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의 경제신간 리뷰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2014년 출간과 함께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평이한 서술에도 불구하고 전문 용어와 방대한 체계로 인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책이다.

▲ 김선태 편집위원

이에 따라 그간 많은 해설서가 나왔는데, 이번에 일본 시바우라공업대학원 교수인 니시무라 가쓰미는 원전에서 어려운 경제 용어와 수식을 최대한 배제하고, 대중적인 궁금증을 중심으로 77개의 소주제로 나눈 해설서를 내놓았다.

약간의 예외가 있는데, 피케티 이론의 핵심을 구성하는 두 공식은 배제할 수 없어 이에 대해서는 각각 해설을 추가했다. 아마 스티브 호킹의 역작 『시간의 역사』를 읽은 독자라면 이런 상황을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호킹은 책의 서문에서 물리학을 모르는 일반 대중을 위해(또는 출판사의 요청에 따라) 다른 수식은 모두 배제했지만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 전환의 법칙은 뺄 수가 없었다며 독자의 양해를 구했다.

“마르크스 이래 가장 놀라운 정치경제학적 발견"

두 공식을 먼저 살피면 이렇다. 하나는 피케티가 자본주의의 제1기본법칙으로 부른 '자본소득 점유율' 공식이다. 국민소득에서 자본소득이 차지하는 몫을 도출해 내는 이 공식은 자본수익률과 자본/소득 비율의 곱으로 이루어진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피케티는 “소득 대비 자본의 비율이 높아져 자본소득 점유율이 증가하면 부의 격차가 누적적으로 커진다”고 정의했다.

위 공식의 중요성은 피케티의 두 번째 공식, 즉 자본주의의 제2기본법칙과 연동하면 분명해진다. 이는 위 공식의 기본 변수인 '자본/소득' 비율을 '저축률 대비 경제성장률'로 산출하는 공식인데, 사실상 피케티 이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이 공식이 의미하는 바는 단순 명료해서 매력적이다. 두 변수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축률이 높거나 반대로 경제성장률이 낮으면 소득 대비 자본의 비율이 커지는데, 이는 성장률이 부의 분배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근거가 된다. 이에 따라 피케티는 “경제성장률이 높으면 자본이 분산되어 부의 격차가 축소된다”고 설명한다.

▲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읽다』 = 니시무라 가쓰미 저. 부윤아 역. 재승출판. 2016.05.20.

이와 같은 결론은 적어도 300년에 걸친, 나아가서는 집계 가능한 역사 전체에 걸친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내린 것이므로 반대 의견을 가진 경제학자들을 질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많은 학자들이 피케티의 공식을 두고 “마르크스 이래 가장 놀라운 정치경제학적 발견”이라 칭찬할 정도였다.

예를 들어 피케티에 따르면 지난 100여 년간 자본수익률 평균은 4~5퍼센트였고 경제성장률 평균은 1~1.5퍼센트였다. 이 사실만으로도 역사적으로 자본소득은 노동소득을 상회할 뿐만 아니라 자본수익률 또한 경제성장률을 상회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따라서 자본주의는 부의 불평등과 소득의 집중을 내재한 시스템이라 볼 근거가 충분하다. 피케티가 역사에서 확립한 공식을 법칙이라 부르는 이유다. 이런 의미에서 피케티의 이론은 장기적 경향성의 이론이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

책은 이 법칙을 근거로 피케티가 분석하는 현대 자본주의의 운동을 대중적인 궁금증을 중심으로 쉽게 풀어 설명한다. 몇 가지만 살펴보자.

소득과 관련하여, 피케티는 장기적으로 중산층과 하류층의 소득 격차는 줄어들며 이는 그들이 대부분의 소득을 노동소득에 의존한 결과라고 말한다. 당연히 자본소득을 많이 보유한 상류층의 소득점유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세계 최상위 부자 몇 명이 전 세계 인구 절반이 지닌 부를 거머쥐고 있다는 최근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므로 피케티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불안정하고 불평등한 성질이 있으므로 방치하면 비극을 부른다.” 사회주의 중국은 어떨까? 부의 원천이 자본과 노동으로 나누어지는 이상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비록 토지는 국가가 소유하고 있지만 그 사용권을 가진 일부 집단이 지속적으로 부를 챙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0여 년간 중국의 토지사용권 가격은 10배 이상 올랐다. 이에 따라 토지를 지닌 한족과 농촌 소수민족의 소득격차는 갈수록 벌어지는 중이며, 더욱이 중국은 농촌에서 도시로 호적을 이동하는 일도 막혀 있다.

“노동소득에는 감세, 자본소득에는 증세를”

이런 사정으로 소득 격차의 확대는 피할 길이 없게 되는데 더욱 문제는 부의 격차가 세습되는 경향까지 보인다는 점이다. 현대 사회는 귀족사회의 귀족이라는 브랜드를 부자라는 브랜드로 대체한 사회라 보아도 좋다. 사회적 지위는 무형자본이 되어 세습된 지 오래고, 자산가의 후계자는 당연히 거대한 유형자본을 상속받으며, 대기업 오너의 자손은 힘들이지 않고 경영권을 물려받는다. 이를 두고 피케티는 “자본소득자의 대부분은 과거에 부의 일부를 상속했다”고 지적하며 오늘의 자본주의를 세습자본주의라 규정한다. 그 해결책으로 “노동소득에는 감세, 자본소득에는 증세”하는 것을 제안하지만 우리의 경험상 요원한 일로 보인다.

글로벌 자본세 도입은 『21세기 자본』에서 피케티가 역점을 두고 제시한 방안이다. 이는 각국이 자본세 도입에 합의해야 하는 일이므로 실효성이 희박하지만 조세피난처를 대상으로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전형적인 조세피난처인 서인도의 영국령 케이맨제도를 보자. 이곳에서는 소득, 자본, 자본이득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으며 사업을 하지 않는 페이퍼컴퍼니에도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케이맨 정부에 정보제공을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고 있다. 순자산에 대한 글로벌 자본세가 도입되면 이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피케티의 주장이다.

▲ 지니 계수로 본 국가별 소득 불평등 지도. 세계은행 2014년 집계 기준.

반박하기 어려운 공식에 근거해 “총소득에서 자본소득의 비중이 장기적으로 높아지고 그에 따라 빈부 격차와 소득 집중의 심화를 피할 수 없다”는 『21세기 자본』의 결론은 매우 비관적임이 틀림없다. 만일 계층 간 이동이 원활하다면 이 문제를 개인의 능력에 따라 극복할 길이 열릴 것이지만, 피케티는 그 또한 쉽지 않다고 말한다. 지금처럼 자본축적이 진행될수록 노동소득 중심의 패자는 부활하기 어려워진다는 말이다.

자본 개념과 관련하여 피케티 비판자들은 피케티가 이 개념을 임의로 사용한다고 비판한다. 자본을 잉여가치의 생산 과정에 투입된 화폐로 제한하는 마르크스와 달리 피케티는 자본 개념을 그다지 엄밀하게 사용하지 않는다. 피케티 자신도 이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자본을 개인 · 기업 · 정부가 보유한 자산 일체로 보며 때로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부, 재산 등과 동일한 의미로 언급하기도 한다.

이러한 개념 차이에 대한 학자들의 비판과 무관하게 피케티는 자본주의와 그 이전의 역사를 포함해 경제학적으로 유의미한 모든 실물 기록에 근거해 이와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21세기 자본』의 전망이 쉽게 뒤집어지기 어려울 것이라 보는 이유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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