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김홍국 편집위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후 처음으로 신년기자회견을 가졌다.

▲ 김홍국 편집위원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내 삶이 나아지는 나라’라는 제목의 신년사를 통해 “새해에 정부와 저의 목표는 국민의 평범한 일상을 지키고 더 나아지게 만드는 것”이라며 “국민의 뜻과 요구를 나침반으로 삼고 국민께서 삶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 형식과 내용 모두 파격적, 소통의 리더십에 주목

이날 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은 형식과 내용에서 모두 파격적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20분의 신년사가 끝난 뒤 과거 질문순서와 내용을 정해놓던 방식과 다르게 자유로운 형식으로 진행됐다.

과거 대통령들이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조율해 질문자와 순서를 미리 정한 뒤 답하는 방식으로 기자회견을 한 것과 달리, 기자들이 손을 들면 대통령이 즉석에서 질문자를 지명한 후 질문에 답하는 자유분방한 방식이었다. 격식을 중시하는 국가 최고지도자의 기자회견에서 보기 드문 방식이다.

내용 역시 기자들의 즉석 질문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답하는 방식이었고, 기자들의 변칙적인 질문에도 대통령이 직접 답변을 하거나 다시 질문을 하는 등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자회견에 참석해 직접 질문까지 했던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안나 파이필드 도쿄 지국장이 트위터로 현장 소식을 전하면서 “놀랍다. 질문하고 있는 기자단의 규모 또한 주목할 만하다. 조선, 동아, KBS 등의 올드 미디어뿐만 아니라 소규모의 지역 언론에게까지 질문 기회가 주어진다”며 “모두에게 열린 기자회견이었다는 점 또한 환영할만한 발전이다. 지난 정권(또는 백악관)과 달리 사전 선별 없이 기자단에게 질문을 받았다”고 찬사를 보낸 것이 이를 입증한다.

◇ 신년회견 어젠다: 민생 혁신과 안전, 긴장완화와 평화정책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내정치에 대해서는 민생 혁신과 안전한 대한민국을, 대외관계에 있어서는 한반도 긴장완화 및 평화정착을 화두로 제시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8 무술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하기 위해 손을 든 기자들을 바라보고 있다./뉴시스

문 대통령은 “2018년 새해 정부와 저의 목표는 국민들의 평범한 일상을 지키고, 더 나아지게 만드는 것"이라며 취임 이후 추진해 왔던 ‘사람중심 경제’라는 경제정책 패러다임을 통해 △일자리 및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3개의 핵심정책방향과 실천과제에 대한 지속적 실천 의지를 밝혔다.

그는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지원대책에 대한 차질 없는 실행을 다짐했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임금격차 해소 △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나누기 등 근본적 일자리 개혁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또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대규모 재난과 사고에 대한 상시적인 대응 시스템을 정비하는 한편, 2022년까지 자살예방, 교통안전, 산업안전 등 '3대 분야 사망 절반 줄이기'를 목표로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집중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는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국회의 합의를 기다리는 한편, 필요하다면 정부도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 국민개헌안을 준비하고 국회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국회 합의 시한을 2월말로 제시했고,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해선 대통령 4년 중임제가 가장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은 외교안보 분야에 대해 "한반도의 평화정착으로 국민의 삶이 평화롭고 안정돼야 한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두 번 다시 있어선 안 된다"며 한반도 긴장완화 및 평화정착을 새해 화두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 대해 "꽉 막혀있던 남북 대화가 복원됐다. 우리는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내야 한다. 평화올림픽이 되도록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며 ”나아가 북핵 문제도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하고, 이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고 '평창 구상' 추진 방침을 설명했다.

◇ 국민-평화-국가-경제-개헌: 대통령 핵심 화두와 단어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국민'으로, 총 64번 나왔다. 문 대통령은 "촛불광장에서 군중이 아닌 한 사람 한 사람의 평범한 국민을 보았다"며 국민을 위한 삶의 질 개선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8 무술년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외신기자들이 자리해 있다./뉴시스

두번째 자주 언급된 단어는 15번 등장한 '평화'였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 정착으로 국민의 삶이 평화롭고 안정돼야 한다"며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치러내겠다는 의지와 함께 북한의 동계올림픽 참가에 따른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이어나가자는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냈다.

11번 언급된 ‘국가’도 주목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 국가는 국민에게 응답해야 한다"면서 "더 정의롭고 더 평화롭고 더 안전하고 더 행복한 삶을 약속해야 한다"며, 국가 책임과 공공성 강화를 강조했다.

경제 발전과 함께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점에서 '경제'라는 단어도 9번 등장했다. 정치권의 핵심 과제인 '개헌'은 7번 언급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저는 개헌의 내용과 과정 모두 국민의 참여와 의사가 반영되는 국민개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의 합의를 기다리는 한편, 필요하다면 정부도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 국민개헌안을 준비하고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하는 등 개헌 의지를 피력했다.

◇ 극명하게 대치중인 정치권, 회견 반응도 극단 대립

문제는 정치권이다. 여야는 그 극명한 차이처럼 이날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신년기자회견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적극적인 뒷받침을 언급한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자화자찬에 말잔치'라고 혹평을 쏟아냈다.

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민생, 혁신, 공정, 안전, 안보, 평화, 개헌 등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이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통찰을 제시했다"며 "집권여당으로서 국정운영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훈식 원내대변인도 현안 브리핑에서 "평범한 국민과의 약속을 천금으로 여기겠다는 대통령의 다짐을 지지한다"면서 "평범한 국민의 삶이 행복한 문재인 정부의 '민생 나침반'이 잘 기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엄중한 현실을 외면한 자화자찬 신년사다. 국민의 삶은 사라지고 정부의 말잔치만 무성하다"며 "이제는 뜬구름 잡기식의 목표와 장밋빛 전망만 남발할 것이 아니라 현실을 이야기해야 할 때"라고 신년회견의 의미를 깎아내렸다.

이어 "문재인 정권의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공론, 설익은 사회주의 정책으로 민생 경제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면서 "자기들만의 졸속 개헌 추진 의지와 일방적 건국 시점 규정 등 온통 사회적 갈등만 양산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이행자 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과 소통하려는 노력에 대해서는 평가를 한다"면서도 "국민은 보여주기식 '쇼'가 아닌 진정한 변화를 원한다"고 밝혔다.

◇ 정치권, 정략 벗어나 국민 위한 정치력 입증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집권 2년차를 맞아 국정농단과 국기문란의 과거 정치에서 벗어나 국민 삶의 변화를 체감하도록 정책을 펼치고, 남북관계 개선과 긴장완화를 이루겠다는 내용의 국정 청사진을 제시했다.

과거와 다른 민주주의적인 소통과 대화를 통해 신년기자회견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정부와 집권여당은 이같은 국정 청사진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최선의 정책 뒷받침과 실천에 나서는 한편 야당이 이에 동참하도록 협치의 정치를 펼쳐야 할 것이다.

▲ 10일 오후 대전 중구 문화동 BMK 웨딩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2018년 지방선거 필승을 위한 "2018 신년인사회"에서 홍준표 대표가 지방선거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뉴시스

야당 역시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묻지마 반대와 헐뜯기식 정치행태에서 벗어나 협력해야 할 분야는 적극 손을 잡고, 잘못된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견제와 비판,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능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남북관계의 진전, 경제위기를 돌파하고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과정에서 국민을 위한 최선의 정치력을 대통령과 정부, 국회가 함께 보여줘야 할 때다.

※ 김홍국 편집위원은 문화일보 경제부 정치부 기자, 교통방송(TBS)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겸임교수로 YTN 등에서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MBA(기업경영)를 취득했고, 리더십과 협상에 관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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