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성공적인 미국 뉴욕 증시 상장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이유…박병호 칼럼니스트

박병호 칼럼니스트(인커리지파트너스 대표) l승인2021.03.14l수정2021.03.14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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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뉴스=박병호 칼럼니스트(인커리지파트너스 대표)] 쿠팡이 성공적으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  박병호 칼럼니스트

공모가는 35달러지만 지난 주 뉴욕 증시에서 48.47 달러로 상승 마감했다. 해외증시에 상장한 국내 어느 기업보다 화려한 시작이고 공모를 통해 조달된 자금은 쿠팡의 성장속도를 더욱 높여줄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 '쿠폰이 팡팡 쏟아진다’는 의미의 쿠팡

쿠팡을 창업한 김범석 의장은 미국에서 고교와 대학을 다녔다. 고작 21세가 되던 1998년에 시사잡지 ‘커런트’를 창간한다. 학생들에게 무료로 배포하고 지역 광고주들의 광고를 통해 수익을 내는 사업을 영위하다가 창업 3년 뒤에 뉴스위크에 매각한 사례는 놀랄 만하다.

그 후 시사교양 정보를 제공하는 잡지사를 차렸지만 성과가 나빴는지 그만두고 2009년에 하버드 경영대학원(MBA)에 입학한다. 입학 후 소셜커머스의 원조인 「그루폰」의 사업모델을 한국에서 펼쳐보고자 조기에 중퇴하고 쿠팡을 설립했다고 한다.

쿠팡은 티켓판매에서 시작했지만 소비자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4년에 시작한 익일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이다. e커머스의 경쟁력은 배송에서 나온다고 판단하고 배송의 속도와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외부에 위탁하지 않고 직접 직원을 고용하여 배송하기 시작했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등의 세계적인 투자회사로부터 자본을 확보하고 시장을 놓고 무한경쟁을 벌여왔다. 높은 물류비와 인건비의 부담으로 매출이 늘어날 때마다 적자폭이 커지자 많은 사람들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이번의 성공적인 상장을 통해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였으니 쿠팡의 공격적인 행보는 계속될 것이다.

◇ 한국이 아니라 왜 미국에 상장했나?

쿠팡이 한국대신 미국을 선택한 표면적인 이유는 차등의결권이다. 국내에서는 주주 간 차등적인 의결권제도가 허용되지 않지만 미국은 페이스북, 알파벳, 줌 같은 정보기술(IT) 회사 창업자들의 경영권을 보장해주기 위해 차등의결권을 허용하고 있다.

이로써 창업자인 김 의장은 보유한 지분의 29배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현재 10.2%의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2%로 떨어져도 58%의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 쿠팡의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첫날인 11일(현지시간) 쿠팡 배너가 뉴욕증권거래소 정면을 장식하고 있다. [뉴욕=AP/뉴시스]

이외에도 한국대신 미국을 선택한 다른 이유로는 적자를 기록 중인 쿠팡의 경우 국내 상장기준에 부합되지 않아 코스닥 기술상장특례를 이용해야 겨우 가능하다는 것도 감안되었을 것이다.

이런 제도적인 이유만일까? 아마도 그보다는 경제적인 실익을 고려한 측면이 더욱 컸을 것 같다. 미국은 세계의 투자자금이 모이는 큰 시장이고 과거의 아마존이나 테슬라처럼 이익을 내지 못해도 미래성장성을 높게 평가해주니 상장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한국대신 미국을 선택했을 것이다.

◇ 기뻐하지 못하는 이유 1: 주가 하락의 가능성

쿠팡이 미국에서 받은 높은 가치평가에 상장대기 중인 티몬과 11번가 등의 회사는 물론 한국의 성장주들은 한껏 기대에 부풀어있다. 미래 성장가치를 높게 평가받은 것은 자본조달에 도움이 됐지만 향후 주가하락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는 것은 쿠팡의 딜레마이다.

만일 불행히도 주가가 약세를 보인다면 다음 주자들의 가치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쿠팡의 상장성공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지난 주 종가로 환산한 쿠팡의 시가총액은 100조원에 가까운데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다음의 SK하이닉스와 비슷하다.

아직 적자의 회사가 높은 영업이익률과 높은 성장성을 이미 입증한 국내 대표 IT회사인 네이버와 카카오보다 비싸고 e커머스 시장에서 경쟁할 경쟁사 모두의 시가총액보다도 비싸다.

쿠팡의 기업가치는 아마존과 알리바바에 근거하여 책정되었다고 하는데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시장과 중국시장을 이미 장악한 회사들과 비교하는 것은 아직은 시기상조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온·오프라인 동맹을 맺은 네이버와 SSG닷컴의 연합군, 아마존과 손잡은 11번가 등 기라성같은 회사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어떤 곳도 과점적인 위치를 차지하기까지는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고평가 논란에는 차등의결권도 한 몫을 한다. 국내의 우선주는 의결권이 배제되는 대신에 배당이라도 더 받지만 쿠팡주식은 보통주이면서 실제로는 의결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활발하게 거래되는 국내의 우선주들은 삼성전자(우)와 삼성전기(우)인데 보통주 대비 각각 12%와 43% 할인된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다.

화제의 중심에 선 쿠팡이지만 아직까지 어느 증권사에서도 적정주가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미래성장에 대한 높은 기대감은 분기실적악화 등 조그만 충격에도 주가는 크게 요동칠 수 있어 낙관적인 주가전망을 어렵게 한다. 단 2일간의 거래흐름이긴 하지만 주가의 변동성이 심하고 주가흐름도 전강후약으로 걱정스럽다.

◇ 기뻐하지 못하는 이유 2: 뒤져진 한국거래소의 상장제도

미국과 패권다툼을 벌이는 중국의 고위 공산당 간부들은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중국이 아닌 다른 거래소에 상장한 것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었다.

만일 902조원의 시가총액을 가진 텐센트와 720조원의 알리바바가 상해거래소에 상장했다면 세계최대 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2번째로 큰 나스닥시장과는 다툴 수 있을 정도가 된다.

중국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회사는 현재 귀주모태주이다. 고량주 마오타이로 유명한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444조원인데 애플이나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는 물론 한국의 삼성전자보다도 작다. 대형 시가총액 회사들이 해외로 나감으로써 중국의 자존심이 상했을 수 있다.

체면만의 문제는 아니다. 만일 쿠팡이 국내에 상장되어 지난 2거래일과 같은 거래량을 기록하면 한국정부는 하루에 70억원의 증권거래세 수입이 생긴다.

증권회사와 거래소 등도 그 이상의 수수료를 벌어들일 수 있다. 그래서 시가총액이 큰 회사들을 자국으로 끌어들이고자 각국의 거래소는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쿠팡의 성공적인 미국 상장은 분명 기쁜 일이지만 외국기업도 국내로 끌어와야 될진대 국내의 좋은 기업을 오히려 빼앗기고 있으니 마냥 기뻐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도 회사의 상장기준을 과거이익중심에서 미래성장중심으로 개선해야 한다. 또한 기술과 독창성이 강한 사업의 경우,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장할 수 있는 차등의결권제도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 기뻐하지 못하는 이유 3: 과열된 치킨게임의 지속

세계 각국의 e커머스 시장은 예외 없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그 성장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한국도 세계 8∼9위권으로 작지 않은 시장을 가지고 있으며 그 성장속도도 매우 빠르다. 그렇지만 이 시장에 참여한 회사들은 하나같이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아래 자료를 보면 이베이, 11번가와 쿠팡 그리고 차트에는 없지만 네이버가 앞서가고 그 뒤를 위메프와, 신세계·이마트 온라인사업부가 통합한 쓱닷컴이 따라가고 있다.

앞선 주자도 10%대의 점유율이다. 성장속도로는 쿠팡이 최고지만 그렇다고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쉽게 점치기 어렵다.

누구라도 점유율이 30%정도는 되어야 수익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한다.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더 싸고 빠르게 소비자에게 다가가길 누구나 원하지만 납품업체의 마진을 쥐어짜는 것도 한계가 있고 배송기사들에 대한 처우문제도 도마에 오를 수 있어 경쟁의 양상은 ‘경쟁자 죽이기’로 흐를 수 있다.

쿠팡이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가지고 가격경쟁이나 무차별적인 점유율경쟁을 펼치는 것은 소모적이고 불공정경쟁이 될 수밖에 없다. 다른 참가자들도 마찬가지로 자본을 조달하여 대응할 것이기 때문에 치킨게임이 더욱 과열될 뿐이다.

한국의 e커머스 산업발전을 위해 시장참여자들이 혁신적인 물류시스템이나 고객을 위한 독창적인 서비스를 개발하여 경쟁적인 차별화를 지향하고 기술과 아이디어를 통한 공정경쟁에서 이긴다면 어느 나라 주식시장에 가든지 쿠팡이상의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다.

※ 박병호 칼럼니스트(인커리지파트너스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을 지내는 등 증권가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다양한 직무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입니다.

박 칼럼니스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지금은 투자자의 성공뿐만 아니라 나라의 경쟁력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달려 있다면서 좋은 스타트업을 찾아 지원하고 투자자들에게 소개하는 일에 온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코노뉴스]
박병호 칼럼니스트(인커리지파트너스 대표)   bhpark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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