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후속시장 경제제한 제재 처음…지멘스, “행정소송 제기” 대응

[이코노뉴스=이종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시장에 신규 진입한 중소 유지보수사업자를 배제한 지멘스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약 62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 신영호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이 1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지멘스, 지멘스헬스케어, 지멘스헬시니어스가 지멘스CT, MRI유지보수시장에 신규 진입한 중소 유지보수사업자를 배제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62억원(잠정)의 과징금 부과 결정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공정위가 후속 시장의 경쟁제한에 대해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후속 시장은 프린터기의 잉크 카트리지, 자동차 부품, 장비 유지보수 등 주 상품의 보완재로 기능하는 부 상품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을 말한다.

주 상품 시장의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부 상품 시장에서 지식재산권을 남용하거나 별개의 상품을 끼워 파는 행위가 주로 문제가 된다. 

독일에 본사를 둔 지멘스는 국내 CT·MRI 장비 시장에서 4년 연속 업계 1위를 차지했다.
2016년 기준 지멘스는 자사 장비 유지보수 시장에서 9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했다. 관련 시장에 진입한 ISO 4개사의 시장점유율 합계는 10% 미만이었다.

지멘스는 경쟁 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해 ISO와 거래하는지 여부에 따라 장비 안전관리와 유지보수에 필수적인 서비스키 발급조건을 차별적으로 적용했다.

지멘스는 ISO와 거래하지 않는 병원에서 요청한 경우, 고급 자동 진단기능을 포함한 상위 레벨 서비스키를 무상으로 요청 당일 즉시 발급했다.

ISO와 거래하는 병원에서 요청한 경우에는 장비 안전관리 및 유지보수에 필수적인 기능으로 구성된 기초 레벨 서비스키를 유상으로, 요청 후 최대 25일 소요 후에 판매했다.

이로 인해 ISO 4개 업체 중 2개 업체가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되는 등 경쟁 시장이 제한됐다.

공정위는 ISO의 시장진입 초기단계로 병원이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공문을 통해 중요 사실관계에 대해 왜곡된 정보를 전달해 병원의 오인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했다.

이에 공정위는 지멘스 CT·MRI 장비 소유권자인 병원이 자기 장비의 유지보수를 위해 필수적인 서비스 소프트웨어 접근 권한을 요청할 경우, 24시간 이내 최소 행정비용으로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의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이에 대해 지멘스는 "행정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지멘스 헬시니어스 한국법인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공정위가 발표한 지멘스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등에 대한 심의 결과가 사실과 일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재산권인 지식재산권을 침해하고 공정거래법을 잘못 적용한 결정으로 수용할 수 없다"며 "의결서를 수령하고 내용을 자세히 검토한 후 서울고등법원에 행정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멘스 측은 "의료장비 유지보수 서비스의 주된 상품인 CT 및 MRI 판매시장에서 세계적인 기술 선도기업들과 치열한 가격 및 혁신 경쟁을 하고 있다"며 "고객들이 다양한 회사를 선택할 수 있는 만큼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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