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최아람 기자]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분쟁에서 미국 무역위원회(ITC)가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준 판정을 뒤집기 위해 백악관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 2대 완성차 업체인 포드가 사실상 SK의 입장을 옹호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포드가 LG와의 분쟁 가능성이 확실한 상황에서도 SK와 대량 구매계약을 맺은 것에 대해 ITC가 문제를 지적했다는 로이터 보도를 재인용한 인베스팅닷컴 온라인 기사. 관련화면 캡쳐

포드는 특히 지난해 ITC의 분쟁 심의과정에서 SK쪽으로 기울어진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거액을 들여 최소 2건의 로비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배터리 공장 예정지인 조지아주 정치권이 SK를 위해 워싱턴 정가의 여론조성에 뛰어든 가운데, 포드마저 SK편에 적극 가담한다면 조 바이든 대통령의 ITC 판정과 관련, 주요한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5일 미국 시민단체 오픈시크리츠와 ITC에 따르면 포드는 SK에 불리하게 진행된 LG와 SK의 배터리 분쟁에서 사실상 SK쪽에 선 것으로 확인됐다.

로이터도 이날 내보낸 분석 기사에서 ITC가 최종 결정문에서 ‘LG와의 분쟁에서 SK가 석연치 않은 상황에 빠져있었는데도, 포드가 2019년 대량의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은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ITC는 최종 결정문에서 포드가 ITC에 대해 SK의 배터리 대미 수출 금지 결정을 사실상 사문화하는 내용의 요구를 한 것도 확인했다. ITC는 ‘포드가 아직 발표되지도 않은 신형 전기차에 탑재될 SK배터리에 대해서도 ITC가 예외적으로 수입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ITC는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오픈시크리츠가 공개한 포드의 지난해 로비활동 보고서도 포드가 워싱턴 정가에서 사실상 SK를 위해 움직였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 미국 워싱턴의 로비업체인 홉스그룹이 공개한 2020년 포드를 위한 로비활동 보고서. 오픈시크리츠 자료

포드의 주요 로비업체인 홉스(The Hobbs)그룹은 미국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건당 5만5,000달러를 받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 관계자들에게 SK와 LG의 분쟁에 대한 포드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확인했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첨부되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ITC 결정문을 감안한다면 포드의 미래전기차 생산 계획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실상 SK에 유리한 결정을 내려달라는 내용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편 SK는 조지아주 정부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ITC 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거부권이 행사될 경우 조지아주에 대한 투자를 당초 보다 두 배 가량 늘릴 것이라는 SK의 약속에 따라 조지아주 정치권이 전방위로 중앙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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