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김홍국 편집위원] 오는 2월 9일 개막하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남북 간 대화가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5월 10일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대화를 제의해온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로 화답, 남북 고위급회담이 10일 열린데 이어 15일에는 평창동계올림픽 북측 예술단 파견 남북 실무접촉이 개최됐다.

▲ 김홍국 편집위원

우리 측이 지난 12일 제의한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차관급 실무회담에 대해서도 북측이 1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개최할 것을 수정 제의함에 따라 남북간 연쇄 회담이 잇달아 열릴 전망이다.

또 20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만나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에 대한 협의를 마무리하는 한편, 이르면 이달 말에는 남북 군사당국회담이 개최된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 예술단 파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간 실무접촉은 15일 오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우리 측은 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을 수석대표로 하고, 이원철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이사, 정치용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 한종욱 통일부 과장이, 북측에서는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 국장이 단장(수석대표)을 맡고, 안정호 예술단 무대감독, 현송월 관현악단 (모란봉악단) 단장, 김순호 관현악단 행정부단장이 실무접촉 대표로 참석했다.

특히 북한에서 유명 성악 가수로 활동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당 중앙위 후보위원으로 발탁돼 화제를 모은 현송월 모란봉악단 단장이 참석함에 따라, 모란봉악단이 평창 올림픽 기간 파견할 역대 최대 규모의 예술단인 삼지연관현악단에 포함될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성공단 폐쇄 후 대화가 단절됐던 과거와 달리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평창올림픽에 참가할 것을 공언하는 신년사를 발표하면서 북한 측이 형식과 절차에 얽매이지 않고 적극 협력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고, 우리 측의 회담 제의에 북측이 곧바로 응답하는 열린 자세로 나오면서 성공적인 회담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남북한의 현안 지혜롭게 풀어내는 성공하는 회담 돼야

우리 정부는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입장이고, 북한 역시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와 후속 조치를 통해 올림픽 참가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상황이다.

▲ 15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예술단 파견 실무접촉 종결회의에서 우리측 수석대표인 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과 북측 수석대표인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 국장이 공동보도문을 교환하고 있다./통일부 제공

다음달 9일 개막하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개·폐회식 남북 입장, 북한 선수단 입국 경로, 북한 선수단 참여 종목, 남북 단일팀 구성 여부 등 현안을 풀어내야 한다. 북한 선수단과 함께 응원단, 예술단이 와서 성공적인 대회를 개최할 경우 평창올림픽은 평화와 화해의 제전으로 불릴 수 있을 것이며, 민족이 하나 되는 새로운 대화와 화합의 장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회담과 이어질 실무회담에서 평창올림픽과 함께 남북간의 현안을 두고 상호 이해와 협력의 기조가 강조되는 것이 중요하다. 고위급회담에서 남북 관계의 큰 틀을 논의하고 군사당국회담이나 적십자회담 등은 후속 실무회담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북한에 대해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 및 군사공격 가능성을 언급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통화할 수 있다며 조건부 직접 대화 가능성을 내비친 것도 호재다.

IOC가 스위스에서 장웅 북한 IOC 위원과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지원 문제를 논의한 것도 관심을 모은다. 이번 회담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마련된 기회이지 핵 개발 시간을 주고자 하는 것이 아니며, 북한 역시 국제사회와 발맞춰 개방과 개혁을 해야 중장기적인 생존을 모색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북한이 명심한다면 남북 관계 개선, 한반도 긴장 완화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더욱 무거워진 남북당국의 책임, 정략과 도발 극복해야

그만큼 남북대화에 임하는 남북한 당국의 책임이 더욱 무거워졌다. 남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리면, 이는 그동안 북한이 원해왔던 북·미 및 북핵 대화로 연결될 것이다.

최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북·미 대화 가능성에 대해 “결과가 어떨지 좀 기다려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적절한 시점과 상황에서 북한이 원할 경우 대화는 열려 있다. 남북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어떤 군사적 행동도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은 고무적이다.

그는 백악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남북대화에 대해 “그것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성공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향후 몇 주나 몇 달에 걸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볼 것”이라고 밝히는 등 그동안 과거 북한에 대해 적대적 발언을 해온 것과 달리 유화적인 발언을 내놓고 있다.

▲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이 시작된 15일 오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현송월 모란봉악단장이 남북 실무접촉에 참석하고 있다./통일부 제공

북측이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평창올림픽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미국 측 고위 대표단장으로 보내겠다고 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증한다.

남북 모두 일희일비하지 말고 합의가 가능한 부분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한다. 남북-북미 간의 대화를 위한 모멘텀을 저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정부와 여당은 야당을 상대로 적극적인 설명과 설득을 병행하며 이해를 구해야 하고, 전술핵 재배치 등을 주장하며 시비를 걸어온 일부 야당을 비롯한 보수진영도 이번만큼은 회담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초당적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정략적 이익을 위해 공세를 펴는 잘못된 정치적 행태는 자제되어야 한다.

이번 고위급회담에서 북측은 핵·미사일 도발 중단을 포함해 국제사회와 함께 호혜와 평화의 가치를 나눌 수 있는 협력과 대화의 장으로 복귀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비핵화 의지 표명과 핵·미사일 도발 중단 등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를 보임으로써 북미대화의 가능성도 열어야 할 것이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기존 주장만 되풀이하면 북·미 대화의 기회는 무산될 것이라는 점에서, 미국이 대화의 문을 연 좋은 기회에 북한도 화답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 대결과 전쟁 탈피해 평화와 호혜협력의 한반도로 바꾸자

문제는 역시 양국 지도자의 통 큰 결단과 평화 및 화합을 위해 나가는 소통의 리더십이다. 양측은 치열하게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서로 손을 내밀고, 상호간에 대결 국면에서 벗어나 협력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고 체면을 세워주는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

한반도는 트럼프의 미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중국,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일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 등 스트롱맨 지도자들이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국가주의적 정책으로 대한민국의 외교안보를 위협하며 거센 풍파와 혼돈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뉴시스 자료사진 합성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70%대 중반의 지지율로 보수층에게서도 높은 지지를 받고 있고, 최고지도자가 된 지 7년차인 김정은 위원장 역시 북한에서 안정적인 리더십을 확보한 만큼 양측 지도자들이 국민들을 설득해서 평화와 화해의 리더십으로 역사적인 책무를 다해야할 것이다.

특히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는 한반도에서 핵과 미사일을 비롯한 전쟁의 우울한 그림자를 지우고, 세계의 평화와 발전에 앞장서는 한반도의 이미지를 지구촌에 심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다.

남북한이 상생과 협력, 협상과 배려의 정치를 통해 한반도에 평화를 회복하고, 국민이 행복하고 살만한 사회, 세계사의 발전과 번영에 기여하는 대한민국을 재창조하길 기대한다.

※ 김홍국 편집위원은 문화일보 경제부 정치부 기자, 교통방송(TBS)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겸임교수로 YTN 등에서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MBA(기업경영)를 취득했고, 리더십과 협상에 관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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