년(37억달러)보다 약 3.5배(93억달러) 증가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금리인하로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이 풀려났고, 결국 글로벌 자산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된 데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연기금과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해외 금융자산 투자가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특히 2016년 기준 해외 금융·부동산업 직접투자의 48%는 미국에 집중됐다. 미국의 부동산 가격이 우리나라나 전세계 부동산 가격보다 높은 상승폭을 나타낸 영향으로 풀이됐다.

반면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전체 해외직접투자 비중의 절반을 넘었던 제조업에 대한 투자는 사그라들었다. 제조업 투자는 같은 기간 101억달러에서 78억달러로 23억달러 줄었다.

해외 제조업 투자가 부진해진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간재 교역의 기여 정도가 약화된데다, 중국의 생산능력 향상으로 자급률이 높아지면서 중간재 수요 자체가 감소한 탓이다. 우리나라의 주요 제조업 해외투자처였던 중국에 대한 투자 비중은 지난 2005년 39%에서 2016년 9%로 크게 떨어졌다.

한은은 또 기업들이 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에 현지 법인을 세우기보다 인수·합병(M&A) 등 지분인수 투자에 나서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하고 네이버가 ‘윈클’에 투자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은에 따르면 2011~2015년 동안 75억달러였던 신기술 확보 목적의 해외직접투자는 2016~2017년 상반기 중 112억달러로 급증했다.

이중 지분인수 방식의 투자가 전체의 90%인 100억달러를 차지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해외 IT기업 매입 등을 통해 인공지능, 바이오 등 선진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투자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해외 금융·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경우 국내 투자기관의 재무구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부동산은 신속한 처분이 어려워 가격 하락시 손실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최근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 양상이 변화하는 상황이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뿐 아니라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지시장 진출과 신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가 확대되면서 해외 판로를 확대하고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기업들이 해외로 떠나면서 국내 고용과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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