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블리비언’이 화제다.

할리우드 SF대작 ‘오블리비언’은 톰 크루즈가 역시 대작에 어울리는 화면 장악력이 있는 배우라는 점을 입증했다.

기존보다 4배 더 밝은 화면을 볼 수 있는 최신 카메라 소니 시네알타 F65를 최초로 이용한 2D로, 거친 3D로 인해 몰입이 깨지는 것보다는 훨씬 안정적인 화면을 제공한다.

▲ 영화 ‘오블리비언’의 한 장면/뉴시스

2077년 외계의 침공에 맞서 싸우다 초토화한 지구, 정찰병 잭 하퍼(톰 크루즈)와 스카이 타워를 맡은 비카(안드레아 라이즈보로)는 5년전 기억이 삭제된 채 짝을 이뤄 지상에 남아 바닷물을 에너지로 바꿔 다른 생존 인간들이 머물고 있다는 우주정거장 테트에 보내주는 일을 하고 있다. 비카는 자신이 맡은 임무에 아무런 의문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잭은 순간순간 떠오르는 과거 속 젊은 여인(올가 쿠릴렌코)의 기억과 함께 인간미를 여전히 지니고 있다.

미국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부터 아이슬란드, 하와이 마우이 섬 할레아칼라 분화구 등 1억 달러 이상의 제작비를 투입한 만큼 화려하고 사실적인 로케이션이 볼거리이긴 하나, ‘인트로’라고 할만한 도입부가 너무 길어 긴장감 유지에 실패했다.

톰 크루즈와 ‘영국의 장미’라 불릴만한 적갈색 머리에 희고 얇은 피부의 미인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단 2명이 동거생활을 하며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이 총 124분 러닝타임에 무려 50분 이상을 차지한다.

영화의 태반이 흐른 후에야 비밀 지하조직의 리더 말콤 비치(모건 프리먼)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제서야 잭은 지워진 기억에 의문을 품기 시작하며 주된 스토리로 들어선다.

멸망한 미래의 지구 위에 남은 대도시 뉴욕의 잔해는 SF의 고전 ‘혹성탈출’의 마지막 신이 연상되고, 인위적으로 삭제된 기억이라는 소재도 ‘블레이드 러너’, ‘토탈 리콜’, ‘마이너리티 리포트’, ‘페이 첵’ 등 SF소설의 거장 필립 K 딕의 작품을 영화화하며 반복된 것이다. (오블리비언은 망각이라는 의미다)

조작된 현실에 대한 자각이라는 점도 ‘매트릭스’ 등에서 익히 다뤄졌던 것이고, 복제된 클론에게 영혼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도 ‘아일랜드’, ‘클라우드 아틀라스’ 등을 통해 봐왔던 것이다. 누가 적인지 아군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펼쳐지는 반전이 히든카드이긴 하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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