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의 경제신간 리뷰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철학을 제대로 정의하기 어려운 것처럼 철학자들의 논리는 어렵다는 인상이 일반적이다.

▲ 김선태 편집위원

저자 알레인 스티븐은 사람들이 철학을 허튼 소리로 일축하는 것이 안타까워, 철학적으로 사유하는 능력의 힘을 보여주고자 이 책을 펴냈다.

그가 택한 방법은 철학의 주제를 다섯 가지로 나눈 뒤, 각각에 해당되는 대표적인 철학자 38인의 문장을 인용하여 그 핵심을 설명하는 것이다. 마거릿 대처처럼 철학자로 분류하기 힘든 경우도 있지만.

독자가 주의할 것은, 제시된 문장을 저자가 꼭 옹호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주제별로 대표적인 문장과 해설을 살펴보면 이렇다.

“신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빼앗으려 하지 않는다.”

‘행복’에 관해서라면 공리주의자 제러미 벤담이 집중적으로 파헤친 분야다. 사실 서양 철학 초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행복이 철학의 중요한 주제이기는 했으나 논리가 비교적 단순했다. 아마 시대별로 안고 있는 역사의 경험과 무게에 따른 차이일 것이다.

▲ 『한 문장의 철학』 = 알레인 스티븐. 황소자리. 240쪽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도덕과 입법의 기초이다.” 이 말은 행복을 판단하려면 결과를 지켜봐야 하고, 그에 따라 최대 다수에게 이득이 되는 행위를 지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이다. 벤담은 이 논리에 입각하여 노예 및 사형제도의 철폐와 남녀동등권을 주장하는 등 당시로서는 급진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렇지만 벤담 스스로 후일 자신의 논리에 문제가 있음을 시인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결과론이 실은 불투명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다수와 소수가 엇비슷할 때, 또는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예를 들어 선동에 의해 소수를 희생시키면 여기에는 비윤리성이 뒤따른다. 행복을 양으로 측정한 결과다. 존 스튜어트 밀은 이런 문제를 알고 “자유는 욕망하는 것을 행하는 데 있다.”는 말로 질의 중요성을 살리고자 했다.

‘종교와 신앙’에 관하여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신앙이란, 진실이 아닌 줄 알면서도 그걸 믿는 일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물론 철학적인 언명은 아니고 비꼬지 않고는 못 배기는 트웨인의 천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신은 모든 것을 해버림으로써 우리의 자유의지와 우리 몫의 영광을 빼앗고 싶어 하지 않는다.”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말이다. 르네상스의 선구자답게 마키아벨리는 신의 영역에서 인간의 몫을 빼내는 데 주력했다. 그럼에도 당시는 종교의 힘이 강력하고 더군다나 마키아벨리는 교황청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었기 때문에 적당히 타협하는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자유의지는 신이 허락한 것이라는 말이 그 결과다.

“신은 죽었다. 그는 지금도 죽어 있다. 그리고 신을 죽인 것은 우리다.”라는 니체의 말은 그런 타협의 여지를 없앤 것이다. 그렇지만 니체는 특유의 함축적이고 비유적인 표현에 그 자신의 불행까지 겹쳐 근대 철학사상 가장 난해한 저술들을 남겼다.

“내 우물쭈물하다 이럴 줄 알았지”

‘이성과 경험’에 관한 철학자들의 사유는 근대 자연과학의 발전에 영향을 받으면서 매우 복잡하게 전개되었다. 철학적 사유가 과학적 발견으로 뒤집히기도 하고 과학적 사유가 철학에 수용되기도 하면서 복잡성은 배가되었다.

“합리적인 것은 실재하며 실재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이렇게 말한 헤겔 또한 당대 과학의 세례를 듬뿍 받으면서도 인간 역사는 이성의 실현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정도로 이성의 힘을 과학 이상으로 믿었던 이상주의자였다.

헤겔은 인간 이성이 스스로 발전을 거듭한다고 보아 유명한 변증법의 철학을 전개했다. 저 문장은 이성이 실재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구현한다는 전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럼에도 이성이 정-반-합의 발전 과정을 거쳐 절대정신에 이르러 완성된다는 ‘정신현상학’의 논리는 대표적인 ‘말장난’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 버나드 쇼의 명언을 새긴 명판, 워싱턴 미 의회 도서관 소장, 1900~1910 경. “돼지와 싸우려 하지 말라. 그래 봐야 당신만 더러워질 뿐이며, 게다가 돼지는 그저 즐길 뿐이다.”

삶과 죽음에 관하여 버나드 쇼는, 자신의 묘비명에 “내 우물쭈물하다 이럴 줄 알았지.” 하는 멋들어진 말을 남겼다. 딱히 해석이 필요 없다. 그 정도 위인이 우물쭈물하며 살았다면 평범한 나는 대체 어떻게 해야 제대로 사는 것인지 반문하게 되니, 확실히 음미할 말이다.

“검토되지 않는 삶이란 살 가치가 없다.” 이 말은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시기 직전 남긴 말이다.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의 연장선상에서 자신이 알고 믿는 모든 것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검토할 것을 당부한 것이다.

피할 수 있는 죽음도 지행합일의 실천을 위해 의연히 받아들인 그를 생각하면 결코 간단치 않다. 이처럼 철학자의 위대한 삶이 투영된 말은 쉬우나 어려우나 두고두고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 영향을 끼치게 마련이다. 이 책의 다른 많은 명언들이 그럴 것이다. [이코노뉴스]

저작권자 © 이코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