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범의 경제산책

[이코노뉴스=최성범 주필] 2017년도 비트코인 열풍이 한국 경제와 사회를 한바탕 휩쓸었다.

▲ 최성범 주필

비트코인의 지난해 가격 상승률은 1500%. 하지만 비트코인의 상승률은 가상화폐(암호화폐) 가운데 10위에 불과하다. 리플의 경우 한해 동안 무려 360배가 올랐다. 덕택에 비트코인, 리플, 이더리움 등 전세계에서 거래되는 모든 가상화폐의 합산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8000억달러(원화 약 851조6000억원) 고지에 올라섰다.

특히 가상화폐 총 시가총액이 7000억달러에서 1000억달러 더 늘어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사흘이었다. 시가총액 세계 1위 상장회사인 애플을 추월하는 일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마디로 우주가 생겨날 때의 빅뱅 수준이라고 부름직하다.

또 다른 열기는 제약 ·바이오 열풍이다. 대표적인 바이오기업인 셀트리온의 8일 현재 주가는 30만2500원으로 시가총액은 37조1066억원이나 된다. 현대차의 시총(33조원)을 가볍게 추월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시총 3위의 기업이 됐다. 벤처 열풍이 절정이던 1999년말 코스닥의 새롬기술이 시총 25위에 올랐던 상황을 연상케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상장후 1년도 채 되지 않은 신라젠의 시가총액은 대표적인 제약회사인 한미약품보다 커졌다.

문제는 이들 종목들이 주가에 걸맞는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셀트리온의 2016년 순이익 규모는 1804억원이며 실적이 급속도로 향상되고는 있으나 2017년 연간 영업이익 전망이 4666억원 수준이다. 신라젠의 경우 아직 신약 개발 중이라서 성과를 낸 게 없이 코스닥 상장사중 영업손실 1위를 차지했으며, 11월 6일 코스닥에 상장된 티슈진의 경우 실적이 전무하다.

대다수의 국내 바이오 업체의 경우 개발능력을 지니고는 있으나 아직 임상 실험을 통과해 신약 개발에 성공한 경우는 거의 없는 상태다. 셀트리온이나 삼성 바이오로직스의 현금흐름 전망을 기초로 주가를 전망하면 현 주가의 3분의 1이 적정하다는 분석도 있다. 주가가 40만원을 넘어가는 삼성 바이오로직스의 2017년 매출액은 4100억원 내외에 불과하다.

현재 한국경제는 경제 활성화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가상화폐 열풍과 바이오 열풍에 휩싸여 있다고 할 수 있다. 말이 열풍이지 가상화폐의 정체는 불투명하고 미래는 아직 불확실하다. 또한 바이오기업들의 실적이 주가를 뒷받침할지에 대한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한마디로 현 시점에서 가상화폐와 바이오 열풍은 거품이라고 해도 크게 무리가 없다.

그렇다면 두 개의 거품을 과연 부정적으로만 봐야 할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현 시점에선 거품이라고 볼 수 있지만 한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보다는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미칠 것이다. 세계 경제사를 살펴 보면 모든 새로운 산업이 탄생할 때엔 예외 없이 거대한 거품이 있었기 때문이다. 19세기 중반 철도산업, 19세기말의 석유산업, 20세기 초의 자동차 산업 모두 상상 초월의 거품을 초래했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철도산업과 석유산업은 조폭들이 설쳐대기 일쑤였고, 산업계의 강자들은 당시엔 강도귀족(robber baron)으로 불리웠다. 20세기초 미국엔 무려 200여개의 자동차 회사들이 난립하기도 했다. 1990년의 IT 산업도 마찬가지. 엄청나게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버블을 초래했다. 하지만 오늘날 정보화 혁명의 씨가 뿌려졌다. 모두 빅뱅처럼 폭발했고 투기를 동반했지만 결국 새로운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한국경제의 자랑거리인 정보통신(IT)산업을 생각해보자. 그냥 차분하게 IT 산업이 생겨난 게 아니다. 지금의 가상화폐나 바이오 열풍 못지 않은 엄청난 거품 속에서 IT 산업이 생겨났다. 1999~2000년 벤처 열풍 당시 새롬기술은 오늘날 비트코인과 별 차이가 없었다. 그냥 거품이 생기는 게 아니라 성장성이 매우 높은 산업이기 때문에 거품이 생기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어떤 면에서 거품이 있어야 새로운 산업이 탄생할 수 있다는 논리도 성립한다. 거품 덕택에 해당 산업의 성장에 필요한 자원와 인력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바람에 새로운 산업이 뿌리를 내릴 수 있다. 1999~2000년의 거품이 없었으면 한국의 IT산업이 현재의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었을지를 생각해 보면 잘 알 수 있다.

가상화폐와 바이오 열풍…신산업 탄생하는 신호탄-우리 경제의 성장엔진 등장 기대

필자는 가상화폐 열풍과 바이오주 열풍은 해당 산업이 새롭게 탄생하는 신호탄이라고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트코인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은 네트워크 시대에 그 응용 가능성이 거의 무한대일 것으로 여겨진다. 세계 경제계와 정보기술(IT)업계 거물들은 가상화폐에 우호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 최근 한국경제에 불고 있는 제약·바이오 열풍이 거품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제약 ·바이오 열풍이 거품을 걷어내고 우리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기대도 크다. 사진은 가상화폐 그래픽. /뉴시스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투자자로 손꼽히는 피터 틸은 지난해 중반쯤 자신의 벤처캐피털펀드인 파운더스펀드를 통해 1500만~2000만달러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입했다. 또 페이스북 설립자인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도 가상화폐 영역에 대한 심도깊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조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갖고 있는 독일도 2008년이후 1307건의 가상화폐 코딩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가상화폐 연구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IT기업들도 이미 가상화폐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 게임업체는 3대 거래소인 코빗의 지분 65.19%를 인수했고, 카카오의 경우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2대주주다. 가상화폐 시장에 이미 깊숙하게 발을 들여다 놓고 있는 것이다.

바이오산업은 아직은 가시적 성과가 뚜렷하지 않으나 지금 한창 신약개발이 이뤄지는 단계로 올해엔 글로벌 임상 결과가 도출되는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올해 1분기 중엔 한미약품의 미국 3상 결과, 하반기엔 바이로메드, 신라젠의 글로벌 3상 결과등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막연한 광풍은 아닌 게 분명하다. 국산 바이오시밀러의 수출이 늘고 글로벌 신약의 임상개발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기대 수준엔 못 미칠 수는 있으나 20여년간 바이오에 투자한 결과가 서서히 가시화되면서 급속도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 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새로운 성장 엔진을 찾지 못하고 있는 한국 경제로선 거품 속에서 새로운 성장 엔진이 생겨난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 최성범 주필은 서울경제 금융부장과 법률방송 부사장, 신한금융지주 홍보팀장, 우석대 신문방송학과 조교수를 지내는 등 언론계 및 학계, 산업 현장에서 실무 능력과 이론을 쌓은 경제전문가입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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