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동일 조건…타결 가능성 높아
노사, 일년의 절반 이상 힘겨루기 개선 시급
'물가연동 임금인상' 등 도입 필요

[이코노뉴스=김태우 기자]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18일 지난 2017년 임금협상의 잠정합의안을 두고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국내 완성차 5개사 브랜드 중 가장 늦게까지 교섭을 끌어온 만큼 기아차 노조의 투표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아차의 잠정합의안이 현대자동차와 같은 조건이라는 점에서 무리 없이 통과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몇 개월 뒤 노사 간의 힘겨루기가 또 다시 전개될 전망이어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현대·기아자동차 양재동 사옥./뉴시스 자료사진

기아차 노조는 이날 오전 6시50분부터 11시까지 소하리공장과 화성공장, 광주공장 등에서 2017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전국 사업장의 투표 결과를 집계하려면 최종 결과는 다음날 새벽이나 나올 예정이다.

이에 앞서 기아차 노사는 지난 15일 27차 임금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잠정합의안의 주요내용은 ▲기본급 5만8000원 인상(호봉승급분 및 별도호봉승급 포함) ▲성과·격려금 300%+28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40만원 등이다. 총 금액은 현대차 노사가 지난 10일 잠정합의안을 도출해 15일 조합원 찬반투표 가결을 통해 최종 타결된 합의내용과 동일하다.

기본급 및 성과·격려금은 양사가 동일하고, 현대차가 중소기업 상품 구입시 20만포인트 지원 및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하는 것을 기아차는 상품권으로만 40만원 지급하는 게 다른 부분이다. 

기아차 노사가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것은 지난해 5월11일 상견례 이후 8개월여 만이다. 완성차 5사 중에서는 가장 늦은 행보다. 

쌍용자동차 노사의 경우 지난해 7월 완성차 업계에서 가장 먼저 임금협상을 타결해 2010년부터 8년 연속으로 무분규 교섭을 이어갔다. 타결된 내용은 기본급 5만3000원 인상에 생산 장려금 250만원, 우리사주 출연 100만원(150주 상당) 등이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조금 늦은 지난 9월 임금협상 타결 소식을 알렸다. 1차 잠정안의 부결로 장기화가 의심되기도 했지만 재교섭을 통해 상품권 20만원 등을 추가하는 2차 잠정합의안을 마련으로 결국 추석 연휴 이전에 타결에 성공했다. 

극심한 실적부진과 한국 철수설 등으로 시끄러웠던 한국지엠도 해가 넘어가기 직전인 지난해 12월30일 극적으로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해 지난 9일 찬반투표를 거쳐 최종 마무리 지었다. 조건은 기본급 5만원 인상, 격려금 600만원, 성과급 450만원 지급 등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연내타결을 위해 노력했지만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됨에 따라 해를 넘긴 지난 10일 상품권 20만원을 추가 시킨 2차 점정안을 마련해 15일 투표에서 가결되며 최종 타결됐다.

이날 진행된 기아차의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도 통과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그동안 기아차 노사는 현대차의 임단협이 타결되면 비슷한 조건으로 잠정합의안을 마련해 통과시키는 게 사실상 관례였으며 올해 역시 현대차와 같은 조건이어서 특별한 변수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 완성차 5사 모두 임금협상이 마무리되겠지만 몇 개월 뒤 또다시 노사 간의 힘겨루기가 다시 시작된다. 각사 노조 집행부는 벌써부터 올해 임금투쟁에서 승리하겠다며 사전 공세를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완성차 업계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노사 양측이 선진 노사문화를 받아들여 매년 장기간 반복되는 불필요한 힘겨루기를 끝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매년 임금협상을 두고 노사가 한해의 절반이상을 힘겨루기 하고, 그 과정에서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로 회사와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며 "'물가연동 임금인상'과 같은 선진 노사문화를 도입해 불필요한 시간과 사회적 비용 소모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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