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이현우 텍사스A&M대학교 교수] 미국 프로미식축구리그(NFL) 애틀란타 팰컨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구영회 선수가 한국인 최초로 NFL의 올스타전으로 불리는 프로볼(Pro Bowl)에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 이현우 텍사스A&M대학교 교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2021년 프로볼은 버추얼 이벤트로 개최되지만, 프로볼에 진출한 첫 대한민국 국적의 선수가 될 예정이다.

지난 11월 NFL의 내셔널 풋볼 컨퍼런스(NFC) 이 달의 선수로 뽑히기도 했던 구영회 선수는 올 시즌 34번의 필드 골 시도 중 33번을 성공시켰다. 이러한 구영회 선수의 활약에 따라 수많은 팬들이 구영회 선수의 프로볼 선발을 지지했다.

하지만 NFL에 데뷔했던 2017년을 돌아보면 프로풋볼의 구영회 선수는 6차례의 필드 골 시도 중 3차례밖에 성공시키지 못하면서 팀에서 방출 당하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이러한 시련을 뒤로하고 구영회 선수는 미식축구 선수로서 은퇴하지 않고 꾸준히 자신이 연습하는 모습을 소셜 미디어를 통해 팬들에게 알렸다.

특히 2월에 출범한 미식축구 육성 리그 AAF(Alliance of American Football)에 참여함으로써 경기감각을 유지할 수 있었다. AAF에서 14번의 필드 골을 모두 성공시키며, 이 주의 선수로 뽑히는 등 육성 리그에서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인 구영회는 성공적으로 NFL에 재입성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에서 프로로 진출하는 보편적인 방법은 대학에서 선수로 활동하다 드래프트에 참여하는 것이다. 리그마다 자격요건이 다르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이 대학에서의 활약을 통해 드래프트에 초대된다.

대학교육을 중시하는 미국의 문화가 큰 몫을 하고 있지만, 점차 다른 경로를 통해 프로리그에 진출하려는 선수들도 늘어나고 있다.

2020 미국농구협회(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지명된 라멜로 볼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시야가 넓고 패싱 센스가 좋을 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가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인 라멜로 볼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JBA(Junior Basketball Association)라는 농구 육성 리그에서 선수로 뛰다가 드래프트에 참여했다.

▲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 프로미식축구리그(NFL) 경기에서 애틀랜타 팰컨스 키커 구영회(오른쪽)가 라스베이거스 레이더스를 상대로 필드골을 시도하고 있다. 구영회는 NFL 사무국이 발표한 프로볼 팬 투표 중간 집계에서 7만5,673표로 1위를 기록, 생애 처음 올스타전 무대를 밟게 됐다. (애틀랜타=AP/뉴시스 제공)

볼 형제의 NBA 진출 이후 중단되었지만, NBA의 마이너 리그인 G리그가 아닌 독립리그에서 진출한 점이 주목할만 하다.

역사가 오래된 미국 야구의 메이저리그(MLB)가 운영하는 마이너리그와는 달리 모든 종목에서 개인적 사정 혹은 사회적 영향 때문에 대학에 입학하지 못한 유망주들을 육성하고 프로리그에 진출시키기 위한 독립 육성리그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미국의 육성리그들은 선수와 팀 및 프로 리그 모두에게 의미있는 혜택을 제공하는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프로 리그 진출에 실패하거나 방출을 당한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육성리그를 통해 새로운 팀에 입단하여 선수생명을 이어나가면서 상위리그 진출의 기회를 엿볼 수 있다.

팀과 프로리그 입장에서는 마이너리그 체제를 자체적으로 갖추고 운영하는 부담을 지지 않고도 적은 비용으로 검증된 선수들을 선발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야구, 농구, 미식축구, 아이스하키로 대표되는 4대 프로리그와 비교해서 한참 늦게 출범한 메이저리그 축구(MLS)가 미국의 육성리그 모델을 선도적으로 제시하였다고 평가된다.

MLS의 육성리그 격인 USL 챔피언십(Championship)이 성장한 과정은 독특하다. 2005~2014년 사이 약 10년 간 MLS 1군 팀들은 리저브 팀이라는 2군 팀을 자체적으로 운영하였는데, 이 리저브 팀들은 MLS가 직접 창설한 2군 리그인 MLS 리저브 리그(Reserve League)에 참가했다.

각 리저브 팀의 선수 수급은 주로 MLS 1군 팀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때문에 리저브팀은 상대적으로 입단 진입장벽이 높았으며, 각 리저브 팀의 운영 자유도도 매우 낮았다.

▲ 2017년 9월 당시 로스앤젤레스(LA) 차저스의 주전 키커 구영회(NFL.com 제공)

그런데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발생한 세계 금융위기로 상황이 급변했다. MLS팀들이 운영비용 축소에 열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MLS 1부 리그 팀들은 합의 하에 MLS 2부 리그인 MLS Reserve 리그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때 리저브 팀의 운영을 중단하지 않고 유지하고자 했던 구단들은 자체적인 프로구단을 법인화하여 USL Championship 리그에 참가했다.

추후 운영비용을 보다 더 축소하면서도 선수관리 및 양성은 지속하고 싶었던 MLS 1군 팀들은, 자회사 구단 운영을 포기하고 USL 구단과 협약을 맺어 자신들의 육성선수를 공유하는 형태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USL Championship은 MSL과 독립적인 리그의 형태로 변모하기 시작하였으며, 각 팀의 운영 자유도가 높아지면서 다양한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육성리그들이 생겨나고 현재 수많은 하부 육성리그들이 성공적으로 상위리그에 선수들을 진출시키고 있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역사가 깊은 농구와 야구에서는 마이너리그가 운영되고 있어서, 육성리그가 진입할 수 있는 틈새가 매우 좁다고 보여진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MLB 선수들은 메이저팀과 먼저 계약하고 짧게는 1년, 길게는 5~6년 정도 마이너리그 생활을 하다가 기량의 향상에 따라 메이저로 올라가는 시스템에 익숙하다. NBA 역시 50%의 선수들이 G리그에서 뛴 경험이 있을 정도로 두 리그 간 교류가 활발하다.

▲ 2017년 미국 조지아 서던 대학생 시절 두 한인 미식축구 선수인 앤디 권(왼쪽)과 구영회(사진=이현우 교수 제공)

미식축구는 새로운 육성리그들이 수시로 생겨나고 또 사라지는 춘추전국 시대를 겪고 있다. NFL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마이너리그가 없을 뿐더러, 미식축구의 인기에 힘입어 수많은 독립리그들이 성공적인 운영과 정착을 노리고 경쟁하고 있다.

예를 들어, DFI(Developmental Football International)나 GDFL(Gridiron Developmental Football League)에 속한 팀들의 경우 매년 최대 2~3명씩 NFL에 꾸준히 진출시키고 있으며, 실제 여러 NFL 팀에서 선수 스카웃을 위한 정보요청이 활발하다.

이 수치는 전체 대학 풋볼선수 졸업생 중 2%만 드래프트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높은 진출률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활성화된 리그들의 통합이 이루어짐으로써, 그 영향력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처럼 스포츠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미국에서는 프로로 진출하는 전통적 경로인 대학교를 거치지 않은 젊은 선수들이 육성리그를 통해 프로로 진출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육성리그에서 뛰면서 드래프트 요건을 총족하는 선수로서의 자격을 얻는 것이다.

또한 대학을 졸업하고도 지명을 받지 못하거나 방출 당한 선수들에게도 다양한 기회가 제공되고 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와 같은 미디어를 통해서 이러한 사례들이 방송되면서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으며, 팬 저변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야구, 축구, 농구 등 몇몇 종목에서 2군, 3군의 하부리그를 운용하고 있다. 실업팀 선수들은 소속 회사에서 연봉을 받는다. 하지만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90% 이상의 운동선수 출신 학생들이 프로 팀 및 실업 팀에 입단하지 못한다.

더 나아가, 수많은 경쟁자 가운데 프로1부 리그에 입성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 수준이다.

▲ LA 레이커스의 르브론 제임스(등번호 23번)와 선수들이 지난 10월 1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어드벤트헬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9~20 미 프로농구(NBA) 챔피언결정전(7전4승제) 6차전에서 마이애미 히트를 물리치고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레이커스는 마이애미 히트를 106-93으로 꺾어 4승 2패로 우승하며 10년 만에 정상에 복귀했다. (올랜도=AP/뉴시스 제공)

이러한 상황에서 엘리트 선수들 대부분이 프로진출만을 바라보며 사회와 격리된 채 운동에 매진하는 시스템은 지속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미국과 같은 수준의 육성리그들이 활성화되기에는 풀뿌리 저변이나 시장의 상업적 가치가 떨어지지만, 후속 세대를 위해서라도 패쇄적인 엘리트 선수 육성 및 관리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선하고, 보다 건강한 스포츠 문화를 설계해야 한다.

당장 올림픽 메달 숫자는 줄어들겠지만, 모든 수준에서 보다 행복하고 열정적으로 운동에 참여할 인구가 늘어나는 게 바람직하다.

저작권자 © 이코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