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서양희 기자] LG와 SK가 벌이고 있는 배터리 분쟁의 중심지가 미국 무역위원회(ITC)에서 백악관으로 옮겨 붙었다. ITC의 결정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시키려는 SK이노베이션과 결정을 유지시키려는 LG 모두 수십만 달러 규모의 로비전을 벌이고 있다.

▲ 미국 로비업체가 공개한 SK이노베이션을 위한 로비활동 보고서. 오픈시크리츠 자료

2일 이코노뉴스가 미국 시민단체 오픈시크리츠가 펴낸 지난해 주요 기업의 미국 정가에 대한 로비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류션(LG화학) 모두 지난해 로비규모를 크게 확대했다.

2019년까지만 해도 SK하이닉스 위주의 로비를 펼쳤던 SK그룹의 경우 지난해에는 SK이노베이션이 독자적으로 로비스트를 고용해 백악관과 의회를 대상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 조성 방법을 모색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분기 ‘코빙턴&벌링’이라는 로비업체와 계약을 맺고, LG와의 배터리 분쟁에서 미국 정가의 우호적 여론 조성을 위한 활동을 벌였다.

실제로 ‘코빙턴&벌링’이 공개한 활동보고서에 따르면 이 업체는 총 65만 달러를 받고 백악관과 의회 등에 SK이노베이션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지난 주 이뤄진 SK이노베이션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백악관 관계자들의 만남이 성사된 것도 이런 노력의 결과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 미국 로비업체가 공개한 LG측의 입장을 대변한 로비활동 보고서. 오픈시크리츠 자료

한편 LG측도 SK에 맞서 적극적인 로비를 펼친 것으로 확인됐다. 오픈시크리츠에 따르면 지난해 LG의 미국 로비 규모는 53만여 달러로 전년대비 5배 이상 늘었는데, 상당수가 LG화학 미시간법인(23만 달러)과 LG화학미국법인(2만 달러)에서 비롯됐다.

LG측은 CGCN그룹 등과 같은 다수의 로비업체와 계약을 맺고, 배터리분쟁에서 자사가 유리한 입장에 서도록 여론 조성을 도모했다. 실제로 CGCN이 공개한 로비보고서에 따르면 LG측은 이 회사에 4만1,666달러를 제공하고, ‘백악관과 미 행정부 관계자들에 대해 ITC결정을 대통령이 준수하도록 교육시키는 활동’을 주문했다.

▲ LG의 지난해 주요 계열사별 로비규모. 오픈시크리츠 자료

한편 SK와 LG의 치열한 대립에 대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에서 가장 큰 두 배터리 제조사의 분쟁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배터리를 확보하고 성장 목표를 달성하는 데 직면한 위험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분쟁 영향권에 있는 포드와 폭스바겐은 지난해 ITC에 의해 SK이노베이션이 제재를 받을 땐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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